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key의 나홀로 백두대간 종주
제22차 구간 종주 산행기(1)

1.산행일정 : 2002. 7.27-7.29(2박3일)
2.산행구간 : 진고개-구룡령-조침령-한계령(61.Km)
3.산행친구 : 여전히 혼자
4.산행여정
- 7/27 : 제30소구간(진고개-동대산-두로봉-신배령-응복산-약수산-구룡령:22Km)
23:26 울산 출발(7/26)-청량리행 열차,영주에서 강릉행으로 갈아 탐.
07:25 강릉 착
08:40 진고개 도착(08:55 출발)
09:46 동대산(1,433.5m)
10:37 차돌배기
12:02 도로봉(1,421.9m)
13:45 신배령
14:31 만월봉
15:08 응복산(1,359.6m)-15:40 출발
18:13 약수산(1,306.2m)
18:43 구룡령

5.산행기
- 대간 일시종주자와의 만남
피곤했는가 보다. 영주역에서 강릉행 열차로 갈아 타야 하는데 하마터면 청량리로 갈 뻔 했다. 차내 방송소리에 깜짝 놀라 허둥지둥 배낭을 메고 내린다. 강릉에 도착하니 기어이 비를 뿌리고 만다. 비하고 원수가 졌는지 산에만 오면 비오는 날이 많다. 식당에 들어가 된장찌개로 아침을 먹고 택시를 타고 진고개로 향한다. 비오는 오대산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꾸불꾸불한 도로 옆으로 온통 울창한 숲이다. 도로를 따라 고도를 높혀 가자 안개가 산허리를 감싼다. 진고개휴게소 큰 주차장에는 아직 텅텅 비어 있다. 음악소리만 산안개속으로 퍼져 나간다. 비옷을 챙겨 입고 동대산으로 오른다.

오르막인지라 금방 땀으로 젖는다. 윗도리 비옷을 벗어 배낭에 쑤셔 넣는다. 비에 젖으나 땀에 젖으나 마찬가지다. 500m 간격으로 서 있는 동대산 이정표 3개를 지나면 마지막 이정표는 동대산 30m 전방에 서 있다. 동피골야영장과 동대산 갈림길이다. 동대산은 여전히 스산한 바람과 함께 안개비가 내리고 있다.

물방울이 방울방울 맺혀 있는 풀섶을 털면서 앞으로 나아가면 곧장 1,330봉에 닿는다. 널찍한 공터에 온갖 야생화가 비에 젖어 떨고 있다. 안개는 산봉우리를 타고 넘는다. 이정표가 500미터 간격으로 외롭게 서 있다. 하얀 차돌조각이 길가에 널려 있는 곳을 지나면 큰 차돌하나가 우뚝 서 있다. 이정표에는 차돌배기(해발 1,230m)라고 적혀 있다. 어릴적에 차돌 조각 두개를 주어 이불 밑에 숨어서 서로 부딪히면 불꽃이 반짝거리는 것이 너무 신기하였다. 특별히 갖고 놀 것이 없던 시절이라 차돌 두 조각은 좋은 장난감이었다.

흔적만 남은 몇 개의 헬기장을 지나 두로봉 안부에 도착하니 등산객 두사람이 하얀 비옷을 걸치고 앞서 간다. 부산과 울산에서 오신 형제분이란다. 참으로 산을 좋아하는 우애 깊은 형제분 같다. 두로봉 정상에서 형제가 내어 주는 김밥을 비를 맞으며 먹는다. 도로봉에서 왼쪽으로 돌면 오대산 비로봉으로 이어 진다. 직진하여 신배령으로 가는 길은 출입금지팻말이 길을 가로 막고 서 있다.

신배령 가는 길에는 주목이 그 고태스러운 자태를 길바닥에 깔아 놓고 지나는 사람이 밟고 지나가게 하고 있다. 하필이면 주목이 누워 있는 곳으로 길을 내었을까? 넘어 가면서도 미안한 생각이 든다. 신배령 못 미친 능선상에서 일시종주대원 2명이 점심을 먹고 있다. 고향이 횡성이고 충주대 산악부 소속인 최현선씨와 평창 궤방산 이승복 기념관 근처가 고향이고 강릉대 산악부 소속인 김영미씨다. 종주 45일째란다. 참으로 대단한 여학생들이다. 나도 서서 간단히 빵으로 요기를 한다. 귤 2개를 나눠 주자 정말 귀한 것이라면서 배낭 속에 넣는다.

신배령 직전에 가니 또 한사람의 일시종주대가 점심을 먹고 있다. 앞에서 만난 여학생과 고모령에서 만나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올라 왔단다. 나보고 점심 좀 먹고 가란다. 신배령과 만월봉을 지나 응복산에 오른다. 사방이 막힌 작은 봉우리에 삼각점 하나만 주인인냥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세명의 일시 종주대는 금방 뒤따라 오른다. 오자마자 신발을 벗어 젖은 양말의 물을 짜 낸다.

1,261봉과 마늘봉을 지나 때까지 멀찌감치 뒤따라 오는 김영미씨의 노래가 계속된다.가사는 잘 모르겠지만 산악인의 노래인 것 같다. 안개가 휩싸인 작은 암봉에서 말라 죽은 고사목을 배경으로 깊이를 알 수 없는 안개 바다를 내려다 본다. 젖은 몸이지만 이 시간이 제일 좋다. 무거운 배낭 벗어 놓고 계곡을 타고 오는 바람을 맞으며 산자락을 바라다 보는 것이야 말로 그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가 없다.

약수산의 작은 표지목이 길가에 외롭게 서 있다. 하루 종일 안개비 맞으며 등산화 코끝만 보고 왔다. 산에 왔어도 산을 보지 못하는 것 만큼 아쉬운 것이 있으랴! 내리막을 내려와 구룡령에 닿는다. 구룡령 생태 터널옆에 구룡령정상휴게소가 있다. 저녁은 휴게소에서 내가 사기로 한다. 배가 고파 먼저 사먹은 옥수수는 강원도 옥수수가 아니라고 영미가 일러 준다. 휴게소 주인이 일러 주는 화장실 뒤편에 텐트를 치고 단독종주자 정기훈씨와 함께 묵는다.(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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