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차>... 2003. 12. 31(수), 날씨:흐림, 눈

[기타]
-노고단대피소 : 관리공단(5,000)

[산행시간-휴식시간 포함(5∼10분)]
09:00 -> : 벽소령대피소 출발
- 10:00 : 형제봉
- 11:00 : 연하천대피소...간식(20분)
- 12:35 : 토끼봉
- 13:00 : 화개재
-> 13:10 : 뱀사골대피소...점심식사(1시간 20분)
- 14:40 : 화개재...551개 나무계단
- 15:05 : 삼도봉...무덤
- 15:50 : 임걸령
- 16:10 : 피아골 갈림길
- 17:00 : 노고단
-> 17:10 : 노고단대피소(3박)

=> 총 산행시간 : 8시간 / 산행거리 : 14.1km

[식단]
조식 : 밥, 육개장, 반찬
중식 : 라면밥
석식 : 밥, 김치/참치찌개, 반찬모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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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밤에 내린 눈으로 지리산은 설국의 나라"

07:00 밤새 눈꺼풀에 돌덩이를 얹어 놓았는지 힘겹게 두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깨어난다. 심신도 덩달아
활동을 시작했는지 어제의 피곤이 여기저기 쑤시기 시작한다. 아~ 침낭을 벗어나기가 왜이리도 싫은겨...
그래도 어제의 힘든 노력끝에 오늘 산행은 한결 가벼울 것 같아 기분만은 좋다.
산장 밖을 나와보니 밤새 잠깐 눈이 내렸는지 산장 주변이 하얗다. 비록 날씨는 흐려졌지만 산행내내
눈을 볼 수 있다는 기쁨에 절로 즐거워 지는 것이 참말로 이번 산행은 따수운 햇살과 추운 겨울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산행이 되는 것 같다.

어제와 다르게 오늘은 좀 여유있게 아침을 준비한다. 메뉴는 갓 지어낸 따끈한 밥에 따끈한 육개장~ ㅋㅋ
역시 아침은 국이 있어야 술술 넘어간다니까... ^^ㅋㅋㅋ

08:30 든든한 아침을 챙겨먹고 서둘러 베낭을 꾸린다. 그래도 어제/오늘 식단에 들어간 주식들이 어느
정도 빠져나간 상태라 그런지 배낭 무게도 훨 가벼워 졌다. 이 정도 무게면 오늘/내일 산행쯤은 가뿐할
것 같다.

09:00 바람이 세차게 몰아치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올 날씨는 눈을 보는대신 우리에게 거센 바람을 제공
하려나 보다. 일행은 떠나기전 얼어붙은 등산로를 대비해 아이젠을 착용한다. 허나 난 그다지 미끄러울까
싶어 연하천까지 일단 스틱과 나의 등산화를 믿고 열심히 가볼 생각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내가 신고있
는 등산화를 무척이나 좋아라 한다. 굳이 덧 붙이자면 그 회사(T★) 제품 자체를 높이 평가하고 싶다고 말
해야 옳을 것이다. 한국 지형에 딱 맡는 등산화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

벽소령에서 시작되는 노고단 까지의 구간은 어제에 비하면 그다지 힘든 구간은 없다. 토끼봉 나무계단과
뱀사골에서 임걸령 넘어가는 구간에 있는 551계단을 빼면 말이다. ㅡㅡ;;;;;;

10:00 벽소령을 출발한지 한 시간째에 형제봉에 다달았다. 그 곳엔 커다란 바위덩어리 두 개가 떡 하니
다정한 형제처럼 버티고 있다. 전생에 아주 친한 형제가 후생에서 까지 이렇게 바위로 남아 여길 지나는
많은 이들에게 항상 형제지간에 의를 중요시 하며 지키라는 뜻에서 붙혀진 이름같다.

11:00 형제봉, 삼각고지를 지나 다시 한 시간쯤 달리면, 연하천 산장에 닿는다. 이 산장 역시 개인소유라
숙박비는 2천원 싸지만 그 만큼 시설면에서 다른 타 산장보다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그러나 지리적 위치가 워낙에 좋은 곳이라 조금만 신경써서 시설면이나 규모면에서 탈 바꿈 한다면 그
어느 개인산장 보다도 우위를 달릴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바뀐거라곤 취사장이 좀 낳아졌다는 거 빼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ㅡㅡ...?!
그래도 연하천의 좋은점을 꼽으라면 바로 식수 만큼은 사계절 항상 넘쳐나기에 식수 걱정은 없다.
우린 취사장서 몸을 녹이고, 간단한 간식으로 영양 보충 후 첫 고비인 토끼봉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딪었다.

12:35 기나긴 계단을 넘어 토끼봉에 다달았따. ㅡㅡㆀ... 아까 먹은 간식이 순식간에 다 소진되어 버리는 것
같다. 어! 근데 토끼봉에 뭔가 작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분명 작년 5월에 왔을때엔 없었던 나무기둥이 등
산로를 따라 길목에 세워져 있는 것이다. 왠지 예전보다 훨씬 깔끔해 보이는 것이 잘 정돈된 도미노 같다.

13:00 화개재, 역시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그냥 황무지처럼 넓은 공터였던 곳이 어느새 전망대와
나무다리로 예쁘게 가꾸워져 있는 것이다. 조금씩 지리산 곳곳이 변화함을 느끼게 한다.
화개재서 오른쪽으로 200m 가량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서면 뱀사골 산장이 자리하고 있다. 여태껏 본
지리산 개인산장 중에 젤 괜찮은 곳이다. ^^ 이번에 취사장겸 매점도 새로 지었는지, 깔끔한 것이 밥먹기에
그만이다. 여기서 마지막 점심인 라면밥을 끓여먹는다.

14:30 뱀사골 산장서 화개재로 올라서는 계단부터 시작해 이제부터 오르막의 연속이며, 계단의 끝없는 질
주가 시작된다. 진정한 인고의 시간이 찾아 온 것이다. 크게 심호흠 한번 가다듬고, 한 계단, 한 계단 밝고 올
라 서기 시작한다. 올라선지 얼마되지 않아 등 줄기에선 벌써부터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더욱이 아이젠까지
찬 상태라 걷기가 배로 힘이든다. 10여분을 오른 후 다시 화재개, 일단 한 고비는 넘겼다. 휴~ -o-
이제 남은 건 삼도봉을 향한 551계단 (사실 551개라는 계단수는 이번에 그 정확한 수를 파악 할 수 있었다.)
그 첫 계단 앞에서니 높이가 만만치 않다. 그냥 무조건 땅만보고 계단수를 헤아리며 올라서기로 맘 먹고
이 역시 한 계단, 한 계단 밟고 올라서며 수를 헤아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10여분을 올랐을까? "오백오십 일!" 마지막 계단수에 발을 딪이는 순간 힘이 들었다는 생각은 온데
간데 없고 드뎌 정확한 계단수를 파악했다는 기쁨에 우린 서로에게 격려를 보낸다. ^^ㆀ/ 그리고는 기둥에
작으마한 우리들만의 흔적을 남긴다.(왼쪽계단 나무기둥 첫번째 밧줄 밑에 보면 (주)산림청 이라는 글귀가
있을 것이다.^^ㅋㅋ)

15:00 삼도봉! 전라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도 세 개도가 한자리에 모인 곳이자, 세개 도의 한 꼭지점이 되는
곳으로 나름대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곳에 서면 전남, 저 곳에 서면 전북... 한 번에 그 것도 최단
시간에 세개 도를 갈 수 있다니 신기하지 않은가?

15:50 물이 마르지 않는 곳! 임걸령 샘터에 도착하니 역시나 연하천산장 샘터 못지않게 콸콸~ 잘도 나온다.
여기서 일행은 간단히 목을 축인 뒤, 이제 마지막 봉우리인 노고단으로 향한다.

17:00 드디어 노고단-천왕봉 지리산능선 25.5km에 달하는 능선의 마지막 봉우리인 노고단에 다달았다.
기쁘다! 그리고 다시 한번 내 자신에게 감사한다. 비록 날씨가 좋지 못하여 지금껏 걸어온 여정의 길을
다시금 되짚어 볼 수 는 없었지만 이미 내 머릿속에 그리고 마음속엔 지나온 길 하나하나가 새겨져 있었다.

17:10 노고단 산장으로 내려서는 발걸음은 그 어느때보다 가볍다. 산장에 도착은 일행은 우선 떠나기전
인터넷으로 이 곳만 예약을 못 하였는데 그때 대기자로 올려져 있던 터라 혹시나 싶어 명단에 올려졌는지
확인했으나, 아니나 다를까 명단에 이름이 없단다. 결국 7시까지 예약자들이 안 오길 기다리는 수 밖에는
없는 상황이 되버렸다. 그래도 그리 크게 걱정은 없다. 왜냐면 날씨가 워낙에 안 좋은 상황인데다 신년 새해
일출을 보기가 힘이 들기 때문에 날씨를 미리 알아본 사람들이라면 내년을 기약할 것이기 때문이다.

19:40 7시를 훨씬 넘겨서야 대기자들은 자리를 배정 받을 수 가 있었다. 관리자가 어찌나 뜸을 들이든지...
침실로 들어서니 낼 일출을 보기위해 찾은 가족동반 단체 손님들로 가득하다. 특히 엄마, 아빠 따라 나선
아이들에 의해 이미 방은 시끌벅쩍 한 바탕 소동이 벌어진 상태다. 아무래도 자기는 텄다. ㅡㅜ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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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사장서 간단히 마지막 저녁을 해결 후, 우린 낼 있을 마지막 산행을 위해 억지로 잠자리를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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