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雨中山行 설악산 울산바위 폭포를 보고와서.







"설악산"산행기


(강원 속초시, 양양군. /2004년 6월 20일/날씨 : 비옴(폭우)/ 산행 : 2시간 30분 )







◈ 산행코스 : 설악동(09 : 50) - 신흥사 - 흔들바위 - 울산바위(11 : 20) -흔들바위 -신흥사 - 설악동(12 :20)







참석자 : 최종문, 단순하게 (이상 2)




◈ 산행일기








비가 줄기차게도 내린다.


이 비가 얼마만인지...


문득 지난 2년간 우리를 휩쓸고 간 루사와 매미의 악몽같던 기억을 떠오르도록 만든다.



19일 저녁.


하루의 일을 정리하고 집에 들어오는길.


항상 주말만 되면 내 맘은 어느새 산으로 저만큼 달아나 버리고 만다.


무릅이 이상해서 앞으로 산행을 자제할꺼라고 했는데.


한 2주 산행을 쉴 생각이라고 했는데


그 뜻과 내 맘과 내 의지는 별개인 듯. 따로국밥에 불과했다.


역시 맘이 가는데로 몸은 움직이는 법.


"길따라산악회"를 따라 산에 가기로 했는데 아마도 "두위봉"이었지?


비로 인해 취소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잘됐네 한주 푹 쉴수 있겠네" 라는 생각은 한순간에 그냥 스치듯이 사라져 버렸다.


그 빈자리를 대치하듯 나타난 물음.


"그럼 난 어쩐담. 비도 이렇게 많이 내리는데. 함 혼자서 우중산행이나 갈까나?"


"어느산으로 갈까?"


어느새 난 산행계획을 짜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아니 지금 제정신인감?


몸이 않좋다고 투덜거리고, 또 그에 모자라 이렇듯 비까지 내리는데. 태풍은 올라온다는데."



집에 오는 길.


차는 비를 뚫고, 나는 어느새 내 마음을 뚫고 있었다.



모처럼 일찍 들어와 컴 앞에 앉아 즐겨찾기를 다시 클릭. "한국의 산하"에 접속을 했다.


지역별 모음을 클릭. 그리고 그중 강릉 인근의 산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지도책도 펼쳐들고.


"우중산행이라... 그럼 그에 맞는 산은 어딜까?"


산행기를 뒤져봐도 마땅한 산이 눈에 뛰지는 않았다.


"그래 어짜피 큰산이 제일이지, 괜히 유명한 것은 아니잖아. "



이렇게 되어 지난 나만의 아품이 있는 "오대산"이 1차 산행지로, 혹시 입산통제시를 대비해 지난번 가려고 준비했던 가까운 "피래산"이 2차 산행지로, 마지막으로 약간은 만만한 "안보등산로"가 3차 산행지로 결정이 되었다.



편한 맘으로 우리 카페를 뒤지는데 낮익은 노래가 들렸다.


늦은 시간은 아닌데. 최종문 선배의 전화였다.


"형진아 비오는데 뭐하냐? 내일 산에 안갈래?"


"어. 형 그렇잖아도 내일 우중산행을 계획했는데. 형은 어느산 가게요?"


"그냥 가까운데 설악산 울산바위 어떠냐? 내가 거기 간지 10년도 넘은 것 같다."


"그러네 나도 거기 간지 오래됐는데 같이 갑시다."


"그럼 형진아 내일 9시. 아니 9시면 너무 늦고 8시까지 우리 사무실 앞으로 와라."



갑작스레 산행동무가 생겼다.


하긴 이렇게 비가 오는날은 혼자 가는게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니까.




알람은 어김없이 6시 50분에 울어 주었다.


모처럼 잠을 푹 자서일까?


7시간의 숙면은 내 몸과 정신을 개운하게 해 주었다.


이것저것 배낭을 다시 챙기고. 씻고, 밥한술 뜨고 차를 몰아 약속장소로 나갔다.


설악산 관리사무소에 확인결과 입산가능 통보를 받고 차는 양양을 지나 속초방향으로 나아가다 설악동으로 들어섰다.


주차를 하고 다시금 신발끈을 질끈 묶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다행이 빗발은 가늘어져 있었다.


배낭을 둘러메고 울산바위를 오르는 길.


평상시 보다는 적으나 그래도 오늘도 산을 찾은 사람들이 많이 눈에 뛰였다.


신흥사를 지나 빗발이 굵어짐에 우리는 고어텍스를 꺼내어 입었다.


우비를 입어봐야 어짜피 땀에 젖기는 마찬가지. 활동도 불편하고.


그냥 고어텍스만을 입고 올라가기로 했다.


난 올 여름 지리산도 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적응력도 키워야 하고.



내친 걸음에 한 30분쯤 올라 갔을까?


흔들바위가 나왔다.


어느새 비는 폭우로 변했고 내 바지와 배낭을 흠뻑 적시고 바짓단을 타고 내려간 빗물에 어느새 등산화는 물이차 쿨렁이고 있었다.



편하자면 한도 끝도 없는 법.


편하게 있자면 따스한 집에서 방바닥에 등붙이고 있으면 되는 것이기에 이정도 비, 이정도 날씨는 그리 신경이 쓰이지는 않았다.



설악산이 가까이 있어 그만큼이나 자주 올 것 같지만 실상은 그러하지 못했다.


항상 우리는 우리의 주변보다는 저 멀리 있는 것에 더 신경을 많이 쓰니까.


산도 그렇고 또한 우리네 삶, 사람과의 관계 또한 마찬가지 겠지.


가족에, 이웃에, 친구에, 주변 동료에 더 신경쓰고 그네들과 관계를 맺는 것 보다.


우리는 어느새 멀리 있는 어쩌면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없는 이들에게 신경을 더 쓰고 배려를 더 하는 것이 현실이니까.


그렇듯.


설악산.


자주 가지는 못하는 산.


더군다나 비오는 설악산.


정말 새로운 모습이였다.


화사한 꽃으로 치장된 산도 아니요.


눈부신 햇살에 새순 돋아 연초록, 청녹의 나뭇잎 녹색의 반사광을 뿌려대는 산도 아니요.


가을 그 활활타오르는 불꽃의 산도 아니요.


눈꽃으로 만개해 순백의 봉우리 봉우리 수묵화 한점 그대로 옮겨 놓은 산도 아닌.


바로 빛 없는 어둠에 잠겨 그 과묵한 모습에 구름 안개로 온통 자신을 감싸 신비를 더해 주는 산.


어찌보면 저 예전 숲속의 공주를 깨우러 가던 용이 지키는 그 음산한 산의 모습까지.


오늘의 산은 어둠. 침묵, 두려움이라는 단어로 대변할 수 있을 것같다.



흔들바위를 지나 오르막길.


흙먼지 풀풀 날리던 마른 길이 아닌 걸을때마다 내 족적 한발 한발 아로새겨지는 습한 대지를 밟고 올라가는 길. 돌과 나무로 이어진 계단길을 지나 드디어...



아~~~


하늘문을 지키는 수문장인가?


우뚝 쏫은 바위 절벽.


목을 꺽어 우러러 보건만 구름에 가려 그 정산은 보이지 않는다.


폭우는 하염없이 내리고.


눈앞에 보이는 절벽 기둥의 범상치 않은 기운.


그리고 끝없이 올려다 보이는 철제 계단.



난 지금 어디에 서 있는 것일까?


저 곳을 올라 가면 저 수문장을 통과하면 다다를 곳.


내가 산에 온 이유는?


난 무엇을 찾아 이곳에 온 것일까?


저곳을 돌아 올라가면 하나의 실마리라도...



폭포.


철제계단의 시작점.


울산바위 아래서 울산바위를 부여 잡았을때.


난 거대한 폭포를 만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많은 폭포를 눈으로 보았으나.


아직까지 이렇듯 큰 폭포는...


울산바위 전체가 떨어지는 비에 의해 어느순간 폭포가 되어 있었다.


구름에 가리워 그 끝없는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의 웅장함이란...


이것이 우중산행의 묘미가 아닐런지.


평상시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그 아름다움.


또한 내면에 내제된 또하나의 모습을 그렇게 발견하고 볼 수 있다는 것.


내가 어찌 이곳이 폭포가 되리라는 것을 감히 상상인들 했겠는가.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역시 나는 계단에 약해"를 연발 중얼거리며


혹여 미끄러질세라 난간을 쥔 손에 힘을 다시 한번 꾹 쥐어보며 그렇듯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역시나 폭포수는 내 머리위로 쉴 새 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더이상 버릴 것이 없기에.


옷이건 배낭이건 신발이건.


더이상 신경쓸 것 없는 홀가분한 맘으로 그렇게 정상에 올라섰다.



보이는 것은 구름 뿐...


그 어디에도 다른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분명 있어야 할 곳의 그 암릉들. 그 봉우리들은


어느새 거대한 구름 속에 휘말려 들어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러나 언제 용을 보리요.


내 언제 잠룡을 보리요.


오늘 난 잠들어 있는 설악산 그 용을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운해속에. 그 구름속에 도사리고 있을...


그러하기에 이렇듯. 음산함이 감도는 것이 아닐지...



내려오는 길.


올라가기만큼 힘든길.


아니 올라가기 보다 더욱 힘든길.


젖은 바위, 젖은 나무, 젖은 흙은


잠시의 방심도 허락하지 않는다.


그 미끄러움에 한걸음. 한걸음 조심히 발을 놓아 본다.


어짜피 올라갔으면 내려오는 것이 삶의 법칙.


내자리가 언제나 고정된 그 자리가 아니고 항시 변해야 하는 자리, 위침임에야...



마침내 소공원에 도착했다.


체면불구.


차안에서 옷 훌러덩 벗어 버리고


한구석 굴러다니던 작업복으로 갈아 있었다.


이렇게도 좋은 것을...











후기를 마감하며






산에 간다고 게시판에 글을 뛰워 놓았었다.


그리고 오징어형과 엄지누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잘다녀 오라고"


그래서 하산후 커피 얻어 먹으려고 엄지누나네 들려 해물파전에 삼겹살까지 쎄트로 얻어 먹고 왔다.


맘 써주신 형, 누나에게 감사. ^^



정말 우중산행.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는데 새로이 행동으로 옮기고 나니 좋다.


"좋다"하는 한마디로 표현할 수 밖에 없다.


돌아오는길.


그 쏫아 지는 비를 차창밖으로 바라보니


"내가 미쳤지 이 비에..."하는 생각이 다시 들었지만.


그래도 미치지 않고 또 언제 이런 경험을 할지 싶다.


집에 들어와 씻고.


창밖의 빗소리 음악삼아 이렇게 글을 쓰는 순간.


내 눈에 거대한 폭포로 화한 울산바위가 눈에 어른거린다.



난 항상 새로운 것을 꿈꾸듯.


또 가보지 못한 미지의 곳에 발을 들여 놓고자 한다.


짧은 생이니까.




산다는 것. 산에 오른다는것. 내가 산에 간다는 것이 무엇일까?


오늘 이것이 하나의 화두로 남습니다.


짧은 생이기에 그 주어진 삶의 오늘을 또 산에서 보냈습니다.







그런데 왜 산에 가는지. 산이 좋은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








▣ 헐렁이 - 차분한 우중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 권경선 - 설악산을 가도 울산바위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었는데 님의 우중산행기를 읽고나니 가보고 싶어 지는군요.( 어릴적에 구두신고 두어번 올랐습니다.^^) 안산, 즐산하시길.....
▣ 김흥문 - 우중에 급경사 철계단을 폭포수를 머리에 이고 정상에 무엇이 있다고? 자연의 품에 안겨 무작정 한없이 미지의 세계를 향하여 달리다보면 내재된 스트래스가 풀리면서 심신이 새롭게 충전되기 때문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