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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놓아 부를 수 있는 산정의 감미로움, 그 세계는 영원한 불변의 진리이며 진의이다.

  녹내 나는 빛에 취해 부풀어 오르는 푸른 꿈을 통한 花려한 봄날은 그런 정의를 낳았다.

그러나 봄날은 가는 것이다. 영락없는 그 시간은 자연의 흐름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花려한 봄날은...   [강화 고려산]



2011. 5. 7 [월]


oo명




백련사 - 전망대 - 정상 - 전망대 - 고비고개 갈림길 - 고비고개  [3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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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의 고고한 울림의 시간, 나날이 파고는 거칠어지고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공황의

계절, 불안과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너와 나의 칙칙한 우울속에 다가오는 빈공간의

충만함이 마음을 파고든다. 다소나마 봄이 위안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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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변하고 변한다. 그 변함은 본질의 세태이다. 세상사 무변함은 시간의 흐름을

 종속시켜 놓는 동시에 멈추게 하는 이유이다. 때문에 변함과 무변함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세속들의 본모습은 어질어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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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의 변화가 삶과 시름을 잊게 하는가. 발아래 오가는 차량의 행렬 너머 저 멀리

     도회의 풍경은 칙칙한 잿빛이다. 하지만 잠시뿐, 비쳐드는 저 넘어 산정들의 적막만은

      자연의 순리에 쌓여있는 듯하다. 곧 맑은 봄빛에 하늘은 스스로 열릴 것임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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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바다, 침묵하는 자위의 수평선, 깨어나길 바란다. 아직도 등을 땅에 대고 누운 속인은

일어날 날을 기다린다. 그날 새로운 순간이 도래할 거란다. 젊은이들, 아가씨들,

아저씨들, 아줌마들... 시간을 다투고 초를 다툰다.

 



                                         「 고려산에 봄날이 오면 이 세상은 꽃불잔치로 주를 이루겠어요.」

                                         「 아마, 일주 전에 그러했겠지요. 그 꽃에 취해서 침묵을 넘어 탄성으로 일관한

                                   산객들의 모습이 한줄기 빛에 선연히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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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세월의 단면, 자연은 세월을 몰고 간다. 한 순간이 지나갔다. 한 시기에 앞서

  관행되는 자연의 요철이다. 지나는 것, 구름 하나가 지나는 것, 우리들은 또 다른 시간과

공간속에 머물며 그리움을 꿈꾼다. 오늘을 생각하고 내일에 행동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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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행복, 이날의 영속된 관계적 고려산과의 숙명, 이 행복한 순간이란 영원한

      그리움이다. 사람들은 영원을 기대하며 순간을 맞는다. 그러나 찰나와 함께 그 순간은

영영 사라진다. 돌고 돌아가는 게 숙명적 관계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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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에 귀의한 우리내의 심정, 구석진 그늘엔 참꽃의 자태가 선연히 나딩굴고, 반복되는

산객들의 숨소리만 바람결에 뒤척인다. 또 춘풍에 흔들리는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봄 햇살에 드러난 속세는 호들갑스러울 만큼 어제오늘이 다르게 변해간다. 세월의

당연한 이치다. 우리는 세월을 먹고 산다. 세월은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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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차츰 무르익어 왔다. 왔다가 가 버리는 봄, 순환의 애환이 서려있는 봄, 그러나

 그 흐름을 바라보는 것 이외에는 타상에 젖을 겨를이 없다. 그 어느 누구도 흘러가는

봄의 무리에 무척 익숙해져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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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선과 능선이 모여 맥을 타고 가벼이 찰랑거리며 흐르는, 소리 없이 흐르는 흐름이

있다. 깊은 곳에서 모습도 없이, 유연하게 흐르는, 우리가 진정으로 느끼는 커다란

줄기의 흐름이 있다. 봄의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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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정적인 감정은 봄의 흐름이 눈을 뜨는 것이다. 고무적인 것이건 혼란스러운 것이건

우리는 우리의 모든 감정을 우리 안에 존재하도록 허용한다. 봄의 감정이 있기에...

그것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이기에 봄의 흐름은 영원한 엄숙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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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연히 나타난 봄기운에 무한한 감정이 돋는다. 그 감정은 무정이며, 무심이며, 무아의

지경이다. 무언가 몰입한다는 것은 감정에 속절없이 빠지는 일이다. 아주 적나라게

빠져보자. 푸른 바람에 흔들릴 때 까지.




                                            「 5월의 향기는 아주 선연한 듯 하면서 왠지 막막함이 드는 것 같습니다.」

                                            「 봄 속에 잠겨있는 온기의 급류가 휘몰아치기는커녕 나태에 빠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 잠자코 있어야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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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랬듯이 여기의 산정은 우리의 마음을 서운한 그늘로 적시는 무정한 세월을 둘렀다.

하지만 그 세월로 격정의 혼란은 씻은 듯이 사라져 버렸다. 애련에 둘러 쌓여있으면서도

출중한 봄의 산정이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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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으면 깊을수록 한없이 넓어지는 안온함. 찬연한 이곳에 만연하게 뿌리내려온 정정한

풍도. 억겁의 세월에도 변하지 않는 진리이다. 꾸밈이 없고 넘치는 순박함. 고려산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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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햇빛 속에 찬란하게 솟구치는 봄의 진상. 진초록 이파리들 또한 생생하게

  느끼며 소울함을 원 없이 털어버린다. 비로소 생기발랄함이 느껴지는 기운차고 당찬

모습이다. 봄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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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여 저마다 한 세상 덧없이 흘러가는 소슬한 이야기 한 토막이라도 들려올까 싶어 내내

꿈길을 열어 두었지만, 우습게도 그날 그 꿈 한 조각 없이 깜깜했다. 그러나 때때로

꿈 없는 잠이 그리운 시절이라 몸과 마음만은 사뭇 개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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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햇살 가로막은 뗏장 같은 구름 한 조각이 퉁퉁하게 가로질러 있다. 이내 두 조각

세 조각 모여들기 시작이다. 그러자 햇살은 소리 없이 비켜나 고운 선을 그으며

앞 산봉에 그윽이 내려앉는다.



                               2012. 5.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