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을 향하여 ( 당일 종주 )


 


일시: 2004. 6. 6 (日)     날씨: 더운 맑은 날씨.


교통: 광주역- 동광주IC- 곡성IC -구례-성삼재                                                


산행코스: 성삼재--노고단 산장- 돼지평전- 임걸령-노루목- 삼도봉- 화개재- 토끼봉- 명선봉-연하천산장- 삼각봉-형제봉-벽소령산장-선비샘(덕평봉)-칠선봉-영신봉_세석산장-촛대봉-삼신봉-연하봉-장터목-제석봉-통천문-천왕봉-로타리산장-중산리 매표소-버스정류장


산행거리:  성삼재-2.8km-노고단 고개-25.5km-천왕봉-2.0km-로타리산장-3.4km-중산리 매표소-1.2km-버스정류장 , 도상 거리合:34.9km


산행시간:  04:55 ~ 18;25  (걸린 시간:13시간 30분)


▷ 일행: 산악회의 合 34명


 지난번 비로 취소되었던 ` 지리산 당일 종주`를 6월 6일 간다고  산악회 카페에 공지되어 있길래 예약을 하고 준비를 한다.


  물론  근교 산행을 비롯한 선운산을 10시간 걸려 종주 산행도 해본다.


작년의 종주 실패를 생각해보고, 많은 분들의 `지리산 종주 산행기`를 읽고 참조한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한 사전답사도 해본다.


 잃어 버린 스틱을 주문하고 랜턴도 점검한다.


 민족의 영산, 국립공원 제1호로 지정된 지리산. 


우리나라 산의 종주코스 중 가장 긴 코스인 `지리산 종주코스`를 당일에 다녀오기로 한다.


 `지리산은 왜 가는가?`   ` 무엇을 얻고자 지리산을 오르려는 것일까?`


`그 답이 있는 것일까? 그저 스쳐가는 바람이 되어 지나는 것일까? 라는 어느 분의 글이 눈에 뜨인다.


     


          ( 당일 종주와  2박 3일 종주 )


  많은 분들이 2박 3일정도의 산행을 하시면서


 밤새 기차나 고속버스 등을 이용해, 성삼재나 화엄사까지 도착하는 모습부터가 너무나 진지하다..


 천왕봉의 일출, 반야봉의 낙조, 노고단의 운해, 세석 철쭉을 비롯한 지리산의10경,


 해, 달,구름도 지리산에서는 새롭게 자리잡고, 하늘과 바람과 별을 시로 읊고...


산장에서 생면부지의 사람을 만나 이웃이 되고,  식사를 해 드시는 모습이 어찌 정겹지 않으리?


 물론 산장 예약도 해야 되고, 저녁이면 많은 분들의 코고는 소리에 잠을 못 주무시고도 다음 날은 또 끄떡없이 산행을 하시는 모습,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크고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가는 모습.


   반면 당일 종주나 무박 종주는 지리산을 보기보다는 체력테스트, 스피드 경쟁에 나서는 (엉터리?) 산행이라고 한다.  산장을 예약하는 번거로움이나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는 힘들일 필요가  별로 없고, 비용도 절감되고 시간을 버는 간편한 산행이지만  허겁지겁 쫒기는 산행...  빨리가면 아무 것도 안보인다는데.. 꼭 빨리 간다고 좋은 것 만은 아니지 않는가?


          (   종주 코스   )


 가장 긴 주능 종주인 `화엄사-노고단-천왕봉-대원사 유평리` 코스를 전형적인 (원조?)종주 라고 하건만  이제는 성삼재까지 교통이 편리해지니 `노고단-천왕봉- 대원사 유평리 `의 백리 코스(정식종주?)를 기준으로 중산리나 백무동 어디로 하산하던 (약식종주?)   `노고단-천왕봉의 주능선(25.5km) 산행`을 말한다고 한다.   물론 더 힘든 역 종주나 왕복 종주도 있다.


 내일 산행을 위해 일찍 잠을 자보려 하지만 이런때는 묘하게도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카페인에 예민한 체질이라 커피나 카페인이 든 음료는  일부러 안 마시고  별다른 생각을 안 하고 있어도 잠이 안오니 은근히 내일 종주 산행이 걱정되기는 한다.


 후덥지근한 더위 속에서,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억지로 누워 있다 2시가 지나자 집을 나서려는데 아내가 차로 출발지인 광주역까지 모시겠단다.  (모처럼 기특한 이야기다.)


작년의 기억 때문에 올해는 혼자 나서는 길이다.


          ( 작년의  미완 )


  작년 10월 3일 집사람과 함께 `지리산 당일 종주` 길에 오른 적이 있다. 작년 코스는 성삼재- 천왕봉-백무동이었다. 물론 뒷산이나 멀리 다른 산에도 꾸준히 다녔다.  두타산 종주시 아내는 나보다 더 씩씩하게 앞서서 걸었기에 자기한테 맞는 산이 있다고 까지 했다. 두타산 종주도 거뜬이 해내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지고 지리산 천왕봉을 향했는데 그만 미완으로 끝나고 말았다.


  지리산 종주의 중간 지점인 벽소령까지는 주어진 시간에 맞춰 제대로 도착했지만 세석산장까지는 왜 그렇게 길이 멀고 먼지 쉬엄쉬엄 세석산장까지 도착했다. 나는  천왕봉을 오르고 싶은 급한 마음에 조금 앞서 갔는데...


  촛대봉을 지나  내리막 왼쪽 길에서 기다리길 30분이 지나도 갑자기 아내는 나타나지 않는다.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가 보았지만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눌러봐도 휴대폰은 연결이 안되지. 그 때의 답답함이란... 피곤해서 몸은 말을 잘 안 듣고 갈 길은 먼데 해는 저물어가고 아무런 정신이 없었다. 장터목을 향해가는데 마주치는 분들의 인사에 아무런 인사도 못하고 혼자가는 길은 정상이 아니었다.


  장터목에서 감히 천왕봉은 쳐다보지도 못하고,세석산장과 장터목 산장의 전화 번호를 적고서 랜턴을 밝히고 백무동에 도착하니 아내는 차 안에서 푹 쉬고 있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지만... 그때의 반가움과 허탈함이란... 아내는 세석산장-장터목-천왕봉-장터목-백무동은 도저히 안되겠기에 세석산장의 이정표를  보고서 하산하는 등산객의 안내를 받으며 한신계곡을 타고 백무동에 어둡기 전에 도착한 것이다. 찾아 해메던 나만 조금 이상했던가? 결과적으로 우리는 무사히 도착했지만...  


  한 일행이 도착하지 않아 버스는 출발을 못 하고 있는데 한 여자 분이 어둠 속에 나타나 자기 남편이 한신계곡 어디선가 발목을 다쳐 걷지를 못한다고 구조를 요청한다. 물론 휴대폰 연락이 안되는  상황에서 산악회 임원진은 긴급 출동하고, 기다리다 지친 버스는 어쩔 수 없이 먼저 출발한다.


           ( 당일 종주 산악회 )


 광주의 많은 산악회가 1년에 1회 정도는  정기적으로  `지리산 당일 종주`를 하는데, 지난 주에도 2개의 산악회가 가더니 오늘도 2개의 산악회가 ` 지리산 당일 종주`를 위해  새벽 3시와 4시에 광주역에서 성삼재를 향해 출발한다.  


  내가 가는 S산악회는 3시에 광주역을 출발해서 성삼재- 노고단-천왑봉-중산리코스이고 ,  광주에서 산을 아주 잘 타시는 분들이나. 다른 산악회의  선두주자 분들, 마라톤 하시는 분들이 주축이 된 이름난 N산악회는 4시에 광주역 출발해서 성삼재-노고단- 반야봉- 천왕봉-대원사의 코스다.


 우리 보다 1시간 늦게 출발하는데도 감히 아직까지 엄두도 나지 않는 길고 긴 코스를 택하는데 지켜 볼 뿐이다.


 산악회버스를 이용하는게 장단점이 있겠지만 오늘의 장점은  운전의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힘든 산행을 하는데 운전에 신경쓰다 보면 산을 오르기도 전에 피곤해 가고 싶지 않는 경우도 있다. 산행 후 피곤함 속에서 운전한다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다.


           ( 출     발 )


 아내가 무사히 집에 도착했는지 확인 후에 핸드폰을 종료시킨다.  작년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지리산에서는 거의 통화가 안되는데 밧데리 소모량은 많아, 어두워지거나 하산시 쯤에는 먹통이 되어 중요하거나 꼭 필요할 때에는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출발하는 버스 속에서 산행이사의 설명을 듣는다. `작년의 경우 선두는 9시간, 후미는 15시간이 걸렸는데 오늘은  12시간 30분을 드립니다.  그야말로 믿을 수 있는 분 들만 오셨는데 모든 분들이 다 오후 5시 30분 까지는 무사히 중산리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시리라 믿습니다.`라는 고생 길의 격려에 다들 새벽 박수까지 보낸다. 


  잠을 못 주무셨을 분들을 위해 버스는  소등을 하더니 1시간 40여분만에 우리를 성삼재에 내려놓는다. (05시 7분전)  날은 이미 밝아 랜턴을 켤 필요도 없으니 좋다. 우리 보다 빨리 오신 많은 분 들이 모여, 산행전 준비체조를 하고 계신다.


 성삼재 주차장 입구는 아직 개방이 안된 상태인데 혹시  자가용을 가져오시는 분들은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천천히 걷는 것도 준비운동이라 생각하고 걸어가는데 깔아 놓는 돌길이 자연스럽지는 않지만 완만하다. 처음부터 뒤쳐지면 나중에 따라잡기가 힘들 것 같아  속력을 내어 노고단 산장에 도착하니 30분도 안 걸린다.(05:25)    일행중 나보다 앞서 가시는 두 분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 주능선  길 )


 맑은 날씨지만 노고단의 운해 보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취사장에서 식사하시는 분들은 몇 분 안되는 것 같은데  산행 시작하시는 분들은 길을 가득 메워 정체가 시작된다.(05시 30분경)


 좁은 길에서 앞에 가시는 분이 빨리 가야한다면서 길을 트면서 앞장서 나가시길래, 바짝 따라 붙고 보니 같은 차를 타고 오신 분이다.


 이 분은 `해마다 한 번씩은 지리산 종주를 하시는데  재작년은 성삼재-천왕봉-백무동 코스를 10시간, 작년은 다리가 아파서 11시간 걸렸다`고 하신다. ` 지리산 당일 종주를 위해서는 배낭을 가볍게, 가벼운 등산화를 신어야 한다. `는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도 가볍게 뛰기도 하면서 속력을 내본다. 잘 나있는 길을 따라 돼지평전을 지나고 금새 임걸령이다. 말하자면 처음에 촌놈 마라톤 한 격이다.


  물 맛 좋다는 임걸령 물을 한 바가지 떠서 마시니 시원한 이 기분 무엇이라 말할까?


  어느 분이 뛰어 가시길래 `왕복 종주하시는 (한국의 산하에 나오는) 산짐승님`이냐고 물어보니 `아니요,그냥 종주요`라는 말과 함께 바람과 같이 사라지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반팔 상의, 반 바지, 조깅화 차림에  아주 작은 가방 하나 만 메고, 그야말로 가벼운 차림이다. 뒤이어 이런 차림은 계속된다.


 배낭에 매단 표찰을 보니 익산 모 산악회의 `지리산 당일 종주` 라고 쓰여 있는데  한결같이 발놀림이 가볍다.


 이후 곳곳에서 이런 차림을 만나게 된다. 지리산에서 본 이런 차림이나 산악 마라톤 모습을 아직까지 다른 산에서는 거의 못 본 것 같다.


 고산지대라 추울까 걱정이 되어  긴옷에 조끼까지 걸치고, 굶을까 봐 이것 저것 집어 넣었으니 내가 몰라도 너무 몰랐구나. 


 '지리산 당일 종주'를 위해서는 가벼운 차림에 아무 것도 없이 와도 된다`고 어느 분이 말씀하신다.  산에서 제일 중요한 물은 중간중간에 있고 필요한 물품도 매점에 있으니 무거운 배낭은 조금 멀리 하는게 좋을 듯 하다.


  반야봉을 갈까말까로 망설인다는 노루목을 거쳐 삼도봉이다.(06::45)


 많은 분들이 三道에 걸쳐 아침 식사중인 곳을 지나가니 나무계단.


 다른 분들은 공포의  계단 (길이240m, 551계단?) 이라는데 나는 이 나무 계단이 참 마음에 든다. 내리막 길에 보폭도 적당하니 만들었고 거기에 고무쿠션까지 깔아놓았다. 계속되는 산길의 지루함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으니  종종  이런 나무계단이 나타나길 바라며 간다.


 성삼재로부터 2시간 가량 걸려 화개재 도착.(06:55) 몇 분이 쉬거나 사진 찍는 보습을 보고 화개재 안내판을 읽어보며 갈 길을 재촉한다.  


 `아니 벌써!` 우리보다 1시간 늦게 출발하여 대원사로 하산하는 종주팀도 산악회 이름과 함께 ` 지리산 당일 종주`라는 표찰을 달고 뛰어나간다. `허허, 저렇게 잘도 가니 오늘 대원사까지 계획을 잡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어보니 반야봉은 생략했단다.


 또 다시  오르막, 내리막 나무계단을 가볍게 밟고 내려서니 연하천 산장(08:25)이다. 여기서 1박은 못 하더라도 아침 식사라도 하고 가야지 하고 자리를 잡는다. 3군데서 나오는 물도 양껏 마시고 가지고 간 깨죽을 먹고 김밥으로 아침을 때우려는데 무슨 파리들이 이렇게도 많은지 밥맛이 떨어져 얼른 일어선다.  시원한 물 속에 잠겨있는 캔맥주 하나 마시면 좋으련만 금주기간이라 못 본척 그냥 지나친다.


 머리는 조금씩 아파오고 땀은 비오듯 한다. 조금씩 속력은 느려지고 발을  옮기기가 힘들어진다. 어디가 삼각봉, 형제봉인지도 모르고 벽소령 산장만 나타나길 기다리며 간다. 산장에서 나오는 마이크 소리가 들리는데 반갑다.  (09:55)                                                                                                


 최소한 산장에서 만큼은 여유있게 쉬어가자고 하는데 여기도 파리가 극성이다. 파리를 쫒아내며 배낭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하기위해 억지로 감자를 먹는데 입맛이 당기지 않는다.


 역시 시원한 얼음물이 최고다.


  멀리서 볼 때의 벽소령 산장의 모습 만 큼이나  산장 이름도 멋있다. 푸를 벽(碧), 밤 소(宵)의 벽소령이구나...  벽소령의  푸른 명월은 1박하면서 언제나 볼 수 있을까?


  벽소령이 지리산 주능선상의 중간지점이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01~52번 표시판 중 처음으로 30번의 표시판이 눈에 들어온다.


  더워서 상의는 반팔로 갈아 입으니 훨씬 몸이 가볍다. '진즉 갈아 입을 걸' 하는 생각이 든다.


조금 목이 탄다고 생각하는 순간 선비샘이 나타나니 반갑다. (11:12)


 갈증이란 말이 안 나올 정도로 몇 번 물을 마시고 머리에 물을 축이니 두통은 조금 덜 한 듯하고, 내친 김에 발까지 씻고 여기저기 물파스까지 바르니 여기가 오아시스같은 기분이다.  오아시스를 지나 세석산장까지가 마의 구간이라는 것은 작년의 산행에서 느낀 일.  이 구간이 점심 때이고, 능선상의 3분의 2를 향해가고 있고 시간상으로도 피곤한 구간이겠다.


  이 길에서 작년에는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인생길은 몇 구비냐`를 얼마나 불렀던가?


 오늘은 가다보면 언젠가 나오겠지 , 다른 사람들 앞서 가시라고 하면서 쉬엄쉬엄 천천히 간다. 어디가 칠선봉이면 어쩌고, 영신봉이면 어쩌리!


 생각보다는 쉽게 세석산장 도착이다.(12:55)  성삼재로 부터 8시간 걸렸는데  작년 보다는 1시간 가량 빨리 오고 오늘은 주어진 시간에 비슷하게 도착하니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그런데 사람들이 많기도 하다. 오늘은  산에 다니시는 분들이 대부분 지리산으로 모였나? 그 유명한 철쭉은 온데 간데  없고 `자연 생태계 복원 중` `출입금지`란 표시만 눈에 뜨인다.


 산장 바로 아래 있는 물을 모른체 할 수 있겠는가?


 많은 분 들의 식사하는 모습을 뒤로하고 촛대봉쪽으로 오르는 데 작년의 왔다 갔다 하면서 헤매던 기억이 떠오른다.


  오늘 우리 동행들은 앞서 가셨는지, 어디로 가셨는지 임걸령 이후 한 분도 보이지 않는다. 점심을 해결하기위해 적당히 그늘 진 곳에 자리를 잡는다.


 깁밥 3개를 먹으니 더 이상 안 넘어간다. 할 수 없이 얼려 왔던 황도를 꺼내어 먹으니  시원하고 맛도 좋다. 또 다시 파리들. 요즈음 파리가 잘 안 보이더니 사람들 따라 지리산으로 다 모였나?


 어느 분이 `처음에는  마라톤으로 달려 왔는데 갑자기 발이 안 떨어진다`고 하시길래  `쉬었다가 천천히 오십시오`하며 가는데 나도 걸어가기가 힘들긴 마찬가지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오늘의 마의 구간은 장터목을 향하는 길이다. 삼신봉이고 연하봉이고 눈에 들어 오지 않는다.


  무슨 날씨가 이렇게도 더웁단 말인가?  내가 이렇게도 산길을 못 간단 말인가? 천왕봉을 오르고 예정된 시간에 하산지점까지 도착 할 수 있을까?  이제는 조금씩 걱정도 생긴다.


오늘도 사람들이 많이 붐벼 장날 같은 장터목에 어렵게 도착(오후2:45) . 물 마시러 가기도 귀찮아 배낭속의 미지근한 물로 목을 축인다.


        ( 드디어  천왕봉을 향해서 )


 수 많은 사람들의 하산 시간이라 곳곳에서 정체가 된다. 정체를 핑계삼아 쉬어가는 시간이 늘어간다.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 만 보던 제석봉의 고사목을 보니 꼭 다른 세상에 온 것도 같다.


 안내판에는 인간의 탐욕을 꾸짖고 있지만  묘한 운치도 느껴진다.


 통천문을 지나 드디어 천왕봉(오후3:55).  


 조망과 함께 사람들 구경이다. 그 누가 뭐라고 해도  동네 뒷산에 앉아있는 듯한 편안한 기분이다.


  지리산의 제 1경.  천왕봉의 일출은 머리 속에 한 번 그려만 본다.       


           ( 하      산 )


아예 자리를 잡고 언제 움직일 줄 모르는 분들을 뒤로하고 아쉽지만 다음에 또...  올라왔으니까 당연히 내려 가야지.


 내려가시는 어느 남자 분이 `지리산을 다녀 가면 다른 산행에 자신감이 생긴다`고 하자  여자 분이      `지리산을 다녀가면 얼마간은  다시 안가고 싶은데 언젠가 또 다시 다녀가게된다`고 경험담을 이야기 하신다.


  가파르고 돌도 많은 길을 따라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로타리 산장을 지난다. 망바위, 칼바위도 한번 씩 쳐다만 본다.


 중산리 매표소를 지나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오후 6:30),  남편과 함께 천왕봉까지 오르고 나보다 먼저 도착하신 여자분도 계신다.


 지금은 피곤한 상태지만 조금 후면 몸과 마음이 아주 가벼워질 것이다.


 다음에는 누구와 어느 코스로 지리산을 가 볼까?   또 천왕봉의 일출을 향해서...


 괜히 걱정아닌 걱정이 생긴다.


 `자연 앞에 겸허해지라`는 말을 되새기며, `맑은 날씨와 무사한 산행`에 감사를 드린다.





▣ 마음의평화 - 목마르면 물마시고, 어두우면 불밝히고, 일이 있으니 하는거고, 산이 있으니 오르는거고... 좋은 친구와 좋은 술이 함께 하니 그냥 한잔 하는거고... 건강하세나. 산이 있고, 친구가 있는데 언제든, 어딘들 못가겠나. 종주 성공을 축하합니다.
 ☎ 일상사의 잡다한 생각이 산에 오르면서 씻겨 내려가니 마음의 평화를 누리는 시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이도 마음의 평화와 같겠지요.                                           


▣ 김학준 - 그렇게 당일 종주도 하는군요. 지리산 당일 종주는 마라톤하시는 분이나 하는걸로 알았는데... 수고하셨습니다.
☎ 긴 종주길이니 빨리 시작해서 좋은 길에서는 빨리가고 체력이 받혀주면 꾸준히 가면 되리라 봅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 수객 - 많은 인원이 당일 종주가 가능하군요,물론 철저한 준비 하셨겠지만,수고 하셨습니다.
☎ 정초의 회문산,강천산 산행이후 왕성한 산행이 부럽습니다. 계속해서 안산,즐산 바랍니다.감사합니다.                                                                     


▣ 운해 - 댓글이 날아갔네요. 광주에서 천오아봉까지 1시간 4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근거리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습니까? 언제나 줄산 하시고 건강 하세요.장안산이란 닉이 제고향땅에 있는 산이라 그런지 더욱 친밀감으로 다가 옵니다.                                                                                        


 ☎ 勇者護山 이란 말이 떠오르는군요. 원칙을 세우시고 단독으로 야간 종주 산행을 한다는 게 누구에게나 쉬운일은 아닙니다.  장수의 장안산. 어감이 괜찮고 기타... 슬쩍 빌렸습니다. 감사합니다.


▣ 비비추 - 지리산의 산새알의 80%가 무정란이란 말을 들었습니다. 망가져하는 우리의 산하 다시 한번 생각해봅시다. 우린 곧 새소리없는 지리산을 걸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봅시다  ☎  혼자가는 지리산 길에 들리는 새소리. 반갑게 맞이 해주는 것은 오로지 이름모를 새소리 뿐이었습니다.  우려의 말씀 정말 되새길 일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