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국망봉(1420m), 상월봉(1394m)
위 치 : 경북 영주시, 충북 단양군
산행코스 : 점마–석천계곡–상월봉–국망봉–상월봉–복관터골–점마(덕현2리)
산행일자 : 2004년 5월 29일/나와 아내
◐산행기록
08:19 점마 주차장 출발
08:56/09:04 석천폭포
09:56/10:02 휴식
10:26/10:34 샘터
10:42 대기재
11:06/11:20 상월봉 정상
11:20/12:24 점심식사 및 철쭉감상
12:24/12:29 국망봉
12:50/13:07 상월봉
13:41/13:46 복관터골 샘터
13:54 복관터의 큰개울을 만남
13:59/14:03 沼가 넓은 폭포앞에서 휴식
14:25/14:35 개울가 좋은 바위에서 휴식
14:59 여름에 수십명은 앉아 놀수있는 물이 흐르는 넓은바위를 지남
15:14 임도(차가 다닐수 있는 비포장길)
15:24 점마 주차장
◈아내와 함께한 소백산 철쭉 나들이(국망봉~상월봉)
거의 한달 동안 혼자만의 산행을 하였고 특히 근래 2주사이 4번씩이나 소백산을 오르면서 눈치없이 좋은 풍경에 대한 자랑만 늘어놓은 것이 마음에 걸려 철쭉꽃도 구경할 겸 아내와 집을 나섭니다.
풍기읍내를 한바퀴 돌며 간단하게 장을 보고 10여분 조금 넘는 길을 달려 점마 주차장에 도착하니 조그마한 주차장엔 차들로 넘쳐 나고 시내로 나가는 길을 따라 도로변에 차들이 길게 이어져 있습니다.
좋은 곳을 골라 차를 주차하고 오늘 산행할 산과 계곡을 한번 쳐다본 후 철쭉꽃 구경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데 오늘따라 발이 무척 무겁습니다.
등산로도 없는 소백산 뒷골계곡을 헤집고 다닌 피로가 풀리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내와 보조를 맞추며 농로를 지나고 본격적인 등산로 초입에 들어서는 순간 강렬한 향이 코끝을 자극 합니다.
가만히 향기의 주인을 찾아보니 등산로 양옆에 가득한 찔레꽃 향입니다.
백옥같이 맑고 순수한 웃음을 활짝 웃고있는 강렬한 찔레꽃 향은 분위기 물씬 풍기는 걷기 좋은 오솔길을 따라 석천폭포까지 길게 이어집니다.
몇번의 오르내림이 있었지만 무심히 지나치기만 했던 석천폭포를 구경하기 위해 급경사면을 내려가니 웅장한 소리에 걸맞는 석천폭포의 비경이 연출됩니다.
높이는 10m 정도로 비로폭포의 반정도 밖에 안되지만 수량은 오히려 2배 이상 되어보이니 더욱 위용있어 보입니다.
잠시 아내와 어린애들 처럼 포즈도 취해보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세차게 흐르는 폭포수에 몰입하다 보니 마치 폭포수 속으로 몸이 빨려 들어 가는 것 같습니다.
얼른 정신을 차려서 다시 계곡을 거슬러 오르지만 폭포수의 웅장한 소리에 먹먹해진 귀엔 한참동안이나 물 흐름 소리가 메아리 치고 있습니다.
아늑하고 정겨운 계곡 길을 아내의 단독 산행가이드가 되어 연인이 되어 때론 친구가 되어 느즈러운 발길을 옮깁니다.
친구들과 동행하며 예기해줬던 폭포와 수정 같은 물방울이 솟아오르는 조그마한 沼, 옛날 제법 큰마을을 이루며 살았던 집터의 흔적까지 제법 자세한 설명은 계곡이 끝날 때 까지 이어집니다.
오랜 시간 계곡과 함께한 등산로는 대기재를 향하여 경사각을 높이니 여유로웠던 몸에서는 다시 땀이 흘러 내리기 시작하고 갈증을 느낄 즈음 아내가 쉬어가자고 합니다.
우선 갈증은 집에서 가져온 달밭골 물로 해소하고 길다란 오이의 껍질을 쓱쓱 벗겨 한입 베어 무니 세상 부러울 게 없는 맛입니다.
잠깐의 휴식으로 힘을 얻은 몸은 제법 급한 경사 길을 어려움 없이 올라 샘터에 도착합니다.
더없이 차고 뒷끝이 깨끗한 물을 한사발 들이 마시니 속이 뻥 뚫리는 기분입니다.
샘 밑에 조그만 웅덩이를 하나 파서 고인 물로 점심때 먹을 고추를 씻던 아내는 손이 시리다며 남편에게 엄살을 부립니다.
이제 상월봉까지 얼마 남지 않은 길…
머리 속으로 천상의 낙원 상월~국망능선의 비경을 떠올리며 지친 아내와 나 자신을 다독여 대기재를 지나 상월봉에 오릅니다.
상월봉에 올라 국망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보자 아내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옵니다.
아내도 소백산 등산은 수도 없이 했지만 어쩌다 국망봉까지 온다 해도 초암사로 바로 내려갔기에 소백능선 중 제1의 비경인 이 능선을 처음 보는 것입니다.
2주사이에 벌써 4번째 오른 상월봉이지만 특히 오늘은 아내와 함께해서인지 감회가 남다른 느낌입니다.
광활한 산능성이에 아름답기 그지없는 초원과 간간이 붉은 빛을 띤 철쭉의 모습!
지금 이순간 이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벅찬 행복을 맛봅니다.
하늘에 조용히 떠있는 뭉게구름 만큼이나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능선으로 내려서는 길…
앞서 가던 등산객들 입에선 또다시 탄성이 터지기 시작합니다.
어머! 저 꽃들 좀 봐!
천상의 화원 소백의 꽃동산을 걷는 사람들 얼굴엔 꽃보다 더 환한 미소가 번져 나고 어딜 봐도 꽃동산이니 모두들 사진 찍기에 분주합니다.
우리도 사진 찍는데 정신을 파는 사이에 지나가던 한무리의 단체 등산객들중 리더로 보이는 사람이 “봐라! 내가 뭐라 카드노, 소백산오길 잘 했제!”하며 우쭐해 하니 뒤따르던 산객들이 “오늘 소백산 정말 잘 왔다, 이렇게 좋을 수가”하며 저마다 한마디씩 합니다.
한없이 들떠 오르는 마음도 진정시키고 좋은 풍경도 좀더 가까이서 즐기기 위해 환상의 초원 중앙에 자리한 바위에 느긋하게 걸터 앉아 점심을 먹으며 꿈결 같은 시간을 흘려 보냅니다.
꽃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하여 꿈결 같은 시간을 흘러보내고 국망봉에 올라 잠깐의 휴식을 취한후 되돌아 가기 위해 다시 걸어보는 환상의 꽃길에서 아내의 발걸음은 마냥 늦어지기만 합니다.
아마도 떠남이 아쉬운가 봅니다.
자연이 만들어준 철쭉꽃 터널도 지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철쭉의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은 후 한참을 다시 상월봉 근처에서 머물다가 또다른 길로 올라 오시는 등산객들을 만납니다.
어디서 오시는 길이냐 물어보니 점마에서 올라오는 길이랍니다.
언뜻 점마 주차장 가기 전 좌측으로 난 길이 생각나 물어보니 맞다고 하시면서 계곡이 너무좋다며 자랑을 늘어 놓습니다.
안 가본 길이니 당연히 하산 길로 정하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내려섭니다.
급한 내림길을 10여분 내려서니 자연석이 마치 성을 쌓아 놓은 듯 길게 놓여있고 여기서부터 등산로는 서서히 경사각을 낮추기 시작합니다.
오랜 세월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없었던 등산로엔 내딛는 걸음을 따라 낙엽 밑의 시커먼 부토가 일어납니다.
어제 오늘 계속 인적 없고 흙 냄새 풋풋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등산객이 제일 많은 오늘 같은 날 이렇게 호젓한 산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도 복이라면 복이겠지요.
상월봉에서 30여분 내려오니 제법 물소리가 센 개울을 만나고 5분정도 꼬불꼬불한 길을 더내려가니 바위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샘을 만납니다.
시원한 한모금의 물은 활력을 돋게 하는 감로수입니다.
맛있는 물을 한모금 먹고 나니 아침에 잠깐 TV에서 본 말이 생각납니다.
“물을 먹은 후 30초가 지나면 벌써 피에 흡수되기 시작하고 1분이 지나면 그 피는 머리까지 올라가며 20분이 지나면 피부로 스며든다” 합니다.
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갑자기 물이 피같이 소중하게 보여 다시 한 바가지를 들이키니 정말로 몸에 생기가 도는 듯 합니다.
다시 생기를 되찾은 발길로 10여분을 더 내려와 본격적인 복관터골 계곡과 만나니 여기서부터 또 다른 계곡의 비경이 연출됩니다.
수량으로 따져도 석천계곡 보다 적지 않은 물이 거침없이 흘러 내리니 어김없이 아름다운 폭포와 沼가 만들어 집니다.
폭포 하나 하나 구경하며 내려오다 沼가 제법 큰 개울에서 쉬어가기로 합니다.
잠시 앉아 쉬는데 폭포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천연에어콘 역할을 하니 어느새 흐르던 땀방울은 자취를 감추어 버리고 슬슬 추워지기 시작합니다.
더 머물고 싶어도 추워서 머물수가 없으니 다시 일어서는 수밖에요.
너덜길이 잠시 열리는가 싶더니 이내 발목까지 덮히는 낙엽 가득한 길이 이어지니 푹신한 발의 감촉이 너무도 좋습니다.
오랬만에 남편과 산행에 나선 아내는 내려가는 길이 아쉬운 듯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또 쉬어 가자며 바위 위에 자리를 잡습니다.
아무도 없고 둘이서 만 걷는 등산길이니 누구의 방해를 받을 일도 없고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는 편하고 호젓한 길입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오이 2개로 허기를 채우고 물소리를 따라 호젓한 길을 걸어 나오니 숲이 터널을 이룬 등산로에서 아침에 맡았던 것보다 더욱 짙은 찔레꽃향을 가슴깊이 음미하고 임도를 거쳐 점마 마을로 내려왔습니다.
나의 주관적인 입장에서 볼 때 상월봉~국망봉 구간 철쭉은 오늘이 절정인 것 같았으며 오늘 처음 걸어본 복관터골 등산로는 계곡 자체만 볼때는 석천계곡 보다 좋아 보이나 등산로가 좀더 험하고 거리도 석천계곡보다 먼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웅장한 석천폭포에서....
석천계곡 폭포
상월봉~국망봉 능선
능선 꽃밭에서...
이상 상월봉~국망봉 능선에 핀 철쭉꽃입니다
복관터골 폭포1
복관터골 폭포2
복관터골 폭포3
복관터골 폭포4
복관터골 폭포5
발목까지 덮는 낙엽길
함박꽃
개불알 꽃
개불알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