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 10구간

코스 : 황장재 - 피나무재

거리 : 25.5km

시간 : 7시간 57분

참가대원 : 8명

산행기

이제는 한겨울입니다. 그나저나 이번 구간은 정맥길 중에 가장 길고 힘든 코스라 혹시라도 눈이라도 쌓여 있으면 어쩌나하는 마음에 긴장이 됩니다.

09:15 (황장재) 황장재에 도착합니다. 지난번 힘들게 내려왔던 9구간을 왼쪽으로두고 간단한 기념사진과 함께 우리는 오른쪽으로 내 닫습니다. 날씨가 귀를베듯 차갑습니다. 누가 먼저랄것도없이 완전무장에 몸에 열을 내기 시작합니다.

10:25 (대돈산) 꽤 가파른 길을 몇번 지났을까? 어느듯 대돈산에 닿았습니다. 잠시 귤하나 꺼내먹고 다시 남으로 남으로 향해갑니다. 겨울해는 구름만 살짝 가려도 힘을 제대로 못쓰고 휘청됩니다. 북사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여전히 차갑지만 우리는 마냥 즐겁습니다. (황장재 - 대돈산 4.4km : 1시간 10분)

11:30 (먹구등) 대돈산에서 오르내리기를 몇번, 이름도 재밌는 먹구등입니다. 먹구등에서 3분간 휴식, 우리들 휴식은 말 그대로 잠시 호흡조절하면서 물한모금하는게 쉬는것입니다. 남들이 보면 아마 미쳤다고 할겁니다. (대돈산 - 먹구등 3.7km : 1시간 5분)

12:30 (느지미재) 이제부터는 제법 국립공원다운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기암이 군데 군데 놓여있고 동해쪽의 절벽을 보노라면 아찔하기까지 하지만 조심조심 잘도 걷습니다. 느진목에 도착해서 맛있게 점심을 먹습니다.(12:30-12:52) 별로 웃기지도 않는 얘긴데도 모두들 왁자지껄 난리가 납니다. (먹구등 - 느지미재 4.2km : 1시간)

13:20 (왕거암) 오랜만의 휴식을 흠뻑 취하고 이번구간중 가장높은 왕거암으로 향합니다. 점심먹고 바로 붙어서인지 모두들 핵핵거리며 뒤로 쳐집니다. 힘들게 왕거암에 오르니 저멀리 가메봉도 보이고 까마득히 별바위도 보입니다.(느진목재 - 왕거암 1.2km : 28분)

15:50 (별바위) 참으로 긴 능선입니다. 오르고 내리고 오르고 내리고 끝이없습니다. 별바위는 갈수록 멀어져 보입니다. 중간에 약간 헷갈리는 지점도 있으니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왕거암과 별바위 8.2km구간에는 축구장만큼 넓은 평전도있고 희한하게 생긴 바위 무더기도있고 끝없이 펼쳐진 철쭉들이 아마 봄이면 천상의 화원일것 같기도합니다. 이제 다리에 힘도 빠집니다. 길은 절벽을 끼고 있어 험한구간도 많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2시간 30분만에 별바위에 닿습니다. 모두들 인간한계를 느끼는 듯 합니다. 숨이 목끝에서 내려가질 않습니다. 별바위는 조망이 너무 좋습니다. 저멀리 주산지가 보이고 무포산 무장산 그리고 우리가 지나온 왕거암이 이제는 뒷쪽으로 까마득해 보입니다. 왕거암에서 별바위까지 능선을 보고 있노라니 차분했던 호흡이 다시 거칠어지는것 같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6분간 휴식합니다. (왕거암 - 별바위 8.2km : 2시간 30분)

17:13 (피나무재) 이제 마지막 종착인 피나무재로 향합니다. 별바위에서 내려가는길은 거의 패이스(암벽용어로 90도 수직벽을 뜻함)와 같은 각도입니다. 너무너무 위험합니다. 서로가 낙석에 주의하며 확보에 여념이 없습니다. 만약 얼음이라도 있다면 자일없이 내려간다는것은 거의 죽음입니다.....약 10여분 내려서니 이젠 앞 능선에 해가 가려 어둑해진 느낌이 듭니다. 겨울해는 오후가 돼면 약먹은 병아리처럼 허늘허늘해 집니다. 결코 믿을 수 없는 겨울해입니다. 정맥길을 타다보면 마지막 내리막이란게 없다는 것을 압니다. 비록 별바위까지 힘들게 올랐지만 또다른 봉우리를 오르기위해 하염없이 고도를 낮추어야 합니다. 이제는 눈앞에 봉이 있어도 아무 느낌이 없습니다. 발도 남의발 같습니다. 그냥 걷습니다. 우리가 타고온 차량이 보일때까지 그냥 걸을 뿐입니다. (별바위 - 피나무재 3.7km : 1시간 17분)

후기 : 우리는 참으로 무모했습니다. 보통 이구간은 두번으로 나누어 끊어 타는게 정법입니다. 실제로 가이드 산악회에서는 철저히 지킵니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도전정신도 있었습니다. 한번 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이구간은 원래 봄철로 미루려다가 다행히 눈이 아직없다는것을 알고 강행을했습니다. 만약 약간이라도 눈이 있다면 자칫 큰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아뭏든 무사히 산행을 끝마치게 되어 너무 다행이며, 역시 산은 인간을 가르친다는 것을 느낀 의미있는 산행이었습니다...

*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3-04 1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