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꼬리 삼년 묻는다고 황모 되나(코스님과 청룡-대덕 야간산행)


못배우고 문화혜택이 적어 당하는 창피와 견모가 죄는 아니다.
분명 죄는 아닌대 객에겐 촌놈이란 이름으로 되돌아 오니 이설움을 어찌할꼬?
세끼밥 꼬박뽀박 먹고 밤이면 질펀하게 방아질이 요란키야 반상의 구별이 있으랴 마는
보리때로 절구를 감싸도 금절구가 되지 못하듯 미상불 촌티는 어찌할 수 없나부다.

의상봉 남도 모임 이후 근교 계시는 몇분이 통이맞아 개평 서푼에 막창 찾디끼 대덕산 야간
산행을 계획했으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여의치 않아 객만 장기판에 차포 떨어진 졸 신세가 되어 코스모스(구자숙)님과 오붓한(?) 산행을 하게 되었다.
퇴근후 대구행 막차를 타고 서부 주차창에 닿으니 곧바로 코스님의 문자가 날아온다.
상인동으로 가야 하니 지하철로 오라고..
두다리가 있으니 지하철로 가는 거야 어렵진 않으나 문제는 우리 향골엔 지하철이 없어 여태 한번도 지하철을 이용 해본적이 없다는 겄이였다.

남에게 물어보재니 전번 기백 산행후 돌솥 순두부 생각이 나 존심이 허락않고 별수없이 한켠 기둥에 몸을 사리고 구렁이 제비집 노리듯 우선 표 구입 요령부터 가만히 지켜보니 자판기 커피 빼디기 별거 아니네. 두 번째 관문인 개찰구 통과, 기차같이 무신 검표원이 있는것도 아니고 티켓을 집어 넣으니 문이 열리는 겄이야 항용 바보상자에서 본터라 집어 넣는 곳만 안대면 일이 수월할겄 같아 앞에서 괜히 폰을 꺼내 만지작 거리며 어섯눈으로 지켜보니 이겄도 별거 아니네 . 촌티 않냈다는 만족감에 대희하여 승강장으로 내려서니 마침 제시간에 열차가 닿고 코스님이 빨리 타랜다.

두어번 얼굴 맞댄적도 있고 안부 인사 정도는 없었던겄이 아니나 막상 달랑 혼자 오시니
칙간 앞에서 사돈 만난디끼 어째 조금 그렇네.
객의 소회야 어떻던 코스님은 곁과 애들 안부에 여념이 없으시고 산행길을 설명 하시는 품이 활달한 성격과 고수다움이 여실히 배어난다.
객이 더욱이나 놀란겄은 코스님의 배낭 무게였다. 무신 보따리 장사는 아닐텐데 35리터 배낭이 꽉차 엔간한 종주 코스의 무게로 달고 다니시니 객이 더욱 무색해진다.
상인동에서 내려 택시로 수박골 초입으로 들어선다.

개울이 널찍하고 태풍 매미의(객의 어릴적 별명) 영향으로 수박골은 군데군데 하천정비 공사가 한창이다. 객의 고향인 우리 향골은 황강의 영향으로 사질양토가 발달해 수박과 딸기등의 재배가 성하다. 그러나 어디를 둘러봐도 수박을 키울만한 여건이 뵈지 않는데 이름이 수박골이라니 의아 스럽다. 박수 무당이 많이 살아 그렇나, 수막골이 와전된 걸까..
개울 어름 널찍한 길을 기어오르던길이 한굽이를 돌자 마지막 민가로 보이는 건너편 중허리에서 소리로 보아 삶아 놓으면 한끼 안주로도 부족할 듯한 잔망스런 체수의 견공놈이 손님을 반겨 허리가 끊어져라 짖어댄다. 그놈 손님 대접을 아는겄보이 촌 것은 아닌가부다.

무거운 걸망을 짊어진 중량감(나몰러)있는 코스님은 잘도 올라가신다.
되려객이 연신 이앓는 소리를 내며 허겁지겁이다. 길은 우거진 수림 사이를 뚫고 부드럽게 물결 치는데 은은한 수풀의 향내는 잔잔하고 슬프도록 처연한 소쩍새의 울음소리는 고단한 삶으로 생을 부대껴온 여인네의 구슬픈 읍소 같아 공연히 스산하다.
이정표가 있는 주능선 삼거리에 올라서자 엘도라도의 보석창고 같은 화려한 달구벌의 야경이 시선을 압도한다. 항용 보아온 코스님도 객이 저걸로 코스님 반지나 해드릴까 하니 살풋 웃으시며 섬세한 여심을 굳이 감추지 않는다.

잠시 쉬었다가 울울창창한 청룡산 된비알을 허위허위 오르노라니 너무도 아름다운 야경에 전혀 힘이 들지 않고 왜 이제야 왔나 하는 탄식이 절로 인다. 다음엔 꼭 곁과 오리라 다잡으며 한구비를 크게 올려치니 헬기장이 널찍한 청룡산 정상이다.
아무리 봐도 지겹지않은 야성과 멀리 갓바위로 오르는 불빛이 마치 도솔천으로 오르는 연등처럼 단아해 불자가 아니래도 선심이 절절하다.
이제 앞산(대덕산)까지야 곱사등에 삿갓 쒸우기 만큼이나 지척인 까닭에 원없이 쉬어가기로 작정을 하고 보따리 풀어 먹거릴 내놓는다.

성격 만큼이나 통이 큰 코스님의 보따리엔 서너명은 충분히 먹을 만큼의 먹거리가 가득하다. 그러나 입이 짧은 객이 기껏 풋고추에 된장 찍는 것으로 식탐을 대신하니 많이 불만이신가보다. 정상주 두어잔에 어한을 하고는 덜덜 떠는 코스님이 안쓰러워 앞산으로 길을 잡아 나간다. 아니 그런데 코스님의 헤드랜턴은 멀쩡한데 친구들에게 미8군 군용창고에서 삐어져 나온, 그래서 천금을 주고 구입했다고 사기를 친 이놈의 랜턴이(ㄱ자군용) 점점 희미하게 기를 잃어가더니 종내는 먹통이 돼 코스님 앞에서 망신을 주는 겄이 아닌가. 예비 배터리도 없어 할수없이 코스님뒤를 졸졸 따르는 방자 신세로 전락 하고 말았다.

여태 꼴에 장부라고 큰소리치며 난체 하다, 졸지에 코가 한자나 쑥 빠져서는 보릿고개 손님 맞은 꼴이 되어 체면이 말이 아닌데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코스님은 작년 야간 산행때 운무에 그만 길을 잃어 앞산은 어디가고 경산이 웬말이냐 식의 무용담을 조근조근 얘기 하신다. 소나무 길을 내려서고 널널한 임도 같은 길을 지나 샘터 갈림길을 스치면 달구벌 시민들이 많이 쉬어가는 편편한 개활지가 나오고 급한 오르막을 추어 오르면 군시설물로 가는
포장도로와 만난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 길을 따라 코스님의 무용담과 불야성을 바라 걷던길이 정상 대행 노릇을 하는 헬리 포트에 닿는다.

달구벌의 두 진산인 팔공산과 앞산 두정상이 국가 시설물로 인해 정상을 내어준건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외람된 생각인줄 알지만 외향적 이득도 중요 하지만 내향적 성과 또한 무시할수 없기에 당국은 이제 그 이해 득실의 경중을 다시한번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
조금 쉬었다가 정상을 왼편으로 비껴 내려서면 앞산 케이블이 나오고 길은 사통팔달이나
코스님은 야간산행임을 고려, 청맹과니나 다름없는 객을 데려 안일사 넓은길로 내려선다.
쉬엄쉬엄 내려서는 길이 안일사에 이르면서는 불빛 환한 큰길로 바뀌고 신세벽인데도 벌써
앞산으로 오르는 부지런한 시민들이 눈에 띈다.

그 유명한 대덕식당 앞에 이르 택시로 서부주차장이 가까운 찜질방에 내려 코스님은 내가 요금 계산하는 사이 찜질방 티켓을 끊어 손에 들려 주시며 아쉬운 작별을 고한다.
무어 요기라도 조금 하시고 가래니 됐다시며 이젠 주부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며 손을 흔들며 사라지신다. 미안한 맘이 솟구쳐 면목이 없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또다시 찜질방 한번 가본 적 없는 촌놈으로 되돌아 와 있었다. 얼결에 관청에 든 새댁 같이 쭈삣거리니 4층으로 가랜다. 4층에서 또 가만히 눈치를 살피니 티켓을 카운터 아가씨에게 주고는 꼭 감방 죄수복 같은 감색 옷을 받아간다.

나도 옷을 받아 들고 사람들을 따라서 옷장에 물품넣고 샤워부터 하고는 죄수복(?)으로 갈아입고 아무리 찜질방을 찾아도 오리무중인지라 다시 카우터로 빠꾸해 찜질방이 어디냐니
2층으로 도로 내려가랜다. 허어참...
2층 찜질방에 들어서다 기겁을 하고는 뒤돌아 섰다 . 여양진가 사강공파 당당한 31세손으로 예의바른 선비의 후예인 객이 본겄이 뭘까? 방안엔 남녀노소 구분없이 얼키고 설켜 퍼대져 자는데 코고는 소리는 우뢰같고 조신해야 할 여인들의 잠자리가 뭘믿고 그리 방자한지 ... 한쪽 구석에 기대어 누웠으나 잠이 오지 않아 엎치락 디치락 거리다 떨치고 일어서 샤워장으로 가 옷 벗는데 웬청년이 힐끗 쳐다보며 지나간다.

객의 몸을 쳐다보나 생갈 했는데 나중 알고보니 그게 아니라 죄수복을 입을땐 실오라기 하나 없이 맨몸으로 입어야 되는디 객은 팬티를 입고 입었으니 그양반의 눈엔 기이하게 보였나부다. 개꼬리 삼년 묻어둔다고 황모 아니 된다다더니 객은 어쩔수 없는 촌놈인가부다.
어쨌거나 견모는 견모고 두어가지를 잘 배웠으니 다음엔 이름없는 촌부로 또 불려지길 원치 않으니 그런대로 수확은 있었것다.

앞산 산행에 도척이나 진배 없는 놈을 데리고 고생하신 코스님께 감사드리며 언제고 입은
은혜 갚겠읍니다. 고맙습니다.

2004년 5월 23일 끝.

#각 구간별 도달시간.

*20시08분...수박골.
*23시02분...주능선 삼거리.
*24시03분...청룡산 정상.(45분간 휴식)
*02시35분...앞산 헬리포트.
*03시54분...안지랭이골.

▣ 빵과 버터 - 맹익님과 도킹하기가 "스페이스쉽" 도킹하기보다 어려운듯 싶습니다. 코스모스님과 오붓한 산행 부럽습니다....내내 강건하시기를.....
^^^오시지 않는 분 기다리다 진력 났읍니다. 건강 기원 합니다.

▣ 永漢 - 야심한 밤에 힘좋은 두분이 발을 맞추었군요.^^*
^^^달구벌 야성 구경키를 얼마나 좋던지....

▣ 운해 - 파트너 쉽이 괜찮던가요? 코스모스님 덕유산 종주 가신다고 했는데 어찌 대덕산으로 가셨는지?알다가도 모르것네.....~^^**
^^^<..........>

▣ 코스모스(구자숙) - 운해님!이동준 산사랑방님이 저는 못났다고 떼어놓고 가셨답니다..16시간 을 제가 맟추어내지 못할까보아 줄행랑 치셨답니다.지는 울메나 속상한지 모르시지요.ㅠㅠㅠ 잔뜩 기대했는데요.ㅠㅠㅠ
▣ 코스모스 - 언제인가 저도 혼자 덕유 종주 떠날렵니다.그날을 기다리며....

▣ 구미정 - 정말 잼나는 한편의 콩트를 보는거 같습니다, 글을 읽는 내내 혼자 실실거리고 웃으니, 신랑이 눈치를 주네요. 잘보고갑니다. 참고로 찜질방에서 팬티 안입고 들어오는 분들 흉합니다. 개념치 마시옵소서!! 저는 코스모스님 여섯째 동생입니다
^^^ 진짜 친동생인줄 미처 몰랐읍니다. 아름다운 언니 두심을 축하 드립니다.

▣ 똘배 - 구구절절 해학이 넘치는 글에 님의 글을 읽을 때면 자신도 모르게 입이 벌어져 있습니다. 두분 멋진 산님들 즐산하세요...
^^^선배님 글 잘 읽고 있었읍니다. 건강 기원 합니다.

▣ 대구 애독자 정 - 아하,여기 또 한촌놈 있엇네... (관악산 상견례때 지하철쑈 했음.찜질방 아직가보질못했음.더 촌놈 여기 또 한놈 있음.)반갑읍니다. 애독자 정 입니다.솔솔한 산행기 잘 보고갑니다.항상 즐산 하시길...
^^^어째 정이 더 갑니다. 굳이 촌놈 탈출 서두르지 않습니다. 즐산 하시길..

▣ 윤도균 - 맹익님 정말 응큼을 떠시는것인지 아무리 지하철 타는것을 남의 눈치를 보셨을까?정말 님의 글을 읽고 있으면 요놈의 세상에선 웃음을 잃어버렸는데 아니웃고는 못백이겠네요 맹익님 내 배꼽 돌리도...늘 즐산하시길...
^^^선생님 자꾸 얘기하면 부끄러우니 도와 주십시요. 건강 기원합니다.

▣ 김정길 - 장기판에 눈치빠른 노련한 산사랑방차와 누구포가 떨어졌는지, 궁마상사는 어디로 가고 맹졸만 남아 짜숙님께 촌놈이라 괄세 받으며 밤새도록 산속에서 서럽게 시달렸노? 애고 불쌍토다.
^^^한분은 지금 출장중이신 이송면 선배님이십니다. 쫄도 빠꾸없는 차인디..조금만 걸으시길 기원합니다.

▣ 이두영 - 야간 산행 수고 하셨읍니다 그래도 산하 가족 들은 인정 다 많은 분들만 계시는 모양 입니다 좋은 추억이 남을 산행이 되셨겠읍니다 항상 즐산 되십시오
^^^새한솔 산악회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정말 잊지못할 좋은 추억이 되었읍니다. 들려 주심에 감사 드립니다.

▣ 산초스 - ㅎㅎㅎ 산하가족 합동산행 덕분에 이제는 여러분이 함께 산행하는일이 많아진것 같고, 저도 못타본 대구 지하철 탑승을 축하드립니다. 즐거운 산행하심을 축하드리며 코스모스님 축하전화 감사드립니다.^^**
^^^개업을 축하드리며 님의 말씀에 공감 합니다. 감사 합니다.
▣ 이수영 - 참말로 타고난 문재입니다. 몸짱교주님을 보고 어디 빤스 때문에 쳐다봤겠습니까?
^^^감사 합니다. 언제나 즐산 하셔 그 좋은 산행기를 접할 수 있도록 기원합니다.
▣ 산사랑방 - 아우님~! 교주님~! 이 성님은 덕유산에 내동댕이 쳐놓고 이쁜 코스모스님과 대덕으로 앞산으로 야밤도주를 했네그려.. 근데 아우님 사실은 나도 아직 지하철 우째타는지 몰라~ 담에 좀 갈켜주게~@@
▣ 진맹익 - 역시 우리 성님 산행기 따봉 따봉 지하철 거 별거 아닙디다 . 한번 도전 해보십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