실미도와 호룡곡산

언제: 2004년 6월 26일
누구와: 나홀로
어디로 : 하나개 해수욕장--구름다리 -정상----하나개 해수욕장(약 5.2KM)

몇 년전 무의도를 처음 밟았을 때만 해도 산이란 걸 몰랐다.
그냥 바닷가에 솟아 있는 섬의 일부라고만 여기고 백사장에서 녹음 짙은 산을 보며 조개를 줍던 기억밖에 생각 나지 않았다.
편의 시설이 부족했던 그때 모기와 씨름을 하면서 밤을 꼬박 세웠던 기억이 난다.
유난히도 모기에 약한 나였기에 그날 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 뒤 무의도는 나의 기억속에 묻혀서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는데 뜻하지 않게 무의도에 갈 기회가 생기고 보니 그때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몇 년전부터 산을 오르면서 강화도의 마니산, 석모도의 낙가산, 해명산. 사량도의 지리망산을 오르면서 섬 산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다.
섬 산행은 무엇보다도 사방으로 펼쳐진 조망이 아닐까?
사방에서 불어주는 시원한 바람 아닐까?

토요일 아침!
김포가도를 지나 인천공항 가는 고속 도로를 신나게 달려 무위도 선착장에 도착하였다.
해안가를 끼고 즐비하게 늘어선 조개구이집
이색적이 풍경 앞에 잠시 눈길마져 빼앗긴다. " 바람난 조개" "불타는 조개구이 집" " 조개 뭍에 오르다" 우리말의 진수를 엿보는 듯한 간판들이 재미가 있다.
영종도와 무의도를 오가는 배에다 차를 싣고 5분여 가면 무의도 선착장이다.
짧은 거리지만 갈매기와의 조우는 섬 산행의 또 다른 재미를 가져다 준다.
선착장에 내려 조금가면 우측으로 실미도 가는 길이 보인다.
물때를 맞춰야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으니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하나개 해수욕장까지는 10여분.

몇 년전보다 훨씬 잘 다듬어진 해수욕장의 모습은 아마도 매스컴의 영향이 컸으리라.
천국의 계단 마지막 촬영장 세트가 있어 관광객의 수가 배로 늘었다고 하니........
고기를 잡으며 살았을 섬주민 들이지만 해안가 어디 배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모두 관광객이 뿌리고 가는 수입으로 생활에 의존하는 듯하다
매표소에 들러 산행의 들머리를 물었다.
호룡곡산과 국사봉을 모두 오르기에는 시간이 없을 것 같아 호룡곡산만 오르기로 하고 오던길을 거슬러 육교 가지 걸었다.
아침에 몇방울씩 떨어지던 비가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따거운 햇살이 대지를 적신다.
육교에서 좌측은 국사봉이고 오른쪽이 호룡곡산이다.

무의도가 장군이 갑옷을 입고 춤추는 모습에서 유래했다는데 정산에 올라 그 모습을 보고 싶었다.
육교 옆 찻집을 지나 들머리로 올라서니 길섶의 수풀들이 팔을 스치며 환영을 한다.
정상까지 1.8KM
잘 다듬어진 등산로를 따라 힘찬 발걸음을 디뎠다.
낮은 산이지만 생각보다는 수풀이 우거져 있었다.
부지런히 걸어 정상에 도착하니 사방 펼쳐진 바다풍경에 탄성이 절로 난다.
멀리 하나개 해수욕장이 보이고 하얀 모래 언덕위에 다소곳이 앉은 천국의 계단 세트장이 보인다.
어디를 둘러 봐도 장군의 춤추는 장군의 형상은 보이지 않는다.
아직 나의 눈이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은 것일까?
빨리 내려가 백사장을 뛰어보고 싶은 생각에 서둘러 하산을 했다.(2.4km)라올 때 보다 훨씬 우거진 수풀을 헤치며 내려 와야 했다.
입구에 도착하여 매표소(₩1000)주고 들어갔다.
미리와 있던 학생들과 어울려 한바탕 해변 축구를 하고 물속에 뛰어 들어가 물장난을 쳤다.
바다는 시간에 지날수록 알몸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한 줄의 졸시를 적었다.

--무의도 바닷가에서 ---
나의 반쪽을 찾으러
바다로 갔다.

갈매기는 짝을 지어
바다로 나가고.
주인없는 발자국들만
갯벌에서 서성거렸다

바다는 하늘과 마주하며
낡은 어구(漁具)들의 뒤에 숨어
하얀 파도를 일으키며
사랑을 나누고.

갯벌에서 멀어져간 바다는
젖은 바람으로 돌아와
소금기 베인 짠 냄새로
절인 가슴을 보듬었다.

나는 잃어버린 발자국을 찾아 헤메다
아득히 먼 추억의 수레바퀴만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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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미도 가는 길은 때가 묻고 있었다.
영화 실미도 탓일까?
어촌마을이 인간의 이기에 상흔으로 얼룩지고 있는 모습을 보니 역사의 아이러니 같았다.
물길이 열린 저편 실미도는 말없이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지난 시절의 아픔을 한 몸에 앉은 체 산화한 이름모를 병사들의 넋이 앙금처럼 앉은 바다는 온통 뻘밭으로 변해 있었다.
누가 저 수플을 헤집고 반공이란 이름으로 무장되어 뛰고 또 뛰었는지?
언제 또 한번 이곳에 들러 구석구석 밟아보리라 다짐하며 발길을 돌렸다.


▣ 김용진 - 실미도와 호룡곡산의 산행.... 건너 국사봉까지 다녀오셨으면 더 좋았을 것인데요...좋은 곳 다녀오심을 축하드립니다
▣ ### - 김용진님 여전히 즐산 하시죠. 무더운날 건강 챙기시고요.......
▣ 운해 - 실미도의 영화 셑트장을 인천시의 어떤 국장의 지시로 철거를 하였는데 문화관광상품을 없애 버려 그 사람 옷 벗었다 합니다. 아다가운 일이지요. 그 사람 옷 벗은 것이 아니라 실미도의 아픈 역사가 관광지로 새롭게 탈바꿈 하려는 기회를 잃어 버린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