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key의 나홀로 백두대간 종주
제15차 구간종주 산행기

1.산행일정 : 2002. 5. 4(토)
2.산행구간 : 벌재-저수재-도솔봉-죽령
3.산행친구 : donkey only
4.산행여정
- 5/4 : 제20소구간(벌재-문복대-저수령-시루봉-싸리재-묘적령-묘적봉-도솔봉-죽령 : 23.6 Km)
23:26 (5/3)울산 출발(청량리행 무궁화호 열차)
03:40 단양 도착
04:12 벌재 도착 및 산행시작
05:35 문복대
06:27 저수령 통과
07:04 촉대봉
08:05 배재
08:32 싸리재
10:58 묘적령
11:48 묘적봉(1,148m)
12:55 도솔봉(1,314m)
13:22 삼형제봉(1,286m)
14:30 산죽밭 이정표
15:45 죽령 도착
(총 소요 시간 : 11시간 30분)

5.산행기

- 벌재 가는 길
대간길이 북상할수록 승용차를 갖고 가는 것이 점점 힘들어져 이번 산행은 차를 가져 가지 않기로 했다. 야간 열차로 접근하여 산행을 일찍 끝내면 이런저런 버스로 울산까지는 충분히 올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퇴근하여 산행 준비를 하고 간단히 1시간 정도 눈을 붙이고 일어 난다. 택시를 타고 울산역에 나가 단양으로 향한다. 기차는 어둠을 친구 삼아 밤새 달린다. 단양역에 내리자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아직까지도 비가 내리고 있단 말인가! 하기사 오늘은 날이 개인다고 했으니 기다려 보자.

단양역 광장은 비에 젖어있고 내리는 승객 수보다 많은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다. 벌재로 향하는 택시기사는 안개 때문인지 아무 말없이 운전에 열중이다. 택시는 벌재의 어둠 속에 나만 혼자 떨구어 놓고 왔던 길로 되돌아 간다. 어둠 속의 벌재 고개는 안개가 짙게 깔려 있고 빗방울이 간간이 떨어진다. 삼라만상이 아직도 잠에서 깨어 나지 않았는데 나만 이렇게 홀로 어둠 속에 서 있다.

- 또, 안개는 나를 가두고...
월악농장 입구를 올라가자 문복대 안내판이 나오고 이를 기점으로 곧장 산행은 시작된다. 렌턴을 비춰 보지만 짙은 안개 알갱이만 어지럽게 보인다. 나무 가지에 달려 있던 굵은 물방울 들이 바람에 후두둑 후두둑 떨어 진다. 오르막 길은 비에 젖어 미끄럽다. 조금 지나자 산불 감시 초소가 어둠 속에 불쑥 나타난다. 안개 속의 높다란 망루가 유령처럼 보여 기분이 좋지 않다..
숲속 길을 따라 가는데 늦게 뜬 새벽의 조각달이 얼굴을 내밀어 안개 속을 드나 들면서 나랑 숨바꼭질을 한다. 안개가 이제 걷히려나?
몇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자 날이 밝아 온다. 05:35에 문복대 정상에 닿는다. 작은 바위 위에 문경산들모임 산악회가 세운 '白頭大幹 門福臺 1,074m' 라고 적힌 표지석이 서 있다. 바람은 스산하게 불고 있고, 아침 잠 깬 새들의 지저귐만이 산속의 정적을 깬다. 여전히 안개는 나를 휘감아 가두어 놓는다.
옥녀봉을 지나 저수령이 가까워 오자 어디서 소 울음 소리들이 들려 온다. 처음엔 무슨 소리인지 몰라 겁을 잔뜩 먹었다. 목장으로 이어 지는 임도를 지나 저수령에 다다른다. 큰 저수령 표지석이 짙은 안개 속에 우뚝 서 있다.

저수령은 경북 예천군 상리면 용두리와 충북 단양군 대강면 산리 를 경계로 한 해발 850m의 고개이다. 이 고개는 옛날 험난한 산속의 오솔길로 경사가 급하여 지나 다니는 길손들의 머리가 저절로 숙여진다는 데서 불리어 졌단다. 현재는 927번 지방도로가 깨끗하게 포장 되어 있다.

죽령을 향해서 가파른 촉대봉을 오른다. 촉대봉(1,080.6m)은 여전히 안개가 휘감고 있고 오히려 굵은 빗방울까지 떨어진다. 고비밭 싸리밭을 지나 소백산 투구봉(1,080m)이라는 조그만 암봉에 닿는다. 쭉쭉뻗은 잣나무 숲을 지나 08:05에 배재에 이른다. 야목마을로 통하는 고갯길이지만 이정표가 없으면 그저 억새 우거진 산등성이에 불과한 것 같다. 1,053봉과 싸리재를 지나 흙목정상과 헬기장에 와 닿는다.

대간 종주대 두 분이 마주 오고 있다. 거제에서 오셨단다. 지난번 조령성 공략때 편성된 외인부대의 주력군이었던 바로 그 대원들이다. 새벽 일찍 역종주를 하려고 죽령으로 올라 도솔봉 근처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본대는 뒤에 오고 두 분은 저수령에서 차를 회수하러 가야 하기 때문에 속도를 내고 있단다. 대부분 안면이 있는 아홉의 전사들은 새벽의 안개 속에 전개된 게릴라전으로 인해 전부 젖어 있다. 나도 오면서 그 분들도 정상적인 산행이라면 같은 구간을 타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역 주행은 생각밖이다.

모시골정상에 서니 묘적령이 얼마 남지 않는다. 안개만 없다면 좋은 풍경 감상하면서 힘들지 않은 능선 산행이 되었을 텐데.... 비가 오지 않은 것 만으로도 다행스럽다.

- 해탈의 도솔봉
대간길은 소백산 자락으로 들어서고 고도는 1000m 정도로 비교적 높게 유지 된다. 나무들은 아직도 잎을 감추고 있고 철쭉의 분홍색 봉오리들이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좋은 산, 좋은 숲, 좋은 길 따라 혼자 멀리도 올라와 있다. 풍기에서 올라 오셨다는 아주머니들은 산나물 캐기에 여념이 없다. 어떤 것이 산나물이냐고 물어 보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하늘로 시원하게 뻗은 나무를 벗삼아 묘적령에 닿는다. 오른쪽으로 내려 서면 고항치와 모래재고 대간은 도솔봉 방향으로 직진해야 한다. 영주시청 백두회에서 만든 백두대간 안내도가 걸린 나무 그늘에 앉아 먹을 것을 찾는다. 삶은 계란 세 개를 게눈 감추듯 까 먹는다. 어느새 일곱 시간을 걸어 아직도 몇 시간을 더 가야 할지 모르지만 마음은 편안해 진다. 오늘도 거의 다 왔다는 생각이 들고 죽령이라는 말에 대단히 만족해 진다. 대간을 하면서 속으로 마음금을 그어 놓았던 곳이 몇 군데 있다. 육십령, 추풍령, 이화령과 바로 오늘의 종착지 죽령이 그 곳이다. 이 곳을 넘을 때 마다 대단한 안도감과 만족감을 느꼈다.

햇살이 나면서 안개가 조금씩 걷혀 계곡의 푸른 모습이 눈에 들어 온다. 봉우리는 여전히 가스가 가득하다. 묘적봉(1,148m)의 넓지 않은 암봉에 앉아 김밥으로 배를 채운다. 도솔봉을 향하여 묘적봉 급경사 지역을 내려 선다. 도솔봉 오르는 암릉길은 매우 힘이 든다. 지친 다리는 천근 만근이다. 밧줄 오름짓으로 바위를 돌고 돌아 드디어 도솔봉(1,314m)에 오른다. 돌탑이 하나 서 있고 전망이 좋다. 죽령을 관통하는 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뻗어 있다. 죽령으로 이어지는 바위 능선에 늦은 진달래꽃이 장식되어 있다. 죽령 너머 소백산의 웅자가 위엄을 갖추고 버티고 있다.

죽령을 향하다가 전망이 좋을 것 같아 올라 선 바위에 삼형제봉(1,286m)이라고 적혀 있다. 시원한 계곡 바람을 맞으며 내려다 보는 전망이 좋다. 산죽 군락이 있는 길을 따라 피곤한 다리를 재촉한다. 길가에는 뭐가 그리도 급한지 들꽃들이 벌써 꽃을 피우고 있다. 친구를 백두대간에 묻은 비석하나가 서 있다. 편하게 쉬라는 친구들의 조용한 외침이 가슴을 찡하게 한다. 머리 숙여 명목을 빌어 주고는 샘터에서 목을 축인다.

잘 다듬어진 숲을 따라 산허리를 한참을 돌아 가니 죽령이다. 소백산의 잘록한 허리가 중요한 관문이 된 죽령표지석이 웅장하게 서있다. 표지석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소백산 허리, 구름도 쉬어 간다는 아흔 아홉 굽이. 죽령은 영남과 기호를 넘나드는 길목 가운데서도 가장 유서 깊고 이름난 중요한 관문이다.
이 고개는 신라 아달라왕 5년(158년)에 신라 사람 죽죽(竹竹)이 길을 개설하였다 하여 죽령이라 불리어 왔으며 한 때는 고구려와 국경이 되기도 하였다고 한다.
고려와 조선조 시대에는 청운의 꿈을 안은 선비들의 과거 길이었고 온갖 문물을 나르던 보부상들과 나그네의 발갈이 끊이지 않아 숱한 애환이 서려 있는 곳이다.'

죽령 주막에 있는 소백산 연하봉으로부터 흘러 내린다는 옹달샘의 물로 목을 축이며 오늘 하루 길고 힘들었던 20일차 백두대간 구간 종주를 마감한다.(終)

- 죽령 옛 길을 따라서
죽령 주막 주모(?)의 말을 너무 믿었나? 택시비 아끼려고 10분만 걸어 가면 있다던 버스 정류장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죽령고개에 이르는 옛길 따라 걸어보는 기분이 좋다. 한양에서 내려 오는 방향이 마치 과거에 낙방한 선비의 피곤한 귀향길 같기도 하다. 곳곳에서 몰려 들었을 선비들과 나그네를 위한 옛 주막 터도 있다. 주막에 앉아 동동주라도 한잔 하고 싶다. 길 따라 우거진 숲과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를 벗 삼아 40여분을 걸어 오니 희방사역에 닿는다.

6.접근로 및 복귀로
- 접근로 : 울산-단양(기차 12,800), 단양-벌재(택시 21,000)
- 복귀로 : 죽령-영주(택시 17,000), 영주-동대구(버스 8,800), 동대구-울산(버스 5,000)

7.제16차 구간종주 계획
- 일정 : 2002. 5.18-5.20(2박3일)
- 구간 : 죽령-고치령-도래기재-화방재(70.7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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