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행일시: 2004. 6. 12-13(1박2일)
2. 날씨: 6/12 흐림, 6/13 맑음(화창)
3. 코스: 무주리조트→설천봉-향적봉→중봉→갈림길→동엽령→무룡산→삿갓골재대피소(1박)→삿갓봉→남덕유산→영각사매표소
4. 인원: 2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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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일들이 규칙적으로 묶여 있는 오늘날, 우리 생활 속에 남아 있는
비록 일시적이나마 완전한 자유로운 삶의 방식 하나가 산행이다.” -폴베시에르-

회사산악회 정기산행일.
5월내내 산불예방기간이라 입산통제 때문에 서울근교산인 수락산, 북한산, 도봉산으로 돌아다녔는데...모처럼 회색의 도시를 벗어난다고 하니, 마음은 벌써 대간길에 서있는 듯 들떠 있었다.

6월 12일(토) 07:00 삼성동 회사를 출발하여 11시경에 무주리조트 곤도라 타는 곳에 도착하였다. 삼공리주차장에서 시작하여 백련사로의 산행이 아쉬웠지만, 많은 인원과 함께하는 주최측의 의도로 곤도라를 이용하여 정상을 쉽게 올랐다.
아름드리 되는 주목 등 수많은 수목들을 훼손하면서까지 스키장을 건설했어야 했는지...
자연훼손현장을 견학하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너무도 쉽게 올라와 버린 향적봉(1,614m).
어린 유치원생부터 할머니, 구두를 신고 올라온 중년의 아주머니들이 좋아라고 깔깔되는 모습이 몹시 못마땅하다. 이토록 쉽게 올라와 버렸으니, 그들에게 자연에 대한 외경심이 있을 수 있을까.
수많은 사람이 운집한 향적봉엔 언제부터인지 파리 떼들이 우글거리는 오염천지가 되어버렸다. 손으로 파리 떼를 쫒으며 인적을 피하듯 잰 걸음으로 중봉으로 향했다.

송계3거리 갈림길에 12:45분에 도착.
잠시 휴식하며 드넓은 덕유평전을 관망하니, 예나 이제나 너무도 좋다.
이곳 덕유산은 전북 무주와 장수군, 경남으로 거창군과 함양군을 에워싸고 있는 큰산이다.주봉인 향적봉(1,614m)을 중심으로 안팎의 장중한 능선이 남으로 뻗쳐있는 전형적인 육산이다. 아침이슬을 맞고 피어있는 개망초, 붓꽃 등 온갖 야생화군락으로 드넓은 덕유평전은 싱그러움을 더해준다. 장쾌한 조망을 바라보며 완만한 능선 길을 내려서니, 동엽령이다.
1,320m 이정표에서 잠시 시원한 골바람으로 더위를 식히고, 능선을 향하여 오르막을 박차고 올랐다.

등산로 주변에는 북한의 국화라는 함박꽃나무(산목련)의 하얀 꽃이 이제 막 피어나서 아름다운 자태로 우리를 맞고 있었고, 붉은병꽃나무, 물푸레나무, 작살나무 예쁜 꽃과 싸리나무 꽃향기. 층층나무, 말채나무, 느릅나무, 소사나무, 철쭉군락, 진달래, 국수나무군락을 지나서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1,491m 무룡산에 올랐다.

백두대간 종주 팀과 잠시 만나서 덕담을 나누며 휴식을 했다.
부럽기 그지없다. 시간과 체력과 함께할 수 있는 좋은 동료가 있다는 것이 말이다.
한때는 이 몸도 백두대간을 계획하기도 했고, 구간종주팀을 따라 구간종주도 했지만,
아쉽기만하다.

한 비야의 글처럼 나도 언젠가 백두대간을 종주하고 싶다. 아니 꼭 할 거다.
나이가 들수록 하고 싶은 일이 점점 많아진다. 더 많은 국내산을 찾아야 하고, 더 많은 곳을 여행해야 하고, 특히나 세계 명산을 다녀와야 한다. 킬리만자로, 몽블랑, 일본의 북알프스, 후지산, 말레이시아의 키나바루에 이어 더 많은 곳을 찾아 다녀야 한다.

무룡산에서 30분 거리인 삿갓골재대피소에 4시가 채 못 되어 도착했다.
후미를 기다리는 동안의 휴식은 꿀맛이었다.

지리산 장터목산장을 축소해놓은 듯한 삿갓골재대피소.
70명정원이라는 대피소에 칼잠을 자기 싫어서, 취사장 내려가는 공간에 배낭을 베개삼아 하늘을 보며,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밤을 지새웠다.
새벽녘에 일어나서 바라다 본 밤하늘엔 별들로 가득했다.
모처럼 이렇게 많은 별을 보기에는 얼마나 오랜만이던가.

4시 반에 기상하여 먼 길을 위해 준비하느라 첩첩산중 대피소는 이른 새벽부터 분주했다.
어제와는 달리 날씨도 너무너무 좋았다.

6시에 대피소를 뒤로하고, 백당나무, 말채나무, 산목련 향기를 맡으며 삿갓봉을 오르고, 치달아 오르막을 올라 1,507m 바윗산 남덕유에 안착한 시간이 07:40.
남덕유에서 지나온 길을 돌아보는 것도 참 좋았다. 저 멀리 향적봉송신탑이 가물가물 잡히고, 육십령쪽으로 뻗어진 장쾌한 조망은 가슴을 시원하게 했다.
일행들 또한 감탄사의 연발이었다.

다른 일행은 서봉코스로 떠나고, 영각사 코스로 발길을 옮겼다.
지루하리만치 많은 철계단을 내려서니, 조릿대 우거진 산길의 연속이다.
한 무리의 단체산행팀을 만나니 하산하는 우리를 보며, 다들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계곡사이의 지루한 너덜길, 돌계단을 통과하고 까치박달, 졸참나무, 신갈나무 숲을 지나서 영각매표소에 10시가 조금 지나서 도착했다.

1박2일의 꿈결 같은 산행.
1,300고지 대피소에서의 1박은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젊은 시절부터 산을 알게 된 것이 너무너무 감사하답니다.

[2004. 6월 덕유산]


▣ 쟌제스칸 - 저도 그 날 삿갓재 대피소에서 일박 했습니다. 산장내부에서는 술 주정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취사장 내려가는 공간에서 단 잠 주무셨군요. 새벽 3시 30분 즘에 취사장 내려가다 혹시 제가 안 밟았나, 걱정 되네요.
▣ 글쓴이 - 반갑습니다. 그날, 대피소엔 인원이 많았죠. 술주정에, 탱크 지나가는 소리(코고는 소리)에, 정말 미치겠드라구요... 생각건데는 '등산학교 정규과정'출신답게 비박을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빈 공간에 몸을 뉘었지요, 반갑습니다. 쟌제스칸님.
▣ 알부남 - 덕유산 종주를 추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