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04년 9월24일~25일 (무박)

  

일행 : 고주&망태 (D산악회를 따라서)

  

산행코스 : 오색매표소(03:30)-설악폭포(04:30)-대청봉(06:10~06:30)-중청대피소(6:40)-소청봉(07:00)-

              희운각대피소(07:50~08:20)-무너미고개-공룡능선(나한봉11:50, 마등령12:10~12:30)-비선대(15:00)-

              설악동주차장(16:00)

  

산행 소요시간 :  12시간 30분 (식사및휴식 1시간 포함)

  

날씨 : 대체로 맑음, 오후는 가끔흐림

  

  

중청의 단풍

  

  

난생처음 야간산행포함 12시간의 강행군이라 심신의 준비가 필요했다
며칠전부터 술도 멀리하며 몸을 추스렸고, 헤드랜턴도 구입하고 방한복도 배낭에 넣었다

  

24일 23:30 서울을 떠난 버스는 추석장기연휴로 막힘없는 양평 홍천쪽 국도를 시원스레 달린다
내설악휴게소에서 30분을 휴식하고 4시간만에 오색매표소앞에 도착했다

  

한계령에서 20여명이 주루루 먼저 내리고 30분후 오색에선 우리포함 8명정도가 내린다
<오색코스가 험하고 힘들어 사람들이 적은가 보다...> 라고 생각되니 은근히 걱정이 된다

그러나 어쩌랴....
마음 굳게 다지고 심호흡을 크게 한번하고 우리의 고주님과 망태는 칠흑같은 어둠속으로 헤드랜턴을
밝히며 대청봉을 향해 씩씩하게 오르기 시작했다

  

사방 어둠속에서 앞뒤 산객들의 숨소리와 발자국소리, 저깊은 계곡의 물소리만 간간히 들리고
앞선 산객들의 랜턴불빛만 보일뿐, 불빛을 따라 하염없이 오르니 집중도 더 되고, 힘드는 느낌도 없다

  

숨이 턱에 차서 잠간 멈추고, 나무숲 사이로 쳐다본 하늘에는...
머리 가까이 바로 위에서 초롱초롱 반짝이고 있는 무수한 별들이
나무가지를 흔들면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것 같아 미동조차 하지 못한다
하기사 어릴적 여름날 시골집마당 평상에 누워서도 저렇게 수많은 별들을 보곤 했었지...

  

설악폭포를 거쳐 2시간30분여를 오르니 사방에 먼동이 터오고 정상이 지척인듯 하다
일출을 놓치지 않을까 조바심이 났고 부지런히 뛰다시피 올랐다

  

통트기 직전 설악의 암봉들과 운해들은 신비감이 감도는 장관을 이루고
먼동을 한몸에 머금은 단풍은 수줍은 선홍색으로 객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

  

한참을 뜸들이다 이윽고 동해로부터 선뜻 떠오르는 태양이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인다
바다와 구름과 산과 그리고 나를....
대청봉 정상석 옆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온몸으로 맞이하며
가슴으로 밀려드는 감흥을 마음속에 오랫동안 간직하려 오랫동안 그렇게 서 있었다

  

우리가 가야할 공룡능선이 위용을 자랑하며 눈앞에 도도히 버티고 있고
멀리 울산바위도 선명히 시야에 들어온다
정상부의 날씨는 예상대로 손이 시릴 정도다

일정상 희운각대피소에 08:00까지 도착해야 했으므로 우리는 길을 재촉했다

  

중청을 마주보며 대피소를 향해 내려 오노라니 또 한편의 장관이 우리를 맞이한다
중청대피소 주변과 중청봉에 이르도록 펼쳐진 단풍은 한폭의 수채화였다
얼마전 <한국의산하 산행기>에서 감동으로 보았던 <양창순님의 설악산 파노라마>출처가
바로 이곳인가 싶었다

점점이 조화롭게 펼쳐진 단풍이 부족한듯 수줍은듯 원거리 풍광으로 은은하게 다가온다

더우기 대청으로부터  드리워진 아침햇살을 한몸에 받아 따사롭고 평온하기 그지없다

  

소청에는 많은 산객들로 붐비고 있었고
등짐을 지고 올라온듯 이동식 매장을 차리고 음료수하며 간단한 간식거리등을 팔고 있었다

  

소청에서 희운각대피소까지 하산길은 좁은 자갈너덜길로 몹시 피곤하고 지루했다
고주님도 무릎에 통증이 오는것 같다고 힘들어 한다

  

예정보다 10분여 일찍 07:50 희운각대피소에 도착한 우리는 일단 여유를 갖고 아침을 하기로 했다

따끈한 국물이 필요했으므로 대피소에서 컵라면을 사고 준비해간 떡, 포도등을 먹었다
아침이라 그런지 피곤해서 그런지, 고주님도 망태도 라면은 국물만 먹느둥 마는둥 했다
마취용? 소주 두잔씩 걸치고
평소에는 사용치 않았으나 오늘만큼은 준비한 스틱으로 재무장을 하고 무너미고개로 향했다

  

무너미고개에서 쉬고있는 초로의 산객에게 공룡능선쪽 등로와 설악동까지의 소요시간을 물었다
08:30분경이었으므로 버스출발시간 15:30까지는 7시간남짓 남은 상태다 

산객님 왈 <이곳에서 공룡능선타고 설악동까지는 평균잡아 8시간이상 소요되니 잘 생각 하슈....>한다
  

잠시 갈등했으나 오기가 발동한다
이곳까지 와서 공룡능선을 포기하기 싫었다
<휴식없이 부지런히 가면 1시간은 따라 잡을수 있으니 가봅시다,

여의치 않으면 산악회에 연락하고 내일 고속버스로 집에 간다고 마음 편히 먹고 감행합시다> 라고

강요? 하니 고주님 묵묵히 앞선다

  

이렇게 오만으로 시작한 공룡능선 산행... 고행의 전주곡인줄 미처 몰랐다

시작부터 된 비알에다 등로도 선명치는 않은편이다

그래도 청명한 날씨탓에 거봉 기암과 괴석, 이제 갓 시작하는 단풍의 물결로 지루하지는 않았으나
시간부족으로 인해 한가롭게 쉴수 없어 마음이 점차 조급해진다
설상가상으로 날씨까지 흐려져 운무가 산을 뒤덮어 주위가 어둡고 가볍게 비까지 뿌린다

  

가파른 큰봉우리를 오르고 내리길 두어번,
입에서 단내가 나고 무릎이 아파오기 시작할 무렵 도착한 안부에선 몇몇 산객이 쉬고 있다
그들이 확인해준 설악동까지의 평균 소요시간은 우리에게 남은 시간보다 30분이상 더소요 된단다
휴식이 필요했으나 그대로 목만 축이고 또 출발이다

  

여기서 약간의 문제가 발생했다 물이 다 떨어져 가는것이다.
희운각대피소에서 남은 산행시간(7시간내외)을 고려 식수를 충분히 보충했어야 했다
어쩌랴...경험부족인것을...
산행 출발이후 점심시간이 되도록 제대로 먹은것이 없어 영양공급 결핍으로
지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안부에서 쉬고있던 30대후반의 산객이 우리를 추월해 간후 어느쯤에선 쉬고 있다가
우리와 다시 만나 아는체를 한다.  그들이 먹고 있던 치즈와 잣을 지친 우리에게 권한다
평소 대수롭지 않던 몇알의 잣이 입속에서 감미롭다

  

그들은 우리에 비해 한결 여유로운 표정이고 기운차 보였다
나이탓만도 아닐성 싶은것이 지친 몸에 고단위 영양식인 잣이나 치즈등을 준비한걸
보아도 예사롭지 않은 산꾼들인것 같았다
그들의 격려를 뒤로하고 우리가 먼저 출발했으나 30분도 못가서 또 그들 뒤에  처진다

  

악전 고투끝에 마등령에 도착해서 마음먹고 20분여 휴식을 가졌다
쵸콜렛과 과일등으로 요기를 하고 알콜을 조금 보충한후 비선대로 향했다

  

등로는 비교적 잘 정비되었고 완만했으나 지친몸 탓에 점점 힘들어 갔다
저아래 비선대쪽 계곡이 왜 그리 깊고 멀게만 느껴지는지....

  

비선대 도착 직전에는 걸음을 내 딛기가 고통스러울 정도로 무릎에 예리한 통증이 왔고
스틱에 의지해서 몸을 아래로 한발 한발 내 던지는 형태가 되버린다
행여하며 가져온 스틱이 이렇게 큰효자가 될줄이야...

  

우리의 고주님, 대청봉에 오를때는 가뿐 숨을 몰아쉬며 힘들어 하시더니
중후한 체격덕에 하산길에는 나를 뒤로 한채 묵묵히도 내려간다
역시 지구력은 체중에 정비례하는가 보다

  

비선대에서 핸드폰으로 산악회에 연락하니 염려말고 부지런히 내려오시라 한다
예정시간보다 30분여 늦을것 같았으나 기다려 준다하니 안심이 된다

우리는 비선대옆 상점에 주저앉아 음료를 두병씩이나 사서 들이켰다

  

이제사 표정도 밝아지고 제정신이 좀 나는것 같다

그리고 머리속에 퍼뜩 떠오르는 생각....

<내려가면 하산주로 막걸리와 도토리묵을 푸짐하게.....   꿀~맛~ 이겠지....>

  

산행도중 고주님은 다니는 교회식구와 만나고, 나는 직장의 친한 동료들과 우연히도 마주쳤지만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시간때문에 변변히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헤어진것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여유가 있었더라면 같이 산행을 마쳐도 좋았을 사람들인데....

  

15:50경  주차장에 도착하니 우리보다 늦은 사람들이 두명 더 있었고
늦은 덕에 버스 맨뒷편 상석? 네자리만 남겨져 있었다

고생한 기념주로 소공원내 상점에서 캔맥주 두개를 사서 한번에 들이키곤
우리는 이내 잠에 곯아 떨어졌다

  

경험부족과 준비소홀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고생 고생한 산행이었지만
꼬박 12시간 이상의 산행을 해냈다는 뿌듯한 보람이 있었고
<다음에는 1박2일로 산장에서 하루 묵으며 여유롭게 돌아 봐야지>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대청봉의 일출

  

  

  

오름길

   

 

 

 

대청봉의 운해

  

  

  

대청봉

  

  

  

  

중청의 아침

  

  

  

멀리 선명한 울산바위

  

  

  

공룡능선 1

  

  

  

공룡능선2

  

  

  

공룡능선3

  

  

  

공룡능선4

  

  

  

사자바위? (바위틈새로 비집고 나온 햇살이 畵龍點睛) 

  

  

  

물고기 바위 ?

  

 

 

운무

 

 

 

      

  

 

  

비선대

  

  

                                                                                       (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