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key의 나홀로 백두대간 종주
제18차 구간종주 산행기(1)

1.산행일정 : 2002. 6. 1- 6. 2(1박2일)
2.산행구간 : 제23~24구간(도래기재-태백산-화방재-피재 : 45.1Km)
3.산행친구 : 당나구와 몰이꾼(이승철)
4.산행여정

- 6/1:제23소구간(도래기재-구룡산-곰넘이재-신선봉-태백산-화방재 : 23.6Km)
23:26 울산 출발(5/31)-청량리행 무궁화호, 영주서 강릉행 무궁화호로 갈아탐.
03:45 춘양 도착
04:15 도래기재 도착 및 산행 시작
06:55 구룡산(1,345.7m)
07:57 곰넘이재(08:30 출발)
09:17 신선봉
10:20 차돌배기
12:13 깃대배기봉
14:20 태백산(14:50 출발)
16:16 사길령 산령각
16:45 화방재(1박)

5.산행기

- 그래도 가야하는 대간 길
21세기 첫 월드컵대회가 개막되고 전회 우승국 프랑스는 처녀 출전한 옛 식민지 세네갈에게 개막전에서 무릎을 꿇는다. 세네갈 국민들은 난리 법석을 떨었을 것이다. 마치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참 재수 좋은 나라네. 우리나라는 그렇게 두드려도 단1승도 올리지 못했는데 첫 출전의 개막전에서 전대회 우승국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으니 이런 횡재가 어디 있겠는가? 개막 경기가 끝나자 마자 나의 게임을 위해 배낭을 들쳐 메고 집을 나선다.

준비된 대간행은 계속된다. 월드컵이라해서 중단 될 수 있겠는가? 이번 산행은 지난 2월에 육십령에서 백암봉 구간을 함께 한 뫼사랑 이승철 회장과 함께 하기로 했다. 눈오는 덕유산에서 이틀간의 산행이 생애 가장 힘들었다고 술회한 적이 있는데 이번 산행은 어떨런지 모르겠다.

야간 열차에 몸을 싣고 잠을 청한다. 습관처럼 눈을 붙여 보지만 자는 둥 마는 둥이다. 영주에서 강릉행 기차로 갈아 타고 춘양에서 내린다. 이른 새벽의 시골역이라 그런지 내리는 사람은 우리를 포함하여 단 세명 뿐이다. 오기로 한 택시는 보이지 않는다. 한적한 시골역의 새벽 공기가 상큼하다. 전화를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만 둔다. 조금 있으니 길 모퉁이를 돌아 나오는 차 불빛이 비친다. 택시다.
택시는 깊은 절개지를 지나 도래기재 고개의 꼭대기에 우리를 내려 놓고 내려 간다. 토끼가 갉아 먹었는지 반쪽의 조각달이 절개지 위에 걸려 있다.

- 천제단의 기원
봉화군에서 만들어 놓은 백두대간 등산 안내도를 뒤로하고 나무계단을 오른다. 묵직하고 굵은 밧줄은 쓸모 없어 보인다. 조금 가는 밧줄로 매어 놓을 것이지... 반쪽의 조각달도 달이라고 랜턴을 끄고 걸어 본다. 숲속이긴 하지만 걸을 만 하다. 그 홀딱벗고 새인지 쪽박바꿔 새인지는 잠도 없는지 따라 다니며 울어 댄다. 일찍 일어난 새들의 지저귐도 함께 한다. 낮은 송전 철탑이 키큰 나무 꼭대기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며 대간 능선을 넘는다. 정말 불안 하다. 꾸불꾸불한 길을 따라 간다. 나무 사이 저쪽에 황토색 절개지가 나타난다. 첫 번째 임도다. 30여분이 지났나? 구룡산 3.1Km가 남았다고 적혀 있다.

두 번째 임도를 지나면서 안개가 산허리를 가린다. 골짜기에서 불어 오는 바람이 촉촉하다. 임도 옆에 길게 뻗은 적송의 자태가 아름답다. 구룡산도 안개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안개 자욱한 구룡산 오르막을 오르는데 나뭇가지의 물방울이 바람에 후두둑 떨어진다.

06:55 구룡산(1,345.7m) 정상에 오른다.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헬기장으로 된 정상에는 춘양태백산악회에서 세운 표지석과 잔디밭산악회에서 세운 백두대간 표지목이 서 있다. 모처럼 둘이 왔으니 그래도 한판 박아야 하질 않겠는가?

고직령으로 내려가는 길옆 숲속은 온통 파헤쳐져 있다. 무슨 폭격이라도 맞은 듯 하다. 멧돼지의 무차별 폭격이다. 떼지어 몰려와 먹을 것을 파 먹었는가 보다. 폭격의 흔적이 보기에 흉하다.

곰넘이재에는 참새골입구라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긴 하지만 내용은 엉터리 같다. 비닐 밥상을 만들어 아침을 먹는다. 싸온 도시락과 식빵으로 허기진 배를 채운다. 이른 아침에 신선봉쪽에서 등산객 한분이 내려 온다. 물을 찾는다. 어제 저녁부터 물을 먹지 못했단다. 안양에서 오신 분인데 1년에 4-5일 휴가 내어 대간을 뛰신단다. 물을 먼저 권하고 삶은계란과 오렌지를 주니 영양식이라며 좋아 한다. 0.5리터 짜리 물병 3개를 들고 물을 찾아 계곡으로 내려 가는 것을 보면서 신선봉으로 오르는 고속도로를 달린다. 임도도 아닌 데 바퀴자국이 나 있다. 30여분 고속도로를 달려 산죽길을 힘들게 올라 신선봉에 닿는다. 신선봉꼭대기에 경주 손씨의 묘1기가 떡 버티고 누워 있다. 신선봉의 주인이신 모양이다.

신선봉에서 오른쪽 내리막길을 돌아 내려간다. 지도상 삼거리라 표시되어 있는 차돌배기 이정표에 닿는다. 지나온 참새골입구가 6Km, 태백산은 아직도 10Km나 남았다. 춘양에서 산나물을 캐러 오셨다는 부부가 산나물을 캐느라 여념이 없다. 이곳 지리에 밝은지 이리저리 길도 가르쳐 준다. 차돌배기를 떠나 30여분을 갔을까. 엉터리 깃대봉 이정표가 나타나 우매한 당나구를 혼란 스럽게 한다. 길가에 세워둔 이정표가 깃대봉이라 하는데 차돌배기로부터 4Km를 왔다니 믿겨지지 않는다.

엉터리 이정표 때문인가? 없었더라면 편하게 갔을 깃대배기는 가도가도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더운 날씨에 계속되는 오르막에 얼굴을 붙어 성가시게 하는 길가의 거미줄과 끝없는 싸움이 이어진다.

한참만에야 앞뒤 사방이 막혀 있는 깃대배기에 닿는다. 이정표가 없었더라면 어김없이 그냥 지나쳤을 펑퍼짐한 것이 이름있는 산봉우리라고는 전혀 믿겨지지 않는다. 볼품없는 깃대배기에서 간단한 요기로 배를 채우고 태백산을 향한다. 바람없는 한 낮의 숲길을 걷는 것은 힘이 많이 든다. 지루하고 완만한 오르막을 따라 부소봉 허리를 감고 돌아 가니 드디어 저 멀리 태백산이 보인다. 천제단을 머리에 이고 철쭉이 활짝 핀 태백의 모습이 멀리서 보면 마치 꽃을 수놓은 고깔을 쓰고 있는 것 같다. 길가의 고태스러운 주목과 함께 어울린 고깔 쓴 태백의 모습이 아름답다. 아름다운 철쭉으로 장식한 길을 따라 문수봉 갈림길을 지나 태백산에 오른다.

한배검이라고 적힌 돌 제단 앞에는 짙은 향 냄새가 진동하고, 두 손을 합장한 두 여인은
꼼짝도 않고 기도를 하고 있다. 무엇을 기원하고 있을까? 현세의 부귀와 영화를 기원하고 있을까? 아니면 내세의 영생을 구원하고 있을까? 기도하는 여인들에게서 인간의 한 없는 나약함을 느낀다. 뒤에 서서 월드컵 16강을 기원해 본다.

바람부는 태백에서 지도를 펴 놓고 지나 온 대간 길을 되돌아 본다. 겹겹이 산이요, 첩첩이 또 산이다. 이젠 여기로부터 완전한 강원도이다. 산의 고장이자 백두대간 남한구간의 종착지인 진부령이 있는 고장이다. 장군봉으로 가는 길목에 앉아 백두대간을 바라 보며 늦은 점심을 먹는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이 없었더라면 유일사로 내려 오는 길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무마다 고유번호가 매겨진 주목은 쓰러질 듯 힘겹게 질긴 생명을 이어가는가 하면 보기에도 위풍당당한 놈도 있다. 태백에는 주목이 있어 정말 좋다.

유일사 갈림길을 지나 화방재가는 길은 또 몇 차례 오르내림짓을 해야 한다. 곧장 나올 것 같은 화방재는 쉽게 나타나 주질 않는다. 나무숲을 나와 제법 큰 도로에 이른다. 사길령이다. 길가엔 기와로 된 산령각이 서 있다. 안내판엔 단종을 모시는 산령각이라고 적혀 있고 30여분을 더 걸어가니 아스팔트 포장길이 나타나며 화방재라는 도로 안내판이 서 있다. 피곤한 다리를 이끌며 어평재 휴게소에서 하룻밤을 묵는다.(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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