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눈꽃여행~

화창한 봄날씨가 계속되고 일도 그리 바쁘지 않은 때라서 인지..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맘이 굴뚝같은 이때 모처럼 회사사람들과 소백산 갈 계획을 세웠다.

밤기차를 타고 다음날에 돌아올 짤막한 여행을 계획하며 기다렸다. 막상 갈 때쯤에 직원들의 다

른 연유로 신선..꽃과 나만 남았다. 난 보디가드 겸으로 초등학교 친구에게 부탁하여 셋이 떠나게 됐다. 떠나기전 비가 내려서 혹시 산에 비가 오지 않을까 하여 우비를 챙기며 들뜬 마음으로 새로 산 춘추용 등산복을 꺼내 입다가 추운 날씨를 생각해 바지만 겨울용으로 바꿔 입고 도시락 등 챙겨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섰을 때 약간 춥긴 했지만..그냥 약속장소로 갔다.
신선..꽃, 나, 나의 초등친구 셋이 즐거운 맘으로 오랜만에 타보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새벽3시쯤 풍기역에 도착하여 추운 날씨에 간단히 김밥을 챙겨먹고 희방사로 출발했다.
4시가 좀 안된 시간에 헤드랜턴의 불빛으로 본 희끗거리는 것이 바람에 날리는 것을 우린 먼지라는 생각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눈이라고는 상상을 못하면서...
희방사 우회하라는 푯말에 폭포도 못보고 소리로만 들으면서 절경을 못 본다는 아쉬움과 어두움 속에 떨어지는 물소리는 날 공포에 떨게 하기도 했다.

희방사를 지나면서 약간 눈이 보여 아직도 안 녹은 눈이 있구나하는 생각으로 고개를 넘어 중턱에 오르니 하얗게 쌓인 눈이 산행 진로를 뒤덮은 상태이다.
인적이 없는 새까만 밤하늘 헤드랜턴으로만 의지하면서 걷는 걸음들... 점점 많아지는 눈이 무릎까지 오기 시작했다. 깊은 곳은 내 허벅지까지도 눈 속에 빠진다.
눈이 너무 많아 걱정과 불안감으로 앞서가는 친구의 발자국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눈길을 걸으면서 신발 속으로 눈이 들어와 점점 젖기 시작했다. 내친구는 그냥 면바지에 면잠바등 등산화 외엔 갖춘 것이 없으면서도 남자라는 이유로 인적 없는 길에 러셀을 하면서 앞장서니 우리보다 더 힘들었을 것이다. 우린 점점 신발에 눈 털어내는 일이 많아졌다 조금이라도 덜 젖기 위해...

날이 밝아오면서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온통 새하얀 눈밭이었다. 눈이 습기가 적어서 그런지 계속해서 바람에 날려 사막에서 부는 모래처럼 눈밭에 실루엣 라인을 그리며 바람에 쓸려 다닌다. 나무는 온통 눈꽃으로 싸여있고...

내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다. 바람에 쓸리는 눈과 안개 때문에 더욱더 하얗게.....
7시 즈음..... 제2연화봉에 올라서 우린 진행할 것인지 우회를 택할 것인지를 생각키로 했다. 연화봉에 도착.

반가운 사람목소리가 들렸다. 마치 구조대가 온것처럼 너무 반가웠다.
두 분의 등산객은 비로봉을 찍고 왔다하셨고.. 비로봉에 눈은 20센치 이상이며 바람이 너무 거세 진행하기가 힘들 거라고 하신다.

더욱이 겨울산행 준비를 해오지 않은 우리 일행을 마주치자 아이젠 없이 여기까지 올라온 것도 용하다며 위험하니 포기하고 천문대로 향하길 권하신다.
난 우리가 오른 코스로 다시 하산 하라하면 못갔을것이다. 올라온 것도 어찌 왔는지 아찔했다.

천문대에서 죽령매표소로 하산키로 하고 잠시 천문대에 들어가서 옷과 신발등 재정리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내려가는 길은 포장길이란 말에 난 안도의 한숨이 놓인다..
내려가는 길은 7키로 정도로 3시간정도 걸어야한다고 한다. 눈과 얼음으로 덮힌 포장도로를 엉금엉금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무지 조심했지만 필사적인 몸부림도 소용없이 엉덩방아를 쪘다..
아이젠이 없었으니 말이다....


난 예상치 못한 날씨에 다시 한번 장비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고, 나의 준비부족으로 추위에 떨어야했다.
내려오는 길의 경치는 마치 다른 세상에 들어선 것처럼 너무 예쁘고 아름답다....
인적 드문 아침 동화책에서나 볼 듯한 예쁜 전경. 기분 좋게...
정상까지 못 간걸 아쉬워하며 다시 도전하자는 서로의 다짐으로...
겨울산은 소백산이 유명하다는 말을 위안 삼아 난 우연히 넘 아름다운 광경을 본 것이다.

이 상황이 운이 좋은 건지 운이 나쁜 건지...^^ 내생에 다시 못 만날 경험들이었다.
신선..꽃과 난 다시 오고싶다 했지만 친구는 고생스러웠는지 다시 오기 싫다고 한다.
또 한번 보디가드를 청하려했더니 미리 연막을 치다니..ㅋㅋ
모두 고생했어요~ 항상 좋은 일만 있기를~
2004년 4월3일 눈 내리는 소백산에 다녀오다


▣ 맷돌 - 고향산에오셔네 준비없이왔서엄청고생하셨네요 산님을못만나으면큰일날뻔했습니다 소백산은4월말까지눈이안녹아요 다음엔준비을잘해서 다시한번도전하세요 항상안산즐산하세요
▣ 불암산 - 데이지님! 고생하셨군요. 저는 4월3일과4일에 걸쳐 죽령고개를 출발하여 제1,2연화봉,천문대,비로봉,국망봉,상월봉을 거쳐 고치령까지를 다녀 왔습니다. 역시 님처럼 눈속에 빠져버렸지요. 다시끔 소백을 생각하게 해주신 산행기 고맙게 보았습니다. 항상 안산, 즐산하시구요, 행복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