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 산행기(38)

 

 

‘십 년간 백 군데 산 찾아다니기 그 서른여덟 번째’

 

 

1. 신년 산행

 

 어느 때보다도 차갑고 시원한 겨울을 보내고 오랜만에 산행을 나섰다. 어제저녁부터 다람쥐처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먹을 것을 많이 챙겼다. 집합시간인 7시에 집결지에 갔을 때는 다른 산악회에서 원정 산행 온 인원이 많아 자리가 모자랐다. 일부는 되돌아가고 했지만 총무의 따뜻한 배려로 앉아갈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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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가는 태백산은 옛부터 '민족의 영산' 으로 불린다. 흰눈으로 뒤덮인 주목군락의 설경이 유명하지만 그런 장관은 구정전후의 따뜻한 날씨로 빛이 많이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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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태고 때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제단에 관심이 많았다. 고요한 적막 속에서 하늘을 우러러 소원을 빌고 뜻을 세우는 사나이들의 웅장한 모습들이 멋있어 보였다. 그 흉내를 내고 싶어 이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일곱시 오분에 출발했지만 벌써 여덟시 반이 되어 문막에 이르러 자극성없이 은은한 맛이 일품인 콩나물 굴밥으로 아침 식사를 했다. 어제 5조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2. 아마추어 산행인

 

 열시 사십분에 매표소 부근에 도착했다. 보건 체조를 하고 열을 따라 오르는데 생각보다 바람이 차가웠다. 생각지 않게 매표소는 입산료가 있었고 처음부터 매끌매끌한 빙판이었다. 아이젠을 꺼내 채워보지만 구식 낡은 것이다 보니 오른 쪽 발은 바로 빠졌고 다행히 왼쪽 발은 제대로 채워져 한쪽 발로 지탱한 채 오르기 시작했다. 술값은 펑펑 써도 주변머리 정돈 비용은 쓸 지를 모르는 게 술꾼들이다. 옆 사람들은 신형 아이젠을 채워 가을 단풍놀이 하듯 의젓하게 걷는데 나는 가재 잡다가 뱀에 물린 사람처럼 비실비실 걸었다. 아마  내 뒤에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남에게 폐를 끼칠지 모르지만 천천히 내 페이스대로 쉬지 않고 걷기로 했다. 나는 강원도 태백산까지 와서 산책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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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사 쉼터에 갔더니 열한시 반을 가리켰다.

시간을 길에 버린 것을 채우기 위해 드문드문 셔터는 눌렀다. 너무 춥다보니 얼어붙어 렌즈가 들어오고 나가기를 마음대로 했다. 가까이 돌 제단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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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두시에 왔는데 천제단은 원형 돌제단이었다. 삼국사기에 왕이 친히 천제를 올렸다는 데 본 사람이 없어 못 믿겠다. 우국지사들, 독립군들이 천제를 올렸던 성스런 제단이라지만 슬프다. 그나마 태백시에서개천절에 천제를 올린다니 기쁘다.

 거기에서 자객차림의 우리 일행을 만났다. 검은 등산복을 위아래 날씬하게 입으면 영락없는 자객 닌자다. 자장율사가 창건했다는 망경사 내려가는 길은 가파른 얼음길이었다. 빙판이라 이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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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종비각을 안내하는 문구도 더 춥게 한다. 용정이라는 우물을 마시지 못해 아쉽다. 모두들 잔뜩 마련한 음식도 따뜻한 것이 없어 체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꼭꼭씹어 점심을 때운다.

 

 

3.하산

 

 단군성전이 있다. 요즘 들어 단군이 버림받는 것 같아 가슴 아프다. 칼 찬 단군이 그리운 것은 반만년 역사의 고비마다 칼이 무뎌 무너진 역사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리라. 내려갈 때는 좀 수월했지만 그래도 전 같지는 못했다. 나보다 열 살 많은 분이 내려가다가 나를 기다리고 다가가면 같이 갔다. 예전에는 산행하는 것이 신났는데 지금은 그런 마음이 별로 없다. 특히 단독 산행할 때의 뿌듯한 보람이 그간 많이 사라졌다.

 


 

4. 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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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번 등산을 접고 남기를 자원하여 하산주를 장만하는 분들이 있었는데 오늘은 년초에다가 완만한 산이라고 사이트마다 선전해서 그런지 전원 등산하는 바람에 날도 춥고해서 식당에 맞췄다고 한다. 추워 쪼그라진 뱃골에 온기를 불어넣고 찬바람 이는 바낕에 나가자 부부 각설이가 이천원짜리 엿 사가라고 사지를 뒤틀어 웃기느라 정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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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시에 태백산을 출발하여  여섯 시에 원주에서 쉰 다음 여덟시에 서울에 도착했다.

산행때마다 서울에 일찍 도착해서 즐겁다.신묘년 첫산행은  이렇게 해서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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