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8일 (토요일)



◈ 산행일정

강남터미날(23:00)

정읍터미날(02:43)

개운치(04:00)

고당산(04:54)

528봉(05:16)

굴재(05:30)

553봉(06:05)

사거리안부(06:43)

사적골재(07:21)

366.7봉(07:54)

사거리안부(08:32)

구절재(08:58)

460봉(09:45)

예덕리안부(10:39)

왕자산(11:53)

방성골도로(13:08)

성옥산(13:34)

335봉(14:14)

가는정이(14:49)

283.5봉(15:17)

여우치(15:23)

묵방산(16:01)

모악산갈림길(16:41)

초당골(17:00)

전주터미날(18:50)

강남터미날(21:45)



◈ 산행시간

약 13시간



◈ 산행기



- 개운치

별 생각없이 강남터미날로 나갔더니 매표소에는 의외로 긴줄이 서있어 버스를 놓칠까 조바심을 하며 23시발 정읍행 버스표를 3분전에야 간신히 끊는다.

다음날이 어버이날이고 주말까지 겹쳐 고향으로 내려가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인데 산에 가는것만 생각해 배낭을 메고 기웃거리는 내 모습이 부끄러워진다.

다행스럽게도 버스는 1시간이나 연착을 해 대합실에서 지낼 고통스러울 시간을 줄여주고, 터미날옆의 편의점에서 떡국과 삼각김밥으로 요기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택시로 찰흑같은 어둠에 묻혀있는 개운치에 내려 잠시 지형을 살피다가 전에 보아두었던 들머리로 들어서니 바로 밑의 농가에서는 개들이 요란하게 짖어댄다.





- 고당산

새벽이슬에 발을 적시며 철조망이 쳐진 묵밭으로 들어가다 되돌아나와 대숲이 있는 절개지를 올라서서 넝쿨들을 헤치며 산으로 들어간다.

시커먼 숲에 랜턴불을 비쳐가며 가파른 능선을 올라가면 한동안 표지기 한장 보이지않아 신경을 바짝 세우고 연신 나침반을 확인한다.

곧 키를 넘는 산죽숲이 시작되고 발 디딜곳을 비쳐가며 무성한 산죽을 힘겹게 헤치면 이마에서 비치는 LED 불빛속으로 작은 입자들이 허공을 떠다니는듯 몽롱한 착시현상이 생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산죽지대를 넘고 바위지대를 따라 헬기장에 오르니 정읍시내의 불빛들은 불야성을 이루고있고 망대봉중계소의 불빛 하나는 외롭게 깜박거린다.

잡목과 덤불들을 헤치고 무덤 한기가 있는 고당산(637.9m)에 오르면 어둠속에 삼각점과 전북산사랑회에서 세운 금속 정상판이 보이며 산정은 아침을 준비하는 산새들의 지저귐으로 가득 차있다.







(어둠속의 고당산 정상)





- 사적골재

산죽지대를 따라 급한 바위지대를 내려가며 날은 서서이 밝아오고 주황색 마을불빛을 보며 무덤이 있는 528봉에 오르니 정맥은 오른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비포장임도에 "오룡천주교성지" 안내판이 서있는 굴재를 넘고 호화분묘와 폐무덤들을 줄줄이 지나면서 평화스러운 오룡마을을 내려다 본다.

구덩이가 파여있는 553봉에 오르면 전망이 트이며 수창저수지와 칠보산이 잘 보이지만 날은 점차 흐려지고 바람이 많이 불어오며 이따금씩 졸음기에 깜박거린다.

지형도에 삼각점이 표기된 489.5봉은 찾지도 못하고 전신주가 서있는 사거리안부로 내려가니 노송숲이 그윽하고 다시 가파른 산죽숲이 이어진다.

봉우리를 넘어 임도따라 석탄사로 내려가 식수를 보충하고, 마을사이로 시멘트도로가 지나가는 사적골재를 넘어 끝없이 이어지는 정맥길을 오른다.







(새벽녁의 굴재)





- 구절재

가파르게 428봉을 넘고 잡목사이로 희미한 길을 찾으며 삼각점이 있는 366.7봉에 오르니 차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구불거리는 도로와 아래허궁실 마을이 보인다.

송전탑을 지나고 까시나무들이 기승을 부리는 산길따라서 붉은 벽돌로 쌓은 특이한 묘지를 보며 사거리안부를 넘는다.

송홧가루가 뿌옇게 올라오는 숲을 바라보며 TV안테나가 서있는 봉을 지나고 다시 송전탑을 지나 칠보면과 산내면의 경계를 이루는 30번국도상의 구절재로 내려선다.

구절재까지 어언 5시간이 걸렸으니 전번 산행때 오후 4시가 다 되어서 개운치를 출발했으면 족히 2시간은 야간산행을 해야했으니 결과적으로 개운치에서 산행을 접은것은 잘된 일이다.

산내면이정석에 걸터앉아 아침을 먹으며 모과주도 한잔하고 이제서야 초당골까지의 하루산행을 시작하는 셈이라 지도도 다시 확인하고 마음을 다져 잡는다.







(구절재)





- 왕자산

밭을 지나고 가파르게 이어지는 숲길로 올라가 전망대바위에 서니 산내면 일대의 전답들이 잘 보이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옷깃을 헤쳐가며 땀을 식혀본다.

구덩이가 파여있고 돌무더기들이 널려있는 420봉을 넘어 벌목지대로 내려가면 남아있는 노송들은 마치 병풍을 두른듯 한쪽에 도열해있고 키작은 상수리나무와 까시나무들이 넓게 자리를 잡고있어 묘한 대조를 이룬다.

한여름이면 오르기 힘들것 같은 가파른 잡목숲을 헤치며 460봉을 넘고, 무덤봉을 만나 급한 비탈을 내려가서 밭을 지나고, 생활쓰레기들이 잔뜩 버려져있는 산판길을 따라간다.

고목 한그루가 지키고있는 예덕리안부를 넘고 마을묘지를 지나, 잘못 붙혀진 표지기따라 벌목지대로 내려갔다가 30여분간 고생하며 길을 찾는다.

되돌아와 뚜렸한 등로를 따라가면 산불지역이 나오는데 나무들은 사방에 쓰러져있고 온갖 까시나무들이 덤벼들어 괴로운 길이 이어진다.

무덤들을 지나고 바로 삼각점이 있는 왕자산(444m)에 오르니 조망은 꽉 막혀있으며 오랫만에 앉아 간식을 먹고 배낭과 옷에 온통 노랗게 들러붙은 송홧가루를 털어낸다.







(예덕리 안부)







(왕자산 정상)






- 가는정이

이름도 멋있는 왕자산을 내려가면 평탄한 숲길이 이어지다가 사거리안부를 넘고 남쪽으로 내려가던 정맥은 펑퍼짐한 봉에서 동쪽으로 급하게 방향을 꺽는다.

잡목들을 헤쳐가다 능선이 애매해지며 과수원이 나오고 방성골 마을을 지나 밭을 넘어 2차선 포장도로를 건너면 마루금은 다시 밭으로 이어진다.

묘지들을 연신 지나고 희미한 잡목길을 따라 이등삼각점이 있는 성옥산(388.5m)을 넘어 어둠침침한 숲길을 오르니 자연난을 캐던 부부가 반갑다고 말을 걸어온다.

나뭇가지 사이로 옥정호를 바라보며 커다란 전주가 쓰러져있는 안부로 내려서면 묵방산이 앞에 우뚝 솟아있어 기를 죽인다.

폐무덤이 있는 335봉을 지나고 애기무덤이 있는 봉을 넘어 가는정이 마을로 내려서니 옥정호가 바로 앞이고 식당들이 많이 있으며 가는정이도로에는 하운암산장 표시석이 서있다.







(마을을 지나가는 낮은 산줄기)







(성옥산 정상)







(안부에서 바라본 묵방산)







(가는정이 마을)







(가는정이 도로)






- 묵방산

가게뒤로 들어가 가족무덤이 있는 구릉으로 올라서니 아름다운 옥정호가 시원하게 펼쳐지며, 소나무숲을 따라 사거리안부를 넘으니 특이하게 돌로 쌓은 참호들이 보인다.

깃대와 삼각점이 있는 283.5봉을 지나 묵밭을 넘고 시멘트도로가 지나가는 여우치를 넘어 멋진 정자가 있는 여우치마을을 통과한다.

바위지대를 따라 느티나무 고목들을 지나고 비어있는 폐농가의 담벽을 따라 대숲을 지나서 산으로 올라 붙는다.

가파른 산길은 끝이없이 이어지고 진땀을 흘리며 한걸음 한걸음씩 묵묵하게 오르면 무너진 무덤과 바위지대를 지나 능선갈림길에 도착한다.

정맥에서 약간 떨어져있는 묵방산(538m)에 오르니 고생한것 답지않게 작은 바위와 참나무 한그루뿐이고 조망도 막혀있는 잡목숲 뿐이라 쓴웃음이 나온다.







(무덤에서 바라본 옥정호의 전경)







(묵방산 정상)






- 초당골

갈림길로 돌아와 완만하게 이어지는 숲길을 훠이훠이 미끄러지듯 내려가 안부를 지나고 낮은 봉우리를 넘는다.

모악산이 갈라지는 350봉에 오르니 전북산사랑회에서 세운 금속 안내판이 서있는데 모악산까지는 15km이고 목적지인 초당골까지는 불과 1km 밖에 안 남아있다.

동쪽으로 방향을 바꿔 옥정호와 순환도로를 바라다보며 완만한 등로를 따라가면 무덤가를 지나고, 식당 뒤로 내려가 27번국도가 지나가는 초당골안부로 내려선다.

가게에서 찬 캔맥주 하나로 목을 축이며 아름다운 옥정호를 바라보고있으니 참고있던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하고 쪽빛 호수를 휘어도는 저쪽 산마루에 시내버스 한대가 언뜻 보인다.

순환도로로 이어지는 다음 구간의 들머리를 바라보고 3정맥 분기점인 주줄산을 생각하며 쏜살같이 달려온 버스에 올라타 전주로 향한다.







(모악산 갈림봉)







(초당골)






▣ 김정길 - 내 개인적인 판단으로 볼 때, 산악인들 중에 판단력이 뛰어나고 뱃장좋고 가장 용감한 사람은 홀로 정맥이나 기맥 지맥 거니시는 분 같아요, 문창환아우는 절대로 보통사람이 아닙니다. 부디 무탈하시고 건강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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