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 행 일 : 2005. 1. 8. 토요일
◈ 산 행 지 : 고리봉(708.m) / 전북 남원
◈ 누 구 랑 : 첨단산인님 부부, 삼인산님 부부,  산수유님, 첨단산인님 산친구 장집사님, 공명 등 7명
◈ 코     스 : 남원 대강면 석촌2교 - 고리봉 - 삿갓봉 -두바리봉 - 그럭재 -송내마을
◈ 산행거리 : 약 10km
◈ 소요시간 : 5시간
◈ 특      징 :

    산은 확실히 올라봐야 안다. 아래에서 보는 모습이 전부는 아니다. 고리봉은 섬진강변을 따라 달리다보면 하얀 암벽이 드러나며 단단하고 아름답게 솟아있는 모습이 보이나 그리 높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므로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막상 산을 올라보면 금방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고리봉과 삿갓봉, 문덕봉에 이르기까지 산 전체가 온통 단단한 암석으로 이루어져 우뚝 솟아 있고, 능선과 계곡에는 송림이 우거져 사철이 푸르르며 능선 좌 우 전 후로 보이는 주변 경관들이 500리 굽이치는 섬진강과 함께 장관인데 서쪽으로는 전북의 산들이 그리고 동쪽으로는 지리산, 남쪽으로는 무등산과 백아산 등이, 북쪽으로는 마이산의 암마이봉과 숫마이봉까지 또렷이 보이는 등 거침없는 조망이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산길은 약사정사 또는 석촌2교에서부터 고리봉에 이르기까지는 바위와 부드러운 솔밭능으로 형성되어 그리 위험하지 않으나 고리봉을 지나면서부터는 로프를 의지하거나 조심조심 내려가야만 되는 상당한 경사로가 간간히 있어 긴장감과 스릴을 맛볼 수 있다.

따라서 겨울철 결빙시기에는 산행을 피하는 것이 좋을 듯 하고, 이곳에서는 식수를 구할데가 전혀 없으므로 특히 여름철에는 식수를 충분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 산행소감
오늘은 1500산님과 함께 변산의 백학봉등을 가기로 하였는데 눈이 와서 산행길을 포기하시겠다는 1500산님의 전화를 받고 산행지를 고리봉으로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고리봉에 대하여 어떤이는 실망스러웠다고 가지 말라고 하는데 남도의 산박사인 첨단산인님은 대단히 좋은 산이라고 계속하여 추천을 하므로 첨단산인님의 말을 믿고 따라가기로 한 것입니다.

  

첨단산인님이 누구인가! 혹자는 닉네임을 보고 GPS등 첨단장비를 갖추고 산행을 하는 자로 추정하기도 하는데 사실 첨단산인은 남도산에 대한 해박한 지식만으로도 GPS를 능가하니 충분한 첨단이다.


첨단산인님의 차를타고 광주를 출발하여 옥과IC - 금호타이어 곡성공장 앞 - 840번 국도를 따라가다 "청계동교"를 건너 우회전하여 조금 내려가니 짧은 석촌2교가 나옵니다. 첨단산인님은 그곳에서 나를 먼저 내려주고 일행들과 함께 약수정사에서 고리봉으로 곧장 오르기위해 돌아서 갑니다.



일행들을 보내고 산에 오르기전에 섬진강으로 내려가보니 섬진강물은 살얼음이 얼어 있습니다.



바람이 제법 쌀쌀하여 귀가시려와 모자의 귀마개를 내려눌러쓰고 산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09:40분.
오르는 길은 산님들이 잘 다니지 않은 길인 듯 길이 희미하여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일단 능선으로 곧바로 올라채지 않고 허리부분을 감고 오르다 보니 너럭바위가 나오는데 그래도 길이 보이지 않아 괜히 알바하며 고생할 필요가 없을 듯 하여 능선으로 치고 오르니 솔잎이 쌓인 푹신한 길이 반갑게 맞이합니다.
바위능이 종종 걸음을 지체하게 하나 그리 위험하지 않으며, 울창한 송림사이로 불어오는 솔향기가 기분을 상쾌하게 합니다.



들뜬 기분으로 이리 저러 둘러보니 소나무 가지아래로 굽이도는 섬진강의 파란 물줄기도 보이고, 앙상한 소나무 사이로 전북 순창군의 아미산도 보입니다.

 



뒤돌아 보니 어느덧 지나온 능선이 제법 길어져 있고, 그 뒤로 동악산과 형제봉이, 그리고 좌우로 능선도 아름답게 보입니다.

 

 


바람도 잔잔하고 햇살이 투명하니 하늘도 푸르러 막걸리를 지고 올라왔다면 그만 가고 자리 깔고 앉아 한잔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유유자적 걷고 있노라니 첨단산인님으로부터 전화가 울려대기 시작합니다. 고리봉 정상에 도착했는데 커피 다 식으니까 빨리오라합니다. 그러고 보니 앞에 고리봉이 보입니다. 마치 도봉산 봉우리를 보는 듯 웅장하며 아름답습니다.



서둘러 헐떡이고 오르니 드디어 고리봉 0.4km 안내판이 보입니다. 오늘들어 처음보는 안내판입니다.



고리봉 정상에 도착하니 12:15분 일행들은 너무 오래쉬어 춥다며 그냥갈지를 묻습니다. 쉬엄 쉬엄 왔으니 나는 굳이 쉴 필요가 없어 그냥 가자하고 가지전에 기념사진 한 장 찍는데 오늘 첨단산인님의 결혼기념일이라합니다. 우와! 그래? 그러나 준비한게 하나 없으니 입으로만 축하의 말을 건네는데 섭섭했던지 하늘에서 잠시 하얀 눈을 뿌려 축하해 줍니다.

좌로부터 삼인산님 부부, 첨단산인님, 산수유님, 장집사님, 그리고 앉은 분이 첨단산인님 짝꿍. 살모사나 능사는 예전에 본 적이 있지만 장집사는 오늘 처음 봤습니다. ㅋㅋㅋ. 장집사님도 앞으로 자주 뵐 수 있을 듯합니다.



하늘의 축복을 받으며 출발하니 가야할 능선이 역시 희끗 희끗한 암봉이 당당하게 손짓합니다.

 


내려가는 길이 상당히 가파르고 위험합니다. 뒤돌아 보니 고리봉이 하늘높이 솟은 듯 합니다.


아찔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가야할 능선이 부드럽게 보이므로 안심이 됩니다.



망부석인가!
홀로 우뚝서서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듯 합니다.


점심식사를 하고 허리띠를 추스리며 뒤돌아 보니 걸어온 능선이 아름답습니다.
돌이켜서 아름답다 여길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항상 부족하고 실수한 듯 하고, 아쉬운게 발자취인데 산길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길 게 늘어져 이리저리 울퉁 불퉁 솟아있는 지나온 봉우리와 능선들을 보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갈수록 길어지는 능선....

 



지나온 능선이 길어진다는 것은 산행의 마무리가 가까워 진다는 것. 하산점인 그럭재에 도착하니 사거리 갈림길입니다. 문덕봉으로 가는 직진길과 송내마을 방면의 길, 그리고 입암리 방면의 길. 우린 당연히 송내마을쪽의 길을 따라 갔는데 그길은 올바른 하산길이 아니었습니다. 다시 되돌아 철탑이 보이는 우측길로 내려가니 50m정도 가서 확실한 길이 나옵니다. 여기서 우측으로 가면 입암리 직진하면 문덕봉, 그리고 좌측으로 하산하면 송내마을 길이 맞습니다.

내리막길은 너덜길로 조금 불편하지만 힘들 것은 없습니다. 도란 도란 얘기를 나누며 내려오니 금새 송내마을이 보이고 밭둑 억새꽃  사이로 문덕봉이 보입니다.


그리고 문덕봉을 바라보며 중간 능선쯤에 보이는 소나무를 우산처럼 쓰고 기립자세의 사람모양의 바위를 보고 첨단산인님이 부라질 리우데자네이로의 코르코바도 언덕에 있는 산상예수상 같다고 합니다. 내가 보기에는 오히려 화투짝의 비"광"같이 보이는데.......


마을을 내려서니 커다란 느티나무 두그루가 능선에서 빗살처럼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서있고


송강제 저수지에는 노송이 길 게 팔을 뻗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잔잔하게 일렁이는 저수지 물결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첨단산인님이 차량을 가지고 와서 경적을 울립니다. 어서 집으로 가자는 뜻입니다. 서둘러 차에 오르려다보니 버스 승장장옆에 산행안내 판이 간결하게 세워져 있습니다.


역시 첨단산인님의 말처럼 고리봉은 정말 좋은 산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하지 않고 즐겁고 들뜬 기분으로 산행을 할 수 있는 그런 산으로 여러 산님들께 추천해보고 싶은 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