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행지 : 검단산 - 고추봉 - 용마산 - 노적산 - 약사산 - 한봉 - 남한산성(청량산)

2. 산행일시 : 2004. 6. 20(일) 10:30∼18:00

3. 산행자 : 나 홀로 터벅

4. 산행코스

검단 쉼터- 안부 사거리 - 전망대바위 - 검단산(657m) -호국사 갈림길 -산곡초교 갈림길 - 고추봉(566m) - 용마산(595.7m) - 광지원리 43번 국도(남한산성입구) -노적산(391m)-약사산(416m) - △397m - 376m - 한봉(400m) -큰골로 하산 - 도로를 따라 동문에 도착 -좌측으로 오름 - 남장대터 - 초단파매표소 - 남문 -수어장대 - 서문 - 마천동(도상거리 약 20km)

** 총산행 시간 : 약 7시간 30분 (중식 및 휴식 1시간 30분 포함)

▶▶▶ 검단산(657m)은 백제시대 검단선사가 이곳에 은거하였다하여 검단산이라 불리우고 있으며, 도심에서 가까워 부담 없이 산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규모는 작으나, 산세가 가파르고, 정상부근엔 억새밭이 있어 큰 산에 오른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정상에 서면 한강 건너편으로 예봉산과 운길산 보이고, 동쪽으로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류 지점인 양수리와 팔당호, 서쪽 아래로 하남시와 서울시내가 내려다보인다.

▶▶▶ 용마산(595.7m)은 검단산 남쪽에 솟아있는 산으로 검단산과 능선으로 연결되어있다.
이 능선은 광주읍을 돌아 백마봉, 태화산으로 연결된다. 육산인 용마산은 경안천을 향하여 깊이 파고든 팔당호수로 하여 호수 주변의 조망이 좋다. 용마산은 전체적으로 보아 육산이며 숲이 울창한 편이다.
높이는 600m에 조금 못 미치지만 주위에 높은 산이라고는 검단산밖에 없어 상당히 높아 보인다.

▶▶▶ 남한산성은 주봉인 청량산(497.9m)을 중심으로 하여 북쪽으로 연주봉(467.6m), 동쪽으로 망월봉(502m)과 벌봉(515m), 남쪽으로 몇 개의 봉우리를 연결하여 쌓았다. 성벽의 외부는 급경사를 이루는데 비해 성 내부는 경사가 완만하고 평균고도 350m 내외의 넓은 구릉성 분지를 이루고 있다.
사시사철 물이 마르지 않는 천혜의 전략적 요충지이다.

- 자료 퍼옴 -



<검단산, 용마산 지도>


<남한산성 안내도>

☞ 태풍「디앤무」가 북상함에 따라 전국적으로 비가 많이 내린다고 해서 이번 주 산행은 접기로 했다.
어제부터 내린 비가 아침에 일어나 보니 아직도 내리고 있다.

일요일 아침 모처럼 늦은 아침을 먹고 TV앞에 앉아 있는데 웬지 몸이 찌뿌둥한 것이 기분이 영 좋지 않다.

【09:35】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물을 끓여 담고, 비옷도 챙기고 이것저것 배낭에 챙겨 넣고 급하게 집을 나섰다. 오늘은 비도 내리고 해서 카메라는 집에 두고 가기로 한다.

오늘은 혼자서 검단산에서 용마산을 거쳐 남한산성까지 장거리 산행을 해 보고 싶다.
지난해 가을에 산곰부부와 셋이서 한번 가본 코스인데, 며칠 전 한국의 산하에서 2003. 2월에 「썪어도 준치」님이 쓴 산행기를 보니 다시 또 가보고 싶었다.
저 번에는 남한산성 벌봉에서 길을 잘 못 들어 상사창리 성문사로 내려 왔었는데,이번에는 서문을 거쳐 송파구 마천동으로 내려오기로 한다.

오늘같이 비가 내리는 날에 차를 두고 가까운 곳에서 할 수 있는 장거리 산행 코스로는 이 코스가 가장 좋은 곳이라고 생각된다.

길동에서 버스를 타고 검단산 입구에 내리니 보슬비가 내리는 날씨인데도 불구하고산행을 나선 산님들이 많이 있다.
저 분들도 나처럼 좀이 쑤셔서 참지 못하고 나왔을까?


【10:30. 검단 쉼터】
안창모루에서부터 오르려던 계획을 접고 검단 쉼터에서 올라가기로 한다.
사람들이 저마다 우산을 쓰고 산행을 한다. 나도 비옷을 꺼내 입으려다가 조그만 3단 접이 우산을 꺼내 들고 걷는다.
필요 없다고 하는데도 "산에서 라면 먹을 때, 비가 내리면 쓰라" 고 집사람이 자꾸만 챙겨준 우산이 이렇게 좋을 수가!
나이를 먹어 갈수록 아내의 말이 더 맞을 때가 많아지는 것 같다.
바람이 많이 불거나 비가 세차게 쏟아지면 비옷으로 갈아입어야 되겠지만 지금은 오름길도 넓어서 우산이 안성맞춤이다.


【10:55. 안부 쉼터】에 도착했다.
오늘은 웬지 다리가 무겁다. 산행을 할 때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산행을 시작해서 약 40∼50분 가량은 다리가 무겁다는 생각이 든다. 대략 그 정도 시간이 지나면 컨디션이 아주 좋아졌다가 약 6시간이 넘으면 또 무거워진다.
나만 그런 것인지, 남들은 어떤지 궁금하다.

안부 나무의자에 배낭을 내려놓고 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바로 올라간다.
비좁은 등산로에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자꾸 지체가 된다.
비도 거의 내리지 않는데 아직도 우산을 펴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나는 남들보다 피부가 검어서 항상 선크림을 바르는데도 요즘 더욱 시커먼스가 되어 버렸다.
오늘은 햇볕도 없으니 좋기만 한데, 대신 비가 와서 길바닥이 질척거리고 미끄럽다.
세상일이 다 한쪽이 좋으면, 다른 한 편으로는 손해보는 일도 있겠지.


【11:39. 검단산 정상】
정상에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와 있다. 가지고 온 참외 한 개를 깎아 먹었다. 일부러 애기주먹만 한 것으로 샀는데 맛이 괜찮다.
참외는 크기가 크면 씨도 크고 너무 여물어서 먹기에 좀 그렇다.

나는 아무거나 잘 먹는 잡식성이라고 자부하지만 수박씨하고 참외씨 큰 것만은 꼭 골라내면서 먹는다.
아마 어릴 적부터 습관이 되어서 지금도 그러나 보다.

안개가 잔뜩 끼어 있어 전망도 좋지 않고 해서 서둘러 길을 떠난다.

용마산 가는 길은 산곡초등학교 방향으로 내려가는 안부 갈림길에서 왼쪽 길을 따라 직진해야 한다.
몇 번, 반대편에서 오는 분들을 만나 인사를 하고 지나친다.

고추봉에 도착하니 배낭에 레인커버를 씌운 한 분이 서 있어 먼저 인사를 했는데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한다.
조금은 민망해서 곧 자리를 떴다. 다시 가던 길을 재촉한다.


【12:44. 용마산】에 도착했다.
정상석 아래쪽에 제법 넓은 공터를 찾아 자리를 잡았는데 비가 내려서 우산을 폈다.
보온병의 물을 컵라면에 붓고 막걸리를 따라 막 마시려고 하는데 어느 분이 지나간다.
막걸리 한 잔 하시라고 권하고 라면을 나누어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상일동에 사신다는 그 분은 이제 산행을 시작한지가 약 3주정도 되었다고 한다.

갑자기 정상에 많은 사람들이 도착하고 나는 다시 보따리를 쌌다.
그 분은 은고개 방향으로 내려가신다고 하는데 옆에 있는 다른 분들과 함께 동행하시라고 하고 헤어졌다.

이후 광지원리 국도에 내려설 때까지 아무도 보지 못했다.
한참을 따라가면 안부에 유명군묘소(有明朝鮮宗室昌恩君權墓)와 부인 全州縣夫人 柳氏의 묘가 보인다.

길을 따라 내려오니 오른쪽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과 만난다. 다시 조금 위로 올라가니 길가에 돌담처럼 쌓아놓은 돌무더기가 보이고 곧 바로 오른쪽 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

부지런히 걷는다.
적어도 오후 3시전에는 광지원리 중부면 사무소 앞에 내려서야 한다고 생각해 본다.
그래야만 저녁 7시전에 오늘 산행을 마치는 마천동까지 도착할 수 있으리라.

얼마쯤 가니 왼편으로 사유지를 나타내는 철조망을 세웠던 콘크리트 기둥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철조망은 없고 기둥만 누운 채로, 선 채로 몇 개가 몇 개 보일 뿐이다.
여기까지 오면 국도가 멀지 않았다는 표시이다. 아마 이 부근이 중부고속도로 제 (1)? 터널 위쪽이 될 것이다.

한참 따라 가다보면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왼쪽 길로 들어서면 묘가 몇 기 보인다.
몇 걸음 내려갔다가 다시 돌아와 오른쪽 길을 따라간다.


【14:21. 43번 국도변】에 내려섰다.
급경사 길을 따라 내려오니 식당 지붕이 보이고 개 두 마리가 반갑게 맞으며 짖어댄다.
식당 주차장에 내려와 보니 「푸른 식당」이라는 간판이 보이고, 길 건너편에는 중부면 사무소의 멋진 한옥건물이 보인다.

지하도를 지나 남한산성 입구 차도로 올라선다.
다리를 건너면 왼쪽으로 식당이 세 곳이 있다. 첫 식당에 들러 순두부 정식으로 배를 채워 에너지를 보충하기로 한다.
산행 후 처음 모자와 이마에 두른 손수건을 벗어 물을 짜냈다. 땀인지 빗물인지 한 바가지씩 나온다.

현관 앞에다 모두 벗어 놓고 입구 첫 번째 상에 자리를 잡았다.
양말이 흙투성이고 옷이 몽땅 젖어서 차마 안쪽까지 들어 갈 수가 없었다.

식사가 나올 때까지 빈 물병에 물을 가득 채워 두었다.
TV에서 태풍에 관한 속보가 자막으로 지나간다. 앞으로 비가 더 내리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밑반찬이 많이 나왔지만 손도 안대고 얼큰한 순두부찌개에 밥 한 공기를 게눈 감추듯 먹고 일어선다.

"인민이 배가 부르고 등이 따뜻하면 딴 생각을 한다"고 죽은 김일성이 그랬다던데...

배가 부르니 다시 힘이 솟고 딴 생각(잠?)도 난다.
14:45 딴 생각은 잠시 접어두기로 하고 다시 산행 들머리를 찾는다.

여기서 남한산성으로 가는 산행 들머리는 세 번째 「回春」이라는 식당 건너편 길가에 있는 아주 조그만 묘 옆으로 나 있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여기서부터는 경사가 심하다. 능선까지 헥헥대며 올라가는데 20분 가량이 걸렸다.
경사가 심하다 보니 발뒷굼치에 있는 근육이 뻐근할 정도다. 그러나 쉬엄쉬엄 가면 괜찮을 것이다.

숲에 안개가 잔뜩 끼어 있어 시야가 짧고 마치 해저무는 저녁 무렵같이 느껴진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질척거리지 않은 것이 걸을 만 해서 좋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이런 생각이 나지 않았었는데, 오늘은 봉우리를 몇 개쯤 넘어야 남한산성에 닿게 될까? 자꾸만 걸으면서도 그 생각만 든다.

능선에 오르고 나서 다시 봉우리 몇 개를 넘으니 송전탑이 보이고 평탄한 능선길이 나타난다.
마라톤하는 기분으로 한참을 그렇게 달려 보았다.

봉우리 하나를 넘으면 또 봉우리가 나타나기를 몇 번이었던가?
15:50 크고 작은 봉우리를 열 네 번인가를 넘고 나니 비로소 낡은 성곽이 눈앞에 나타난다.

혼자 하는 산행은 널널하게 해야 하는데 오늘은 날씨도 그렇고 나도 모르게 서두르게 된다.
들머리부터 남한산성 한봉 성곽이 보일 때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직행해 왔다.
빨리 가서 서문 밖에서 파는 막걸리를 먹어야지...

며칠전 수요일 퇴근 후 북문아래에 차를 두고 남한산성을 한 바퀴 돌고 나서 마신 막걸리 맛은 정말 좋았었다.
그때를 생각하니 입안에 군침이 돈다. 주인 아저씨가 바가지로 덤 막걸리를 자꾸만 퍼 주었었는데 그 때는 운전 때문에 사양을 했었다.
그러나 오늘은 또 퍼 준다면 주는 대로 사양하지 않으리라, 아니 돈 내어놓고 양껏 먹으리라.

성벽을 끼고 오른쪽으로 조금 돌아서니 무너진 성곽을 따라 성안으로 들어서는 길이 나타난다. 여기서 오른쪽 길로 방향을 틀어 앞으로 나아간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은 탓인지, 비가 내린 까닭인지? 나무와 풀이 무성하게 길을 덮고 있다.
지팡이로 수풀을 헤쳐 가며 앞으로 나가 보지만 금방 신발이 젖어온다.
잠깐 사이에 등산화에서 찌걱찌걱 물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15:55. 한봉】처음으로 안내판이 나타났다.
여기가 벌봉과 동문의 갈림길이다. 동문까지 3km이란다.
여기서 순간적으로 착각을 했다. 벌봉쪽으로 더 가다가 북문가는 길을 찾았어야 하는데 지난번에 상사창리로 내려가게 된 실수만 생각하고 일찍 왼편으로 길을 꺾어 버린 것 같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큰 실수는 상사창리에서 올라오는 쪽 북문을 동문으로 착각한 것이었다.

나는 사실 어디가 동서남북이고, 어디가 무슨 문 인가에는 그동안 통 관심이 없었고 그저 산성이 좋아서 찾아 다녔을 뿐이었다.

허나 무슨 상관 있으랴. 원하던 산성 안에 들어 왔는데 여기서야 어디로 가면 어떠랴!
어차피 홀로 하는 산행인데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지...

한참을 내려오니 무슨 암자인지 무속인의 집인지가 나타난다.
오랜만에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길가에 사람 크기보다 훨씬 큰 조각품들이 줄지어 서있다. 개수를 헤아려보니 18개. 어쩌면 저것이 18 羅漢像인가?


【16:07. 우뚝산장 앞】
계곡을 따라 식당들이 줄지어 있다.
또 길을 따라 수많은 조각품들이 세워져 있었다. 12지신상도 있었고, 석등도 있고 그밖에도 돌탑들과 이름 모를 돌 조각품과 조경물들이 많이 있다. 누군가 참으로 많은 정성을 들여 세워놓은 것 같다.
계곡물 소리가 시원하게 들린다. 어려서부터 다니던 남한산성인데도 이 곳은 처음 본 풍경이니 여기가 어디쯤일까 궁금하다.

궁금증은 곧 풀렸다. 계곡입구에 내려오니 남한산성 동문가는 찻길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여기가 「큰골」이라는 것도 알았다.
항상 남한산성을 갈 때마다 중간에서 멈추거나 하지 않고 산성 안마당까지만 다녀오다 보니 중간에 이런 계곡이 있는 것도 모르고 살아 왔던 것 같다.
그러나 「큰골」에 한번쯤 찾아와서 조각품도 구경하고, 계곡의 어느 식당에서 맛난 음식도 먹고 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로변을 따라 동문으로 약 2.2km를 걸어 올라간다.
이 곳은 상, 하행선이 나누어져 있어서 도로가 더욱 좁다.
차 소리가 들릴 때마다 포장길에서 내려서며 차에게 길을 비켜준다. 여기는 차가 다니는 길이니 사람이 비켜주어야 하겠지?
비가 내리는 날인데도 차들이 많이 지나간다.

지금 차를 타고 여기를 지나가는 저 사람들은 저마다 무슨 사연이 있을까?
또 저들은 비에 흠뻑 젖은 내 모습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16:30. 동문】에 도착했다.
매점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 먹으려고 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문이 굳게 닫혀 있다.
매점 옆 벤취에 앉아 남은 참외 한 개를 깎아 먹었다.
오른쪽은 장경사, 망월사 방향으로 - 북문 - 서문이 나오게 되고, 왼쪽으로 올라가면 남장대지 터를 지나 남문- 수어장대 - 서문이 나온다.

左삼삼 右삼삼(左도 경치가 삼삼하고 右도 삼삼하다?) 어디로 갈까 하다가 왼쪽으로 올라가기로 결정했다.

육상경기에서 트랙을 돌 때는 반시계 방향(왼쪽)으로 달리게 되는데 이는 왼손잡이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오른손잡이에게 유리하도록 규칙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란다.
오른손잡이는 왼쪽으로 기울어지기 때문에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것이 자연스럽고 기록도 시계방향으로 도는 것보다 좋게 나온다고 한다.

그렇다면 내가 오른손잡이라서? 거시기가 좌향좌라서?

아무튼 왼쪽길을 선택했으나 성곽을 따라 서는 오른쪽으로 돌게 되어 있으니 무어라 말해야 할까?
에라 나도 나를 모르겠다.

이제 다 왔다고 생각되어서일까?
힘도 빠지고 속도가 잘 나지 않는다.
아니 시간으로 봐서 서문밖에서 막걸리 한 잔 마실 수 있겠다는 안도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 천천히 가자, 살아온 날보다 살아 갈 날이 더 짧은 인생 무엇이 그리 급하겠는가?


【17:00. 남문】
남문은 예전에는 무척 복잡한 곳이었는데 터널이 뚫리고 나서는 아주 한적한 곳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몇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17:30. 드디어 서문에 도착하다】
검단산 쉼터에서 산행을 시작한지 꼭 7시간이 되었다. 산성에 들어와서만 한봉 - 동문 3km, 동문 - 남문 1.7km, 남문 - 서문 1.7km로 6.4km를 지나왔다.
이제 마천동까지 내려가는 길은 약 1km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오늘은 서문밖에 할머니 한 분만 장사를 하고 계신다.
성벽을 타고 오른쪽으로 조금만 돌아가면 전망이 아주 빼어난 곳에 언제부턴가 인상 좋은 아저씨가 막걸리를 팔았었는데 오늘은 나오지 않았다.
맛있는 그 막걸리 한 잔 마시려고 20여km를 달려(?) 왔는데 섭섭하기가 이루 말 할 수 없다.

할머니 말씀이 오늘은 당신 혼자만 장사를 나오셨단다.
할머니 좌판에는 음료와 떡 그리고 물에 담긴 소주 몇 병이 있었지만 생각이 없다.
오늘은 막걸리 장사가 안 나와서 할머니의 캔맥주도 다 팔리고 없단다.

산불감시 초소가 있는 능선을 타려다가 그냥 지름길을 택해 터벅터벅 길을 내려선다.
마천동으로 내려오는 이 길은 예전에 내가 국민(초등)학교 때, 그리고 중학교 시절에 왔을 때 보다 많이 달라 진 것 같다.
무엇보다도 예전에 서문으로 오를 때는 키 큰 나무가 별로 없어 오름길에 중간중간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은 등산로 주변에 있는 나무가 키가 많이 커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예전에는 등산로가 지금처럼 이렇게 많이 파이지도 않았었는데 이제는 어른 키보다도 더 깊게 파이고 그 넓이도 무척 넓어져 있다.
하기야 30여 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다니다 보니 이렇게 되었겠지,
어쩌면 비가 내릴 때마다 등산로가 물길이 되어 더욱 많은 토사를 흘려 내렸는지도 모르겠다.

거의 다 내려오다가 오른쪽 계곡으로 내려갔다. 비에 젖고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서다.
개울에 내려서자마자 얼른 젖은 신발부터 벗고 물로 씻는다. 물에 불은 발가락이 하얗다.
그래도 신발 안쪽을 만져보니 아주 젖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늘 긴바지만 입었어도 이보다 많이 젖지는 않았으리라.

세수를 하고 비닐로 곱게 싸서 넣어 둔 마른 옷을 꺼내 갈아입으니 정말 개운하고 상쾌하다.


【18: 00. 산행을 마치다】
오늘은 땡볕도 없고 비도 조금 내려주어서 날씨가 시원한 편이었다.
다만 수풀이 비에 젖어 있어 옷과 신발이 빨리 젖어버린 것만 빼고는.

도상거리 약 20km를 그저 앞만 바라보고 지나왔다.
혼자 하는 산행이다 보니, 그리고 중간에 비가 많이 내리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아마도 많이 서둘렀던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산에 다녀오고 나면, 밀린 숙제 다 해 치워버리고 난 어린 아이 마냥 속이 후련하고 마음이 기쁘다.

어서 빨리 내려가서 오늘은 삼겹살에 쐬주 한 잔 해야겠다.

문득 남이(南怡:1441∼1468)장군의 詩가 생각 나 고쳐 본다.


百歲酒 飮料水
山燒酒 泥根沒
男兒 山行後 不飮酒
後世誰稱 大丈夫

주) 泥根沒 : 숭늉《계림유사(鷄林類事)》의 이근몰(泥根沒;익은 물)

백세주는 음료수요.
산소주는 숭늉이다.
남아 산행 후에 술 한잔 안 하면
후세 사람들이 대장부라 칭하겠는가?




▣ 김흥문 - 정성스럽고 솔직한 글 감사합니다. 저도 그 코스를 한번 가볼까 했는데 님의 글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산초스 - 연초에 중도에 내려간 남한산성까지 산행을 이번에 홀로 완주함을 축하합니다. 비때문에 팀원들이 따로따로 각자 산행을 해버렸네^^**
▣ 김정길 - 20여km를 머시기생각 하면서 홀로 거니시느라 수고가 많으셨겠습니다. 이 산행기로 인하여 개털도사가 아닌 초이스님의 훌륭한 본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左삼삼 右삼삼에 대하여 여러 가지 해석이 있어왔지만, 左도 경치가 삼삼하고 右도 삼삼하다? 는 새로운 해석에 감탄하오며, 百歲酒 飮料水 山燒酒 泥根沒 男兒 山行後 不飮酒 後世誰稱 大丈夫, 라고 남이장군의 시를 고쳐놓은 초이스 시도 기발합니다. 육상경기 트랙은 반시계 방향(왼쪽)으로 달리게 되는데 이는 왼손잡이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오른손잡이에게 유리하도록 규칙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란 것도 처음으로 알게 됩니다. 근데 거시기가 좌향좌라서 라니요? 선생님!? 질문 있는데요? 거시기가 뭔데요?
▣ 산바람 - 생활속의 잔잔한 수필 한편 읽는 기분입니다 구~~~웃
▣ 양재용 - 꼭 산행하고 싶은 코스를 초이스님의 산행기로 잘 보았습니다.몇번 검단산만 산행하고 돌아 왔는데 이번에는 님의 산행기 참고로 다녀올까 합니다.혹시 산행시 길 찿기가 힘든 곳은 없는지요?끝으로 산행후 막걸리를 못한것이 제가 더 마음이 상하네요.제가 대신 마신고 오겠슴니다.항상 즐산하세요.
▣ 똘배(山梨) - 동네 산인데도 근래 저에게 소원한 산이었는데 님덕분에 잘보았습니다. 언제 막걸리 더 퍼주는 아저씨 집에 한번 가봐야할 것 같습니다.^^
▣ 권경선 - 저는 이미 대장부(?).... 하산 후 반드시 음주를 하게 됩디다. (술 별로 친하고 싶지 않은데도^^*) 숙제 마치심을 축하 합니다. 늘 안산, 즐산하시길....
▣ 운해 - 비 오는날 상주 노음산을 홀로 오르던 생각이 납니다. 좋은 산행 하셨습니다.우중산행 언제나 조심하세요.
▣ 김찬영 - 일요일날 배부르고 등따스니 산에 오를 생각밖에 안나던데....김일성이가 한말이 산꾼들에게는 맞지가 않는모양입니다.. 항상 안산 하시기를 바랍니다.
▣ 초이스 - 반드시 주능선만 찾아서 타면 광지원까지, 또 남한산성까지 갈 수 있습니다.
▣ 강명구 - 광지원에서 남한산성 들머리가칯기가 횟갈렸는데 감사 합니다. 많은 도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