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
말인/감자바위/서래옥/위원장/유비/야생화/석천/만석공원/

산행지
관악산

코스
낙성대역 1번출구(10:00)-사당계곡-관악사지-연주암(12:30)-제4광장 갈림길(13:00)
윗쪽 능선-신선대-용상바위-버섯바위-서울대 제4광장(14:30)

산행일
2004년 6월20일

날씨
호우주의보가 예고되고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는데
염려했던 폭우는 간데없고 간간히 실비가 뿌려지는 가운데...



멀리
숲 가운데서
콸콸대는 요란한 물소리가 들린다.
간밤에 내린 비 탓에
계곡마다 물이 넘쳐 흐르고 있다.
희뿌연 젖빛 비안개가 나무 숲을 감싸고 있다.
이름모를 산새소리도 촉촉히 젖어 들린다.

산행인도 별로 없는 호젓한 산길...
나뭇잎이며 풀잎마다 빗방울들이 맺혀있다가
제 무게에 겨워 또르르 굴러 떨어지고 있다.

빛바랜 노승의 도포자락 빛 하늘은
엄청난 비를 머금고 있다.

습도가 높은 탓인지
몇걸음 옮기지도 않았는데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을 이룬다.

낙성대역 1번출구에서 만난 우리들은
바로 뒤의 시장통에 들러
김밥이며 간식등등 필요한 몇가지들을 구입하고 들머리로 들어섰다.
잘 알려지지 않은 호젓한 길인 듯 팔이며 가슴으로 나뭇가지들이 스쳐댄다.
비교적 가파른 경사다.
얼마가지도 않았는데
높다란 바위벽이 나타난다.
정면 돌파를 시도한다.
물기를 머금은 바위라 미끄럽기 그지없다.
평일보다 조심에 조심을 하며 한발한발 올라서 본다.
우뚝선 바위 정상,
사방은 온통 희뿌연 비안개 뿐이다.

석가모니가가 어머니 뱃속에서 나오자마자 일곱 발짝을 걸어가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게(偈)를 외쳤다고 하는데
나는 지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나만의 세계에 들어
유아독존을 외쳐본다.

혹시 많은 비를 만나게 되면
가장 짧은 코스를 택하여 하산하자고 약속했는데
예상했던 굵은 비는 오질 않고
오는 듯 마는 듯한 이슬비가 옷깃을 촉촉히 적셔온다.
나오는 땀과 뒤섞여 오히려 시원상쾌함을 느끼게 해주니 더욱 좋다.

오랫만에 동행한 서래옥의 안내에 따라
우리는 연주암 위 제4광장으로 내려가는 길목에서 하산하지 않고
곧바로 위쪽 바위 능선을 타기로 했다.

이때부터 우리들의 감탄사는 시작되고 있었다.

가파른 바위를 오르니
넓다란 바위 위의 공터가 나온다
아, 쉬기 좋은 곳..
이름하여 신선대라 한단다.

흡사촛대처럼 뾰죽한 절벽에 가까운 바위를
서래옥의 선등을 따라 오른다.
아찔한 난이코스
발을 넓게 벌려야 겨우 통과할 수 있는 낭떠러지 코스...
오늘의 홍일점 야생화님도 통과하는데 나라고 못할쏘냐...
식은 땀이 나는 아찔함을 느끼며 겨우 통과하여 오르니
사방이 탁 트여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이른다.
한사람이 편안히 앉기 좋은 바위가 있다.
팔걸이 까지 있는
앉아서 전망하기 좋은 바위..
서래옥은 여기를 일명 왕이 앉는 용상바위라 한단다..
용상바위에 저마다 한번씩 앉아서
임금만이 즐겼을 세상을 굽어보는 감회를 맛보며
다시 이어지는 바위 능선을 따라 걷는다.

설악의 용아장성을 옮겨다 놓은 듯
관악산의 진수가 여기에 숨겨져 있었던 듯
오묘하고 절묘한
창조주의 예술성을 맛볼 수 있는
기암괴석들로 이루어진 바위지대를 우리는 통과하고 있었다.
길이 없을 듯한 가파른 바위면을 올라서면
돌고돌아 겨우겨우 내려가는 길이 있고
또다른 곳을 그렇게 오르면
거기도 또 겨우 통과하는 길이 있었다.
수많은 선등자들이 다져놓은 길들..
참으로 산행인은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관악산 중에서도
이곳을 찾는 이는 그렇게 많지 않다는 서래옥의 설명이다.

날 맑은 날이었다면
더없이 기가막힌 장관을 감상할 수 있었을 것 같은 아쉬움에
모두들
다시한번 이 코스를 오자는데 의견들을 맞춘다.

점심식사없는 산행 4시간30분
그렇지만
관악의 진수를 마음껏 느껴본 하루

다음번엔
이 코스와 팔봉의 또다른 묘미를 느끼게 해 주겠다는
산악인 서래옥의 약속을 받아낸 하루

즐거운 뒤풀이는 서래옥의 지하 노래방에서
늦은 시간까지 이어져 갔다.


▣ 고석철 - 우중에 어려운 산행을 하셨습니다. 신선대 언젠가 바볼 곳인것 같습니다.님들 항상 즐산하십시요^^**
▣ 이형진 - 아~! 정말 좋은 코스를 다녀오셨군요. 제4광장 갈림길에서 윗쪽능선을 타셨으면 역시 제4광장으로 내려가는 계곡과 만나게 되엇을 겁니다. 호젓하고 아기자기한 릿지를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 말인 - 네 그렇습니다. 내려오니 그 길과 만나더군요. 그리고 바로 서울대안이 나오고 마을버스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어 아주 편했습니다.
▣ sraok - 누가 물었습니다 왜 비가 오는데 산에가냐구요 그래서 그냥 웃었습니다 이젠 님의 산행기를 보라 해야겠습니다
▣ sraok - 누가 물었습니다 왜 비가 오는데 산에가냐구요 그래서 그냥 웃었습니다 이젠 님의 산행기를 보라 해야겠습니다
▣ 호천 - 부럽습니다 말로만 들어본 우중 신선대라 언젠가 저도 가보려 합니다 감칠맛 나는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