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북왕방지맥 종주기3(2차최종회)





                          *지맥구간:칠월리고개-종현산갈림길-한탄강 아우라지

                          *산행일자:2009. 12. 20일(일)

                          *소재지 :경기 포천/연천

                          *산높이 :개미산453m

                          *산행코스:칠월리고개-345.4봉-종현산갈림길-개미산

                                          -박석고개-한탄강 아우라지

                          *산행시간:10시40분-17시20분(6시간40분)

                          *동행 :경동동문산악회원 8명

                          (24기김주홍, 이규성, 이기후, 우명길, 27기송기훈, 29기유한준,

                           43기김동희, 서석범)






   한탄강과 영평천의 합수점인 아우라지에서 한북왕방지맥 종주를 모두 마쳤습니다.
한북정맥의 287.3봉에서 갈라져 나와 북쪽으로 뻗어나가는 왕방지맥은 천보산, 해룡산, 왕방산, 국사봉과 개미산을 차례로 일군 후 여기 아우라지에서 그 맥이 다하는 산줄기로 도상거리가 39Km에 달합니다. 이 산줄기를 경계로 동쪽으로는 포천천과 영평천이 연이어서 흐르고 서쪽으로는 동두천을 관통하는 신천이 흐르는데 이들 하천 모두 한탄강으로 흘러들어갑니다. 한북정맥의 8지맥 중 한탄강이나 이 강의 제1지류로 내려앉는 산줄기는 무려 셋이나 됩니다. 감악지맥이 지금은 폐쇄된 국민관광단지인 전곡의 한탄강에서 끝나고 명성지맥은 한탄강의 제1지류인 영평천으로 침잠하며 이번에 종주를 마친 왕방지맥은 한탄강과 영평천이 합수되는 여기 아우라지가 끝점입니다. 이렇듯 한탄강은 한북정맥의 지맥을 종주하는 산객들에는 더할 수 없이 가깝고 친근한 강입니다.






  북한 땅인 강원도 평강군에 소재한 해발1,052m의 장암산 남쪽 계곡에서 발원한 한탄강은 남대천, 영평천과 신천의 물을 차례로 받아 서쪽으로 흐르다가 연천군 미산면과 전곡읍 도감포사이에서 임진강에 합류되는 임진강 제1지류로 그 길이가 135Km라 합니다. 한탄강이 다른 강과 다른 점은 땅이 푹 꺼져 만들어진 수직단애의 계곡이 많다는 점인데 여기 아우라지도 마찬가지여서 강위로 바로 평평한 들판이 전개됩니다. 이 강 하류에서 전기 구석기시대 유적이 발굴되었고 후고구려를 세운 궁예가 이 강 유역에 도읍을 정하려고 했으며 고석정 및 재인폭포 등 절애의 명승지가 많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6·25전쟁 중 다리가 끊겨 숱한 사람들이 '한탄하며 죽었다'고 해서 한탄강으로 불린다는 우스갯 소리가 전해질 정도로 격전지였던 이 강을 다시 찾아 한국전쟁의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왕방지맥 종주는 그 값어치가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오전10시40분 칠월리고개를 출발했습니다.

왕방지맥 마지막 구간이 지나는 연천군의 최저기온이 영하13도라고 해 얇은 내의 두 벌을 껴입고 집을 나섰는데 막상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가자 바람이 불지 않아 견딜만했습니다. 차도에 면한 밭을 지나 왕방지맥에 올라선 후 왼쪽으로 난 넓은 임도 길을 몇 분 걸어 다다른 안부에서 왼쪽 묘지 위 능선 길로 올랐습니다. 오름 새가 완만한데다 산행식구도 조촐해 금세 속도가 붙었고 칠월리고개 출발 35분 만에 오른 쪽 아래로 아도니스 골프장이 보이는 첫 번째 삼각점의 389.3봉에 이르렀습니다. 이 봉우리에서 조금 내려가 만난 삼거리에서 직진해 십자안부를 지났습니다.






  11시40분 허브농장 위 지맥 길에 예쁜 전망대 건물이 새로 서있어 잠시 올라 숨을 골랐습니다.

십자안부에서 북진해 다다른 허브 농장은 작년2월에 왕방지맥 종주 차 지났을 때 보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이 새로 들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전망대에서 넓은 길을 따라 왼쪽으로 조금 가서 오른 쪽 아래로 내려섰습니다. 두 번째 삼각점이 세워진 345.4봉으로 올라서는 길에 나뭇가지 사이로 오른 쪽 아래 상추동저수지를 볼 수 있었던 것은 여름 내내 시야를 가린 무성한 나뭇잎들이 다 떨어져나가서인데 냉랭한 날씨로 물 색깔이 더 파래진 저수지가 여기 벌거벗은 나무들보다 더욱 쓸쓸해 보였습니다. 나무들을 베어내고 삼각점을 박아놓은 345.5봉에서 빽빽이 들어선 잣나무 숲을 지나 서진하다가 바람을 가릴 만한 곳을 찾아 점심을 들었습니다. 24회 김주홍 동문이 배낭에 가득 넣어가지고 올라온 것들로 마련한 뜨거운 먹을거리들이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줘 45분간의 점심시간이 한껏 훈훈했습니다.






  13시52분 이번 구간의 최고봉인 553봉에 올라섰습니다.

점심식사를 끝내고 13시경 지맥 종주에 다시 나섰습니다. 배낭속의 음식을 뱃속으로 옮겨 놓았다 해서 배낭과 몸무게의 합이 줄어들 리 없기에 두 다리가 받는 하중은 똑 같은데도 짐이 가볍다고 느끼는 것은 그저 느낌일 뿐 산 오름이 힘든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산행 최고의 깔딱 길은 바로 553봉에 오르는 된비알 길로 바닥에 깔린 낙엽들로 많이 미끄러웠습니다. 24기 이기후 동문이 낙엽이 쌓인 움푹한 곳을 잘못 디뎌 혹시라도 발목을 삔 것이 아닌가 걱정했는데 잠시 앉아서 스트레칭을 한 후 다시 일어나 낙엽으로 까탈스러운 된비알 길을 오르는 것을 보고 참으로 다행이다 했습니다. 553봉에 오르자 서쪽의 종현산이 아주 가깝게 보였습니다. 왕복 시간 반이 걸리는 이 산을 다녀오려면 야간산행을 할 수밖에 없어 아쉽지만 이번에는 곧바로 개미산으로 향했습니다.






  14시58분 해발453m의 개미산에 다다랐습니다.

553봉에서 내려선 종현산 갈림길에서 오른 쪽의 두 거암 사이를 지나 한참을 내려가다가 벙커가 들어선 482봉을 올랐습니다. 이 봉우리에서 왼쪽으로 내려가 암봉 오른 쪽으로 난 편안한 길을 걸어 방화선이 시작되는 민간인 출입금지구역 안내판 앞에 이르렀습니다. 작년 초 혼자서 이 능선을 지날 때는 왼쪽 아래 훈련장에서 포사격훈련을 할까보아 개미산 정상에 올라서기까지 들입다 내달렸는데 이번에는 포성도 들리지 않았고 여럿이서 함께 걸어서인지 그리 긴장되지 않았습니다. 진혁진님의 개념도에 453봉이 개미산으로 나와 있고 많은 분들의 산행기에도 그렇게 적혀 있어  저는 이제껏  나무들을 베어내어 만든 방화선 능선이 개미 등처럼 매끄러워 방화선 끝머리의 453봉을 개미산으로 부르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동행한 후배가 개미산이 453봉이 아닌 것 같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걸려 집에 돌아와 축비 5만분의 1의 지형도를 자세히 보니 개미산은 453봉보다 37번 국도가 지나는 박석고개에 더 가깝게 위치했고 그 높이도 해발160m대였습니다. 지도상의 개미산은 종현산의 한 봉우리이고 원래 개미산은 박석고개에 있는 개미허리처럼 잘록하게 생긴 산이라는 현지노인의 말씀을 전한 다른 분의 산행기를 읽고 나자 더 헛갈렸습니다. 개미 등을 지나 깃발 없는 깃봉이 덩그렇게 서있는 453봉의 개미산에 오르자 먼저 와 쉬고 있던 선두 몇 명이 서둘러야 해지기전에 아우라지에 도착할 수 있다며 자리를 떴고 저희 후미 팀은 한 친구가 싸온 싱싱한 딸기를 들며 모처럼 숨을 돌렸습니다.






  16시8분 37번 국도가 지나는 박석고개로 내려섰습니다.

개미산 정상에서 오른 쪽으로 내려선 후 전망이 좋은 공터를 지나 이번 산행 중 처음으로 헬기장에 이르자 전곡시내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영평천의 굽이진 물줄기와 감악산이 잘 보이는 능선을 따라 내려가 송전탑을 지나자 이번에도 박석고개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그냥 지나칠까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 송전탑에서 10분(?) 가까이 내려가 나무에 묶어 놓은 빨간 표지기를 보고 오른 쪽 길로 들어섰습니다. 길이 희미한데다 간벌한 나무들이 길을 막아 군부대가 파 놓은 교통호를 따라 조심해서 내려갔습니다. 이 길이 왕방지맥 능선임을 알리는 표지기가 드물게나마 걸려있었고 한 여름이 아니어서 우거진 풀숲을 뚫고나가지 않아도 되었기에 중간에 잠시 마루금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다시 마루금을 이어가 박석고개에 안착할 수 있었습니다. 선두팀 몇 명은 중간에 오른 쪽의 지맥 길을 타지 않고 그대로 직진해 고개 마루 왼편 아래로 떨어졌는데도 먼저 이 고개 마루로 올라와 저희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7시20분 영평천과 한탄강이 만나는 아우라지에 도착했습니다.

박석고개 마루에서 조금 올라서자 군부대 울타리가 보였습니다. 이 울타리 왼 쪽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 세 번째 삼각점이 박혀 있는 160.4봉에 오른 시각이 16시31분이었습니다. 개미산을 끝으로 높은 봉우리는 다 지나자 마음을 놓아서인지 해발160m의 이 봉우리를 오르는데도 힘이 들었습니다. 삼각점 봉에서 조금 더 나아가 오른 쪽으로 꺾어 오르자 지난 번 직진해 알바를 한 무명봉에 올라섰습니다. 이 봉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내려가다 잠시 멈춰 서서 서산 너머로 자취를 감추는 해넘이를 지켜보았습니다. 흐릿하게 난 길을 따라 내려가 지난 번 알바로 한번 지났던 넓은 비포장도로로 내려섰습니다. 이 길을 따라 왼쪽으로 진행하다가 오른 쪽으로 난 시멘트도로를 따라 내려가 합수점인 아우라지에 도착해 왕방지맥 종주를 모두 마쳤습니다.






  인근 음식점으로 이동해 유한준 산행대장이 낸 저녁을 맛있게 들었습니다.

인근 미산에서 목축업을 해 짬 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고맙게도 아우라지로 마중 나온 31기 오창규 후배가 소요산역까지 데려다주어 귀가 길이 한결 편안했습니다.






  어둠보다 조금 먼저 도착해 합수점의 고즈넉한 강변 풍광을 카메라에 옮겨 담으면서 아우라지의 참뜻을 새겨보았습니다. 한탄강의 아우라지보다 더 널리 알려진 아우라지는 한강의 지류인 골지천과 송천이 합류되는 정선의 아우라지로 정선아리랑을 잉태한 곳이기도 합니다. 두 아우라지의 공통점은 두 물줄기가 하나로 아우러진다는 점이어서 혹시 아우라지의 어원이 “아우르다”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우름의 철학이 요새처럼 절실한 때가 없다 싶은 것은 해가 더 할수록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고, 책임지고 이를 해소할 정치세력들은 날이 갈수록 반목을 심화시키고 있으며, 지역갈등 문제도 영남/호남의 갈등에 수도분할 문제로 충청도까지 더 해지는 것 같아서입니다. 아우라지에서 아우러지는 것은 비단 물만이 아닙니다. 두 물줄기가 흐르는 유역에 뿌리박고 사는 사람들의 애환도 같이 아우러질 수 있는 것은 다름은 묻어두고 같음을 드러내어서입니다. 여기 아우라지에서 서로 몸을 섞으려고 부지런히 달려온 한탄강과 영평천이 우리의 스승인 것은 이들의 아우름에는 협상테이블에 올려야 할 조건들이 아예 없는 무조건 적인 "하나 되기"이어서입니다.  영평천과 한탄강이 하나로 아우러지는 것은 한탄강과 임진강이 하나 되는 더 큰 아우름을 낳고, 임진강과 한강의 거대한 아우름을 마련하며, 더 나아가 한강과 서해바다가 하나되는 아우름의 완결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작은 아우름의 승수효과가 이러하다면 사람들의 아우라지는 분명 유토피아이겠는데 이 아우라지가 보이지 않는 것은 사람들의 어리석음 때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