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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야산 상봉에서의 가을의 울림을 본다. 대간 길의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겹겹이 쌓인 산맥들의 유장함이 청량한 가을빛을 받아 고이 잠재해 있다.

   그 길은 길 위에 있으며, 길 위의 풍경을 살뜰히 이루어내며 또 다른 길을

부르고 있다. 수십여 개의 숨결의 선으로 연계해가며... 그런 길 위에서

우리들은 하염없이 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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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 드는 빛' 치고는 상당히 여유 있는 흐름이다. 가을바람에 그 풍경들이

     그 길과 합류하여 되돌아온다. 짭조름한 가을 냄새가 더 큰 흐름을 향해 오른다.

      붉게 갈라진 석벽은 너울대는 바람에 검게 그을려진다. 진정 우리들이 겪는 마음

  같다. 이 낯선 풍경에 무엇을 느끼겠는가.『 ․ ․ ․ .』 더하기에 삶의 풍경 속에

그 길이 있고, 그 길속에 세상 속 無慾의 렌즈가 있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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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히 앉아 가을의 흐름을 본다. 영영 세월의 흔적들은 사라졌다. 산정의

 포근함과 넓고 넓은 현실만이 눈부시게 펼쳐지고 있다. 이 현실 속에서

 기쁨을 누리는 곳이라면, 억겁이 가져다 놓은 세월의 관조라면,  ․ ․ ․ . 

     격정이 앞서간다. 멀고 먼 그곳이다. 노송 너머 산자락 위로 하늘이 창창히

트여 있다. 바람결을 귀 기울여 본다.




가슴을 뛰게 하는 가을의 울림. [대야산 /문경]


2012. 9. 23 [일]


평택 KM 산악회 30명




벌바위 - 용추폭포 - 월영대 - 밀재 - 대야산 상봉 - 피아골 - (P) [5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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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구름 진 하늘은 빛을 향해 몸을 세워 가을의 서정을 알린다. 진중하게 떠있는

        산맥의 묵직한 형상이 일순간 섬광처럼 스쳐간다. 이에 빛도 동참하며 희뿌여진

구름을 밝은 황금색으로 수를 놓기 시작한다. 찬연한 하늘 공기는 그저

  아랑곳하지 않고 서쪽으로 점점 이동하며 유유한 구름에게 머리 조아리어

  인사하곤 정처 없이 떠가고 있다. 일기의 청순함이 되풀이되는 순간이다.

청람 빛 한줄기 퍼부어댔으면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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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감 빛에 그을린 산정의 미려함이 새록새록 솟아나지만 양기를 잃은 잎새들의

 엽록소가 가히 천하듯 보여 진다. 안타까운 풍경들이다. 한껏 깊어지고 있는

가을날의 무거운 온기는 살갗을 파고 들어가는 따가움으로 변질되고, 빛의

   무게는 실없이 점점 더 낮아져 무기력하게 지내는 듯 하다. 숲의 헛헛한 속을

언제 채우려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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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흘러 자유롭게 흩어지는 자적한 계곡 수. 대야산자락의 중원,

  그 꿈을 잊고 사는 우리들의 慾 상. 물골이 한 올 한 올 새기며 푸른 꿈을

 안겨주는, 억겁의 갈피 속에 새롭게 솟아나는 탐스런 암반의 미. 세월의

거대한 항아리다. 에머랄드 빛 옥수의 물결은 용추의 오름이다. 경탄을

금할 수 없는 세월 속의 머금은 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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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마른 잎이 물결 위를 구른다. 소슬한 바람이 쪼르르 몰려와 물질을

   하면 출렁출렁 대며 춤을 추어대곤 한다. 고아하다. 가을의 호흡을 내뱉고

있다가 팔랑거리며 또 다가오면 금세 물결 속에 가라앉으며 거품처럼

         변해버린다. 연정의 그림자가 생겨난다. 붉은 빛 아래의 속삭임이 큰 물소리를

다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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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쉼 없이 흐르는 산맥들의 비침이 아스라하다. 가을이 더욱 여물어지는 것인가.

안개그림자가 판을 친다. 그 그림자속엔 적요가 깊게 깃들어 있다. 바람이

휘젓는다. 안개와 구름이 요란스러워지며 떠들썩하다. 시간은 무감각하다.

태평하다. 숲속은 미로 속에 갇힌 듯 고요에 잠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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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과 산목과 잎새에도 그 목마름이 거세게 들어차 있다. 산로엔 검은

    그림자가 나뒹굴고, 바위엔 버섯한 흔적이 산재해 있다. 아, 볼라벤, 산바,

 덴빈... 모두 흩어진 뒤다. 끝이 없는 듯 갈증을 넘어 이 산정 속엔 진한

        어두움이 한구석 자리하고 있고, 고요한 날숨소리만 펼쳐내는 산중의 얼굴은

깊은 시름에 차있는 듯 9월의 그을음이 그득히 잔재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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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뎌진 시간을 뒤로하고 빠르게 순환하고 있는 가을의 그을음이 이 산정을

 잿빛으로 물들인다. 정적 속에 갇힌 숲속의 숨소리는 너무도 가라앉아 있다.

 깊은 정적... 고요속의 흐름... 자연의 초침만이 그 물결을 따라 흐를 뿐이다.

  바람에 흔들리며 나뭇잎 부딪히는 가을이 소리는 능선을 거쳐 단애를 휘돌고

 우리 곁으로 되돌아오는 메아리처럼 마음을 이게 하는 애틋함이 묻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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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빛이 떠도는 구름을 안고 산중 속으로 포진한다. 산상을 이어오는 능선 결에도

        포진하여 9월의 분말을 한 아름 던져온다. 산중의 격은 그 9월의 낭만을 여전히

품고 있지만 깊이 침침하는 온기의 열량이 높다보니 숲속은 9월의 소량을

소북이 안고 숨죽여 울고 있는 듯 고요하기만 하다. 수건으로 흥건히 고인

땀방울을 닦는다. 




                                 「 빛이 엷게 비춰지는 모습에 자연의 신이함은 점점 낮아지는 것 같군요.」

                                 「 아직 푸른 심연 위 같지만 그 속에는 내재된 산정의 비상이 깔려 있는 듯

                                     합니다.」

                                 「 그 한없던 산중의 궤적은 어디로 돌아가 쉬는 것인지?」

                                 「 9월의 소리는 침울한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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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속을 우려내는 산 빛이 대야산자락을 굽이치며 시간을 낚고 있다.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며 그 미에 담겨있는 동안 한숨의 침묵을 내뱉는다. 빛에

그을려 윤기 반질 나는 그 빛이 오랜 시간 지속되며 물오른 백청처럼

 변하고 있다. 유정한 광경이다. 사르르 퍼져가는 가을 안개가 산정 위를

떠다니며 그리움의 아지랑이를 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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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산줄기가 안개 빛을 휘감아 굽이치면서 푸르름으로 희석시킨다.

        그즈음 말없이 유유히 흐르는 추상은 바위와 바위를 넘고 구르며 시퍼런 세상을

유연하게 끌어들인다. 우리도 그 추상에 따라 유유히 흘러들 간다. 귀여운

    산새가 산 벽 위를 떠다니며 유적하게 노닐곤 하니 세상속 주인 같다. 어느새

안개 빛이 창창하게 벼랑을 타고 거뜬하게 산마루를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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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애를 휘감고 기암을 넘어 불어오는 바람이 무척이나 시원하다. 힘차게

  날개 짓 하고 있는 파릇한 잎새들의 몸은 훨훨 나는 듯 모두들 생기에 차 있다.

 산목에 가만히 기대어 불어오는 바람을 앞에 두고 가슴을 디밀었다. 미량으로

가득 찬 메마른 바람이라 무취를 가진 바삭한 냄새가 코끝을 간질인다.

고개를 돌리며 능선 결에다 눈동자를 겨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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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빛에 머물러 있는 저 첩첩한 산정은 고요 속에 평화롭게 여물어 있다.

   아득하기보다는 아늑하게 내 시야를 정정히 일깨우는 듯하다. 푸른빛이

  솟아나는 안개무리도 그 속에서 정미한 형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9월의

    햇살아래 산정의 고요는 또 다른 생성을 반복하며 때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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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색 빛깔의 기암들이 침묵하며 임평선에 기대어 나눔의 행렬을 이루고

있다. 겹겹이 내리꽂는 빛의 따가움에 고단한 숨결을 토해내며 이 가을의

막막함에 차있다. 몸을 거둘 수 없는 시간이 아쉬운 듯 바람 속으로 몸을

숨긴다. 자연의 수척한 일기로 인한 그 처지가 못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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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을 품으며 몸을 덥히고 있는 바람이 붉은색 절벽아래서 머물러 있다.

   그를 덮고 있는 안개도 미동도 하지 않는다. 오로지 바삐 움직이는 산목들이

             몸을 내주며 기운을 돋게 하고 있다. 순간순간 산새가 그 사이를 넘나들며 부산하게

날개 짓을 하고 초목가지 위에서 신선한 목청을 띄운다.         



                                  「 애련한 소리입니다. 비쩍 마른 산새가 토해나는 그 소리는 다 소모된

                                      육신의 소리로 들리는 듯 합니다.」

                                  「 이 시간 속을 견디며 울부짖는 소리인 듯 그 소리는 초연한 청음으로만

                                      들립니다.」

                                  「 차라리 멀리 떠나가 버렸으면 ․ ․ ․ . 」


                                                  잠시 침묵만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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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빛에 맞서 타오르는 산정의 격정적 몸부림이 처량하다 못해 애처롭기까지 하다.

 광풍에 휩쓸린 듯 그저 산정은 말없이 조용히 누워있다. 그윽한 자연의 영화는 간데없고

마른 소리만 나풀대기만 한다. 반복되는 빛의 차이에서 어느 누구라 할 것 없이 더욱더

  스러져가는 미물들의 몸둥아리, 애끓는 미로 속에서 허우적대는 소리만 들리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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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말랐던 흔적이 서서히 지워지려한다. 안개 빛의 그을림이 능선과 산봉을

가로 쌓기 시작이다. 그늘진 푸른빛이 그림자를 비치며 산자락 위로 솟기

      시작한다. 색다르게 결을 다듬는 산정의 비선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지면서    

사방으로 흩어진다. 적당히 눈을 감으며 그 비선을 따라 시선을 맞춘다.

하얀 실루엣이 땅거미처럼 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