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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산꾼 개들과 함께한 치악산 종주



산행일시:2007년 1월 31일 수요일   흐리고 산중 대설

산행코스:강원도 원주시 치악산 종주코스 - 총거리 21.5km이상
          구룡탐방지원센터-구룡사-세렴폭포-사다리병창길-비로봉(1,288m)-곧은치
           -향로봉(1,042m)-남대봉(1,181m)-상원사-성남매표소

산행팀원:아빠와 나(천지인, 초등학교4학년)

특별참가견:구룡이(가칭; 구룡사시내버스주차장에서 만난 개)
                 상원이(가칭; 상원사에서 만난 개, 본명은 '돈수'로 밝혀짐)



                

겨울방학이 진짜 며칠 안 남았다.
이번엔 치악산을 종주하기로 마음먹었다.
은혜갚은 꿩 이야기를 책으로 읽은 적이 있어 언제고 한 번 가보고 싶었다.
아빠한테 치악산에 가자고 말씀드렸더니,
"뉴스보니 내일부터 전국이 강추위란다. 산 속은 칼바람불면 체감온도 영하 20도는 내려갈지 모른다. 그래도 갈래?"
"네!"
......


아빠는 제대로 주무시지도 못하고 새벽운전을 하시며 원주로 출발했다.
차를 시외버스터미널근처에 주차한 다음 원주시내버스 41번 버스를 타고 치악산 구룡사로 향했다.

도착하니 8시 반이 다 되었다. 종점인 이곳에서 내린 사람은 우리 둘뿐.
버스기사아저씨가 산행잘다녀오라는 인사의 말씀을 건네 주셨다.


출발에 앞서 사진을 찍으려 하는데 어디서 왔는지 귀여운 개 한마리가 내주위에서 시선을 끌고 있다.

요즈음 산행지에서 개를 만나곤 하는데(가리왕산, 육십령 등) 여기서도 또 만났다. 아빠가 웃으신다.
이 개가 어디까지 따라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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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가 다 되어간다. 출발이다.
문화재관람료를 받는다. 어른 2,000원 어린이400원
구룡사까지는 길이 잘 닦여져 있어서 차도 드나들 정도다. 물론 사찰에 볼일이 있는 차만 해당되겠지만...
우리 두 사람과 개 한 마리만 걸어간다.
구룡사의 오전은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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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사계곡은 오늘아침 강추위로 더 꽁꽁 얼어붙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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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렴폭포도 얼어있다. 계속 개가 따라다니니까 임시로 이름을 지었다.
구룡사주차장에서 만났으니 '구룡'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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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렴폭포를 지나 다리를 건너면 사다리병창길과 계곡길로 나뉜다.
우리는 사다리병창길로 간다.
시작부터가 계단인 모양이다.
구룡이도 따라 오른다.
이 조그만 개한텐 엄청난 길이와 높이의 계단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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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병창길은 치악산에선 유명한 코스라고 한다.
제법 험하다. 얼음위에 눈이 쌓여있는 암릉길이다. 한마디로 '추락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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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병창 암릉구간에 너비가 몇 십 센티미터 정도 되고  깊이가 몇 미터가 넘는  크랙이 있는데

구룡이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점프를 하며 기어코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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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난간이나 보조자일이 설치된 구간이 여럿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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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고가는 산님들이 없어 오늘 러셀은 우리가 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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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봉이 가까워질수록 바람도 세지고 눈발도 제법 날린다.
구룡이는 끈질기게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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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비로봉(1,288m) 정상이다. 오전 11시 40분 정도 되었다.
엄청난 바람이 분다.
원래 오늘 전국적으로 추운데다  산정상에서 칼바람마저 불어대니...
구룡이도 함께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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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 >                                                                                      <구룡이>



비로봉에서 바라본 치악산 능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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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구룡이가 걱정되었다.
우리는 치악산을 종주해야하는데  우리를 계속 따라오게되면,

구룡사와 비로봉 주변을 잘아는 구룡이라 할지라도 남대봉지나 저멀리 상원사아래 마을까지 

거의 20km는 떨어져 있는 곳에 가서 잘 적응할지 걱정되었다.
마침 몇 몇 산행팀들이 비로봉에 속속 도착하였다. 정상에 사람들이 제법 많아졌다. 
다른 산님들도 산 정상의 개를 보고 한 마디씩 하였다.
우리는 개와 함께 올라온 사정을 대강 이야기 했다. 다행히 산님 중 일부가 구룡사쪽으로 하산한다고 하였다.

우리는 구룡이가 방심한 틈을 타서 비로봉을 내려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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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사계곡길 갈림길에서 비로봉을 올려다 본다.

구룡아 길 잘찾아 내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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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간다.
헬기장에서 비로봉이 보인다.
구룡이는 잘 내려갔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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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람이 거세다.
눈도 많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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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벌판을 아무런 장애물없이 통과한 세찬 칼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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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은치에 다다르기 전 헬기장에서 간단히 점심식사를 한다.
다음번엔 꼭 보온도시락에 점심을 준비해오기로 다짐을 해본다.


곧은치를 지나 향로봉(1,042m)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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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로봉에서 바라본 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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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은치이후론 사람이라곤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이런 심술궂은 날씨에 누가 이런 종주산행을 할까?
눈이 함박눈이 되어 내린다. 아직 해질 시간이 아닌데, 카메라는 플래쉬가 터지며 사진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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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만에 눈길을 오르내리며 남대봉(1,181m)에 다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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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하산이다.
적어도 해지기전에 상원사엔 도착해야한다.
지금 오후4시 50분이 조금 넘었지만 눈보라의 흐린날씨로 어둠이 빨라질 것 같다.


우리가 러셀을 하며 내려간다. 물론 길은 아직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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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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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상원사를 바라보며 사진도 찍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그런데 사찰안에서 큰 개 짖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아마 낯선 우리를 보고 짖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은혜갚은 꿩의 전설을 생각하며 서둘러 하산을 계속한다.
우리가 가면 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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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사에서 계곡을 따라 내려가고 있는데, 뒤에서 딸랑딸랑 방울소리와 함께 커다란 개 한마리가 나타났다.

우리를 스치듯이 앞서 내려간다. 정말 커다란 개다. 개라서 다행일 정도로 커다란 개다.
계속 우리 주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방울소리를 내며 따라오거나 앞서간다.
오후 여섯시가 넘으니 해는 완전히 지고 둥그런 달이 보일 듯 말 듯하다.
헤드랜턴을 준비했다. 이 커다란 개는 계속 우리와 함께 내려간다.
임시로 이름을 또 지었다. 상원사에서부터 따라왔으니 '상원'이라고...

그런데 이 상원이가 길잡이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 같았다.
아빠는,
"상원이가 러셀한 개 발자국을 따라가도 되겠다"
고 하셨다.

상원이는 거의 정확히 사람다니는 길로 자신의 발자국을 남기며 앞서간다.
좀 많이 앞서갔다싶으면, 멈추어 기다리다 우리가 가까이 따라오면 다시 앞으로 간다.
가끔은 우리 뒤로 조금 뛰어갔다 다시 나타나 앞서간다.

깜깜해야할 밤이지만, 이따금 달빛도 나타나고 눈이 많이 쌓여있어 헤드랜턴 불빛으로 충분했다.

게다가 상원이가 길안내(?)까지 해주니...
성남매표소까지 내려오는 길은 계곡을 여러차례 건넌다. 물론 다리가 설치되어 있다.
계곡과 계곡옆 너덜길은 눈이 소복히 쌓여 있어 그게 그거 같은데 상원이는 사람다니는 길을 거의 정확히 걷는다.

마을이라고 하기엔 부족하지만 몇 채의 집이 나타나고 길이 넓어진다.

이 커다란 개가 지나가니 동네 개들이 다 짖어댄다. 상원이가 개짖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조금 으르렁거리며

가까이 가보려고 한다.
아빠가,
"상원아, 괜찮아  괜찮아"
하시며 진정시키니 다시 우리쪽으로 온다.
이런 일이 몇 번 있었다.
마치 우리 말을 알아 듣는 것 같았다.

마을주변 산길에서 어떤 아주머니를 만났는데 아주머니가 이 개를 알아보시고,
우리로부터 떼어내 상원사로 돌려보내려고 하였지만 상원이는 계속 우리를 따라왔다.

마침내 불꺼진 성남매표소를 지난다. 저녁 7시 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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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시내로 들어가는 시내버스를 타기위해 주차장까지 걸어내려가니,
불켜진 식당이 하나 있다. 사람들이 제법 모여 있는 것이 창문너머 보인다.
버스시간을 문의하러 들어갔더니, 상원사 개가 함께 내려온 것을 보고 다들 놀란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함께 내려왔다고 했더니 더욱 놀란다.

아빠는 마을사람들에게 상원사에 전화해서 개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알려달라고 부탁하셨고,

그 중 어떤 아주머니께서 상원사로 전화를 해서 상황을 알렸다. 내일 개를 데리러 온다는 답변을 들었다.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려 오늘의 마지막 버스가 도착했다. 우리는 상원이와 아쉬운 작별을 했다.

상원아, 안녕!

마을사람들과도 작별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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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신기한 치악산 종주산행이었다.
올라갈 땐 구룡사쪽에서 '구룡이'를 만나 함께 오르고,
내려올 땐 상원사쪽에서 '상원이'를 만나 함께 내려오고.
......

아무튼 너희들을 만나 즐거운 산행이었다.


아빠가 다음날 상원사로 직접 전화를 걸어 개가 잘 돌아갔는지 확인하시면서 개이름을 알아냈다.

 

상원이의 이름은,


'돈수'


라고.


치악산하면 가장 먼저 구룡이와 상원이(아니 돈수)가 떠오를 것이다.



부족한 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모두 즐겁고 건강한 산행하세요.


어린이산꾼  천지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