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 2월 18일
어디로: 월정사 --상원사-- 중대사-- 적멸보궁--비로봉--헬기장(원점 산행)
누구랑: 나. 영길, 용선,

---오대산 가는길---

영동고속도로 겉터앉아 강원도로 접어들면
겨울 끝은 산자락의 잔설로 남아있아
겨울 바람을 맞으며 나를 보고 손 흔들고
진부를 지나
진고개 바라보며 품안으로 접어들면
아름드리 전나무는
바람소리 연주삼아 겨울노래 불러주고
노래소리 발맞추며 한 걸음 한 걸음 거닐다 보면
나는 추억의 바다속에 일렁이는 파도가 된다.

이끼낀 전나무 영접 속에 일주문 들어서면
여기까지 지고 온 속세의 묵은 때는
사천왕이 벗겨가네.
산문을 들어서면
월정사 9층석탑 풍경소리 그대로가 법문이라
땡-그렁 땡-그렁 쉼없는 정진소리
문수보살 품에 안겨 천년만년 살고 싶다.

산문을 나서 상원사 오르는 십오리 길
다져진 눈길 밟고 가노라면
계곡에 맑은 물은 수줍은 각시의 웃음마냥
졸졸졸 흐르며 애간장을 태우고
품안으로 품안으로 자꾸만 파고든다.
흐르는 물은 나목(裸木)의 가지를 타고 올라
겨울 햇살 다듬으며 봄을 기다리고
나는 비로봉 정상으로 마음을 던져본다.

관대걸이 지나치니
상원사 동종소리 내 귓전에 울려대고
보궁으로 가는 길은 하얀 눈이 깔려 있다.
이마에 흐르는 땀 훔치며 몰아쉬던 가픈숨은
중대사 샘물로 말끔이 씻어내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산자락을 올라가면
우리나라 제일의 명당이라
어머니 품속같은 적멸보궁 앉아있어
부처님의 진시사리 참배하며
석-가-모-니-불
석-가-모-니-불
석-가- 모-니-불
마음으로 염송하며
비로봉 오르기를 부처님전 빌고 빈후
능선을 빗겨타고 오르락 내리락 인생사같은 길을
바람소리 벗을 삼아
비로봉에 올라서니
정상석이 두팔벌려 나를 안고 뒹굴잔다.

주위를 둘러보니 천하가 내 품으로 몰려들고
이름모를 능선들은 구애의 손짓으로 내 마음을 흔들었다.
겨울의 끝자락을 놓지 않고 붙잡으려는 모진 바람이 일어
능선으로 잔설을 모으고 또 모아 눈밭을 만들고
무릎까지 빠져드는 눈밭위로 몸둥이 하나 덩그러이 던져놓고
하늘을 품에 안고 올려다 본 겨울 하늘이
오늘따라 왜 그리도 아름다운지
이곳이 극락인가?
이곳이 부처님 품이런가?
오늘밤은 이곳 비로봉에서
하루밤 정이라도 나누고 싶어지네.

-----2004년 2월 18일

오대산 가는 길은 매번 갈때마다 한폭의 수채화로 그려 졌습니다.
친구들과 한 산행이라 더 의미가 깊었고요.
새찬 바람과 싸우며 함께한 친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 김용진 - 님의 산행기 자체가 한폭의 수채화 같군요...잘 읽었습니다. 수고하셨고요
▣ ### - 김용진님 여전히 즐산 하시지요. 이번주에는 또 어느산 어느자락을 즐기시나요
▣ 김현호 - 매년겨울이면 의례이 오대산에 갔다오곤 했는데 요번겨울은 그렇질 못하네요 덕분에 잠시 앉았다 갑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 ### - 아직도 초보인데 많은 지도 편달 바랍니다. 항상 즐산 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