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두대간(삽답령에서 이기령까지)구간산행기※

※ 코스: 삽당령→두리봉→석병산→고병이재 →생계령→백복령 →987.2봉 →1,022봉 →원방재 →상월산 → 이기령 →이기동


● 2004.4.24/25(무박 2일)


● 밤안개 대간팀 따라


★ 백두대간 22,23구간중 두타,청옥산에 이어 행정구역은 강원도 정성군
임계면과 강능시 옥계면을 지나는 곳.


※ 현지기온 영상3도에서 낮에는 6내지 7도 바람이 몹시 세차
체감 온도는 0도 안팍으로 느껴짐.




다음주(5월1일,2일)로 예정된 대간은 할망구 동창들이 모처럼만의 장거리 모임 여행으로
어쩔수 없이 집을지켜야 하므로 부득이 오늘 걸리는대로 미답의 한구간을 밟아 보기로 하고
단골로
다니는 산우회에 자리를 부탁하니 흔쾌히 받아주어 잠실에서 10시40분 뻐스를 탄다.
외외로 몇분 반가운 분들과 모처럼만의 인사를 교환하고 안내의 설명을 들으니 고생을 각오해야겠다.


나누어 준 지도와 고도표를 보니 도상거리 약 26km,넘어야 할 산만도 15`16개는 되고 이기령에서 출발 하는것을 이번에는 북에서 남으로 진행하는 이른바 역 주행?방식,이유는 덜힘이들게 할려고 한단다. 얼른 쉽게 이야기 해서 지리산 종주 보다는 약하나 백두대간 구간중 제일 길고 지루한 코스란다.

작년 여름 지리산 구산리,왕시리봉,반야봉으로 해서 달궁으로 하산 하면서 뱀사골까지 기다시피 간적도 있는데..... 그리고 산길은 멀고 지루해야 제 맛이 난다고 하는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지고 지금까지 걸어온 이사람인데 무에 두려움이 있겠냐만은 한 가지 걱정은 안좋은 무릎이다. 다친것은 아니나 왠지 요지음 왼쪽 무릎이 좋지 않아 지난주에도 도봉산 오봉을 시험삼아 걸어본 적도 있으나 크게 걱정할것은 못되어 가게 된것이긴 하다. 해서 무릎 밴드도 준비 했다.




삽당령에서 백복령.
◆ 삽당령→두리봉→석병산→고병이재 →생계령→자병산 입구 →백복령
◆ 약 16km(3시11분 삽당령 출발,9시2분 백복령 도착)


◎ 새벽 3시 11분 어김 없이 뻐쓰에서 내린 일당 정예부대(여기서 정예부대라 함은 앞으로 6내지 7구간만 하면 진부령을 종점으로 완주기념으로 기대가 부풀어 있는 팔팔한 산꾼)가 산죽 길로 들어서드니 바람 같이 사라졌다. 하여간 이 사람들은 대간 길을 이어오면서 주력 만큼은 대단히 발전하여 산에만 오면 펄펄 날른다. 캄캄한 밤이라 사방을 둘러보아야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고 가끔 나타나는 저 아래 불 빛 만이 강한 바람과 함께 이 가슴을 때린다. 각오를 단단히 하고부지런히 일행을 따르나 진도가 나가면서 서서히 뒤쳐지는것은 나이탓만은 아닐텐데.....왜냐하면 바로 이팀 중에 60을 넘은 대간꾼이 4명 정도 있는데 그중 한사람 축지법을 쓰는지 산길에만 들어서면 어느듯 간곳 없고....그래서 붙인 별명이 귀인이다.

산죽길을 지나 산봉우리를 2개쯤은 넘었는가 제법 높다고 생각되는곳에 오르니 사위가 조금은 밝아 오고 아마 여기가 두리봉일거라고 한다. 조그마한 산을 오르내리기를 2~3번은 한듯 숨을 헐떡이며 한차례 올려 붙으니 눈 앞에 거문 모습이 커다랗게 나타 나고 이내 불 빛이 번쩍인다. 이 곳이 석병산(1,055.3m) 이다.대간 길은 정상을 거치지 않고 바로 우측으로 내려서서 가도 되나 여기서는 일부러 올라야 한다. 이정표에는 일월봉이라 표기가 되어 있다.

5시2분 정상에서 내려서서 계속 내림 길은 이어지더니 또 한차례 올려치기를 한다. 바람이 몹시 불어 춥게 느껴지고 장갑 낀손이 시리기도 하다. 뒤에서 붉은 모자를 쓴 늙은 청년이 알바를 하고 오는중이란다. 석병산 정상에서 내려서면서 오던 길로 한참 내려가다가 후미 가이드 한테 불심검문?을 당하고 불이나케 달려 오는 중이란다. 이분도 나이는 60이나 걷는데는 일가견을 가지고 있는분이다. 낑낑대는 나를 두고 쏜 살같이 쳐 올린다. 어디서 그런 괴력이 솟아 나는지.... 정상에 올라서니 H 장이다.






◁ 석병산 이정표 ▷ 일출 장면

◁ 정상 삼각점 ▷ 고병이재



헬기장을 뒤로 하고 급경사를 한차례 내려서서 산죽밭을 따라가면서 왼쪽(동쪽)에는 실개천 같은 것이 멀리 발 아래 내려다 보이고 가면서 지도를 보니 그게 아마 석화동굴*이 있는곳이 아닌가 추측 해 본다. 지루하게 오르 내림을 반복 하면서 발 아래 펼쳐 지는 이름 모를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지 못하는것이 아쉽게만 느껴진다. 야생화를 비롯 하여 나물을 비롯한 잡초들이 지천이다. 여유만 있으면 한번 살펴보고 가고 싶기도 하나 원채 이름도 모르고 혼자 살피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현실적으로 없다. 일행들을 따라 잡아야 하니까.....

* 석화동굴.....문희중씨가 69년에 개발허가를 얻어 공개해 오다 지방문화재로 지정이 되면서 폐쇄되어 있다한다. 하얀 석회와 석순,석주가 아름 다우며 약 1km에 달하는 석화동굴이다.



멀리 동쪽(왼편)에는 자병산이 벌거 벗은 모습으로 시야에 들어 온다. 이를 두고 산꾼들의 입에서 회자되는 그 유명한 산이라고 대장이 일러준다. 대장이 허기가 진다고 간단히 아침 요기를 하자고 하여 평평한 안부에서 휴식겸 간식으로 기운을 돋군다.
마침 단독 종주중인 젊은이와 교행하면서 인사도 하고 안내 간판에 내가 좋아하는 okmountain.com의 산꾼 한 분을 대하니 더욱 반갑다.




◁ 멋진 소나무 ▷ 생계령 안부라고 적힌 간판(다음이 생계령라네요)





△ 걸어온 능선 길



● 7시10분 자리를 털고 일어나 걷기 시작이다. 대장이 하는 말 "뒤에 한분이 오고 있는데 그분은 백복령에서 포기를 한단다." 얼마나 힘이 들면 그럴까? .... 굼굼 하기도 한데 .... 이곳 부터는 소나무 숲도 지나고 전마무 숲도 지나면서 모처럼 예의 "치톤 피트"라는 것을 마음껏 마실 기회라고 생각하며 숨을 더욱 들이 마시면서 간다. 생계령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서서히 고도를 높이며 이곳 저곳을 살피는 여유를 갖여 본다. 고압 철탑 밑을 지나면서 전나무 숲에 가려 막혔던 시야가 터지면서 가차히 왼쪽에 예의 자병산이 벌겋게 되어 내 앞에 처참한? 모습으로 나타 난다. 모 시멘트 회사에서 씨멘트 원료인 석회석을 캐느라고 자병산을 송두리채 파 먹은 것이다. 공사장 입구를 나와 도로를 따라 백복령 정상으로 오른다. 바람은 그칠줄 모른다.(9시 2분)





◁ 처참한 자병산 ▷ 백봉령




● 9시27분 .아침을 먹으면서 이 곳에서 포기하려고 하는 이유를 물으니 선두에게 시간차를 너무 주어 늦으면 폐가 되어 포기를 할까 생각중이라는 말을 듣고 "예의 여보슈! 늙은 나도 중도 포기 안하고 가는데 그깟 좀 늦는다고 뭐 그리 미안하게 생각해요? 그냥 같이 갑시다!" 강권하고 대장과 함께 끌고 이기령을 향하여 산 길로 들어 섰다.




백복령에서 이기령 까지
● 백봉령→987.2봉→1022봉→원방재 → 상월산 → 이기령 →이기동
● 약 10km(9시27분출발 이기령 13시13분도착 이기동 14시28분 종료)




★ 능선 줄기를 따라 지루한 걸음이 계속 이어진다. 대장이 연속 대간 종주를 하드니 상당히 피곤 하단다. 속도 좋지 않은가 보다. 자꾸 뒤쳐지기도 하고 때로는 화장실도 가는지 한참만에 나타나곤 한다. 예의 바람은 그칠줄 모른다. 대간 길은 987.2봉을 올라서니 S 자 모양으로 한 능선길이 발 아래 펼쳐지고 대장한테 물으니 저 아래가 원방재라한다.

대간길은 왼쪽 동쪽으로 급경사를 이루며 고꾸라지듯 한참을 내려서니 안부처럼 보이나 아무것도 아닌듯.... 다시 올려치기를 한다. 잡목숲이 옷 깃을 잡아다니고 걷기가 수월치 않다.작은 산을 S자로 휘 돌아 가면서 세찬 바람에 몇번이고 옷 깃을 여며 보나 자꾸 모자가 벗겨지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옷이 찔려 푸느라고 몇번이고 싱갱이를 하면서 돌밭길을 간다. 마치 지옥길이 이렇다 했던가.
포기 하겠다던 이 사람은 앞에서 사라진듯 나타나고 지칠줄 모르고 잘도 내 달린다. 찬 바람덕에 쉬임없이 가는거다. 쉬면 오히려 추우니까! 그래 오늘 이렇게 대간을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24일 장례를 모신 전직 동료의 애 닲은 죽음을 보고 모든걸 잊어 보려고 왔던 이유도 있다.
그런데 하필 이런때 저 세상으로 간 이 친구가 갑작이 떠오르는 이유는 간 혹 나타나는 협곡이 왼쪽 발 아래 펼쳐 질때 마다 저기가 무간의 지옥 같구나 생각하면서 불현듯 떠올라서 하는 이야기다. 흔히 동료들이 만나면 하는 말이 생각난다. 건강하게 살다가 자식들의 설음을 받으며 갑작이 저승으로 가는 사람이 제일 행복 하다고.....백봉령에서 출발할때에는 거리상으로 보아도 이기령 정도야 했는데 막상 산 길을 가니 돌밭길에서 속도가 나지 않아 답답한데다가 자꾸만 잡념이 생겨 머리가 혼탁 해 지니 지루하다 못해 짜증까지 난다.

★ 내원참! 누가 절더러 대간 하랬나? 원방재가 조 아래라고 한 대장의 말이 자꾸 뇌리를 스치면서 "거짓말쟁이!" 라고 몇번을 되네이며 오르고 내리고 휘어지기를 했던가! 그것도 세찬 바람에 나뭇가지에 매를 맞아가고 붙잡혀 가지를 뿌리치기를 무릇 기하뇨! 끝 없이 고도를 낮추며 소나무 숲이 바람에 좀 자는가 싶더니 눈 앞에 무수한 리본이 나를 반긴다.

원방재다! 이곳에서 대장은 또 볼 일 보러 숲속으로 들어가고 그 사이 나는 눈 앞에 보이는 상월산을 향하여 오르는데 이게 장난이 아니다.코가 땅에 닿는 그런 기분 .... 끝없이 올려치기를 하는데 약 250m의 고도를 치고 오르는 그야 말로 악전고투의 연속이다. 분명 상월산을 원방재에서 보았을때에는 코 앞에 있었는데 올라 보면 봉우리 넘어 저 앞에 있는듯 가 보면 또 저기서 메롱이고.... 손에 잡힐듯 닥아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간 길은 동쪽으로 휘며 오르내리기를 3번은 한 끝에 드디어 내 손에 잡혔다고 좋아 했더니 대장 왈 저 앞에 봉우리를 올라 우측으로 휘어 내려가야 이기령이란다. 이제 다 온 기분이다. 걸음이 빨라진다. 소나무 숲 길을 따라 내려서면서 보니 우측에 길이 보이고 대간길은 반대편으로 숨는다.
평탄한 길을 한참 내려서니 눈 앞에 비포장 도로가 보이고 커다란 하수관인듯 희게 시야를 가린다. 마침내 이기령이다.(13시13분)


기념 사진 한장 밖고 이기동으로 내려서면서 역주행 한 이유를 알겠다. 이기동 까지 써비스 시간을 약 1시간15분 , 이걸 여기서 올려쳐서 이어간다면 모르긴 해도 삽당령가지 완주 못했을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마치 패잔병 몰골을 하고 기다리는 뻐스에 도착 일행의 환영에 감사한다. 도한 24일 저승으로 가신 전직동료의 명복을 간절히 비는 마음 간직하며 오늘 산행을 접는다.




△ 두개 모두 돌 바위( 이쪽은 길도 모두 돌길)
◁나무에 매달린 상월산 표지 ▷ 이기령에서 기념 촬영(패잔병 몰골을 한 밤안개)





▣ 빵과 버터 - 선생님 연배에 대간에 도전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오싹한 산행기록입니다. 부디 건강하게 뜻하시는 바를 이루시기 바랍니다.....
▣ 김정길 - 선배님! 무리하셨습니다. 선배님의 입장에서는 2일분 하셨으니 패잔병 목골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무리 마시기를...
▣ 불암산 - 무척이나 긴 코스를 타셨습니다. 저가 알기로도 긴코스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고 두구간으로 자를 수 없는 구간이지요. 선배님의 열정, 깊히 존경하며 항상 강건하시고 무탈산행 이어나가시길 빌겠습니다. 행복하십시요.
▣ 밤안개 - 관심에 감사드리고요.정말 지루하고 긴 코스드라고요.그렇다고 중간에 자르기도 그렇고...이해가 갑니다.
▣ 산초스 - 춥고 바람센 날씨에 고생하시며 먼 대간길 한구간 마치심을 축하드립니다. 항상 안전하고 여유있는 즐거운 산행하시기 바랍니다.

*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2-20 2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