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donkey의 나홀로 백두대간 종주
제17차 구간종주 산행기

1.산행일정 : 2002. 5.26(일)
2.산행구간 : 고치령-도래기재(24.8Km)
3.산행친구 : 나홀로
4.산행여정
- 5/26 : 제22소구간(고치령-마구령-선달산-박달령-옥돌봉-도래기재 : 24.8Km)
23:26 울산 출발(5/25)-청량리행 무궁화 열차
03:15 풍기역
04:00 고치령 도착 및 산행 시작
06:10 마구령
07:55 갈곶산(봉황산 갈림길)
08:25 늦은목이
09:20 선달산(1,236m)
11:03 박달령(11:35 출발)
12:35 옥돌봉(1,242m)
13:35 도래기재 도착
(총 산행시간 9시간 30분)

5.산행기

- 아름다운 새벽 달

택시를 타고 고치령으로 오른다. 새벽 달빛이 은은하게 내려 비치고 있다. 고치령에는 일단의 등산객들이 쭉 도열해 있다. 서울에서 관광버스로 온 대간 종주자들 이란다. 나하고는 반대 방향인 죽령까지 갈 예정인데 아직도 도착하지 않은 사람을 기다리는 중이란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혼자 대간 마루금으로 오른다. 헬기장에서 토끼 굴 같은 대간 길을 들어서다 말고 뒤돌아 본다. 새벽의 둥근 달이 고치령 너머 산 봉오리 위에서 마지막 밝은 빛을 토해 내며 아름다움을 자랑이라도 하듯 떠 있다.

숲속으로 들어선 산길은 온통 울창한 신록의 잡목들로 이루어져 랜턴 불빛으로도 길을 분간하기가 쉽지 않다. 중간 중간에 이정표가 잘 정돈되어 있어 거리를 가늠하기에는 좋다. 고치령을 출발한지 한 시간이 되었을까 아직도 사위의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숲속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시커멓게 이동하는 무리가 내 앞으로 온다. 사람이다.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코 앞에서 부딪히는 사람과의 예고 없는 조우는 가슴을 쓸어 내리게 한다. 산속에서 제일 무서운 동물이 사람이라고 했던가! 마구령에서 출발하여 왔다고 하니 한 시간 정도면 나도 그 곳을 통과 하겠구나.

마구령과 1,057봉을 지나 봉황산 갈림길이라고 적힌 사방이 갈참나무로 온통 막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갈곶산(966m) 정상에 앉아 잼 바른 식빵으로 아침을 먹는다. 갈곶산에서 조금 내려 가면 늦은목이고개다. 옛날에는 제법 왕래가 잦았을 법한 경북 봉화군 물야면 오전리 생달마을과 영주시 부석면 남대리를 연결하는 고개마루다.

늦은목이에서 선달산으로 오른다. 길이 제법 널찍하다. 잡목 우거진 길에 가로 놓여진 거미줄 때문에 얼마나 귀찮았는지 모른다. 이제 그 거미줄로부터 해방된 것 같다. 길은 갓 쓴 선달들의 팔자 걸음을 걸어도 여유가 있어 보인다. 사실 선달산(1,236m)은 한자로 仙達山(신선이 놀던 곳)이라고도 하고 先達山(먼저 올라야 한다는 뜻)으로 표기하기도 한단다. 흔히 봉이 김선달 할 때의 선달하고는 거리가 멀다. 정상의 표지목이 애처롭다.

- 길을 찾아 길을 떠난다.

박달령까지는 약간의 오르내림이 있는 숲속 능선길이다. 이미 철쭉은 다 지고 없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걷기에 안성맞춤인 길이다.

대간길도 인생의 길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어제 갔던 그 길로 내달으며 매일 반복적인 삶을 이어 가고 있지만 언제나 새로운 길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인생도 나름대로의 목표가 있듯이 대간 길도 목표가 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인생의 길도 각자가 헤쳐 나가듯이 수풀 우거진 길을 헤쳐 나간다. 어떤 때는 어둠과 안개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것도 인생의 끝없는 방황과도 같다. 이리 갈까? 저리 갈까? 하며 갈림길의 기로에서 고민하기도 하지만 탄탄대로에서 아무 생각없이 앞만 보고 갈 때도 있다. 끝없는 오르막을 올라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볼 수도 있고, 힘겹도록 오른 어느 산 정상에서 맛보는 희열은 잠시 뿐이지만 그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언제나 힘겨운 인생만 있는 것도 아니오, 그렇다고 즐거운 인생만 있는 것 만도 아니다. 좋고 평탄한 길에서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듯이 어느 날 무슨 일로 고통받는 일이 있을 수 있는 것도 인생이다. 다니기 좋다고 언제나 같은 길만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새 길을 찾아 길을 떠나자. 잘 닦여진 백두대간의 길일망정 나에겐 언제나 새 길이 아니던가!

계속되는 숲속의 능선산행이다. 열려진 나무숲 사이로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흘러가는 모습을 보고 쉬고 있노라면 꼭 나무가 넘어 지는 착각을 하면서 벌떡 일어 선다. 나무숲 사이로 박달령이 눈에 들어 온다.

넓은 헬기장에 내려서니 박달령산령각 안에는 등산객 3명이 술잔을 채워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절을 하고 있다. 따라 주는 막걸리를 받아 마시고 헬기장 왼쪽으로 내려가 샘물을 찾아 물통을 채운다. 술기운도 있고 해서 산령각 문 앞에 주저 앉아 비닐 봉지 안에 있는 이런저런 먹을 것을 찾아 배를 채운다. 산령각 왼쪽 등산로 입구 큰 나무에 온통 울긋불긋 매달려 있는 표지기가 산령각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


한참을 쉬다가 가는 옥돌봉 오르막 길은 은근히 사람을 잡는다. 지도에는 옥돌봉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현지 안내도 에는 옥석산으로 적혀 있다. 그 말이 그 말이지 뭐. 숲속이긴 하지만 한낮의 기온 때문에 몸은 벌써 땀으로 다 젖어 있다. 정상엔 옥돌봉(1,242m) 표지석이 있고 저 만치 건너편에는 옥석산 등산 안내도가 그려져 있다. 같은 조끼를 입은 중년의 단체 등산객들이 줄줄이 올라와 사진 찍느라고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대고 인근 나무 밑에는 정상주가 이미 한 순배 돌았는지 취기있는 고함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빨리 여기서 벗어나자.

도래기재로 내려가는 길에 길 잃은 두 사람을 따로 따로 만난다. 한 분은 약초인지 산나물인지를 한 짐 지고 옥돌봉으로 힘겹게 올라 오면서 길을 잘못 들었다고 한다. 주실령(朱實嶺)에 차를 주차해 놨는데 모르고 내려 갔다가 다시 옥돌봉으로 올라 간단다. 옥돌봉에서는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면서 차라리 여기서 가로 질러 가고 싶단다. 옥돌봉에서 반드시 왼쪽으로 하산하시라고 지도를 보여 주면서 안내를 해준다.
또 한 사람은 도래기재 바로 위에서 혼자 식사를 하고 있다가 나를 만난다. 전화가 안 터져 좀 빌려 달라고 하면서 꺼낸 얘기 끝에 이 분의 가고자 하는 위치가 여기가 아님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지도를 갖고 있긴 하지만 산행로를 형광펜으로 그은 지도에는 이 곳의 위치도 나와 있지 않다. 선달산과 늦은목이와 생달마을이 연결되어 있다. 일행들은 이미 오전약수탕에 있다고 한다. 가는 길은 두 가지다. 다시 옥돌봉을 올라 박달령까지 가서 오전약수탕으로 가는 방법과, 춘양으로 나가서 택시로 가는 방법이 그것이다. 전화 빌린 값으로 지도를 내놓고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불러 놓은 택시를 타고 춘양까지 함께 한다.(終)

6.접근로 및 복귀로
- 접근로 : 울산-풍기(기차 10,800), 풍기-고치령(택시 25,000)
- 복귀로 : 도래기재-춘양(택시 15,000), 춘양-울산(기차 12,700)

7.제18차 구간 종주 계획
- 일정 : 2002. 6. 1~ 6. 2(1박2일)
- 구간 : 도래기재-화방재-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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