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지리산......

  

 자굴산을 세번 올랐지만 흐린날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시원한 조망을 얻게 되다니.....! 천왕봉으로

부터 낙남정맥의 줄기가 시원스레 흘러내리고, 그 뒤로 광양의 백운산(또아리봉, 백운산,억불산까

지 뚜렷하다)이 비치고 왼쪽 끝으로 하동 금오산이 홀로 솟아 올랐다.  

  

  

  

  

 신년 첫 산행, 자굴산 [의령, 897 m]

  

2009. 1. 4.

 

아내와 함께

  

  

  

자굴산지도[부분]과 원점회귀한 우리의 GPS 궤적

  

  

  

내조리 넓은 주차장 부근 들머리

  

  

영화 '아름다운 시절'을 보고 한우산 풍경에 매료되어 한우산-쇠목재 거쳐 자굴산에 올랐던

것이 처음이었고, 작년 봄에 자굴티재에서 자굴산 거쳐 질매재에서 자광암으로 내려서면서

온통 연초록 풀빛과 온갖 봄꽃에 취했던 것이 두번째였다. 이번에는 회원들을 위한 짧은 코

스를 답사할 겸 가장 대중적인 코스를 선택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자굴산의 또다른 매력을

느끼게 될 줄이야......

  

  

  

  

등로 초반의 황토길. 주변에는 어린 소나무가 잘 자라고 있다. 아내의 발걸음과 호흡에

맞추어 느리게 느리게, 마치 우아한 춤을 추듯 걸음을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하게 발

바닥을 완전히 누르는 속도를 유지했다. 땀이 나지 않을 정도로 진행하니 길도 새롭고 

수목들도 더 다정히 다가온다.  

  

  

  

동거하며 경쟁하는 소나무와 굴참나무

  

  

고도 300 미터대에 진입하니 굴참나무들이 우세해지는 느낌이 확연하다. 소나무와 참나무들의

공존과 경쟁은 우리나라 천염림의 뚜렷한 현상이라고 한다. 여기서 잠깐 소나무와 참나무류에

관한 전문가의 글을 빌려보자.

  

  

<인용 발췌 및 정리>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전국적으로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 것이 소나무와 참나무류이고,

그들의 가치와 쓰임새도 차별화되어 있었다. 소나무는 용재적 가치, 송이생산, 약용, 식물자원

으로서의 가치, 우리 민족의 정서에 맞게 우리 문화와 함께 성장해 온 나무이다. 또한 참나무류

는 주로 땔감, 녹비, 퇴비, 농기구, 연장 등 우리의 농경생활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인

것으로 서민형 또는 생활형의 나무라 할 수 있겠다.

  


소나무는 토양조건, 토양수분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잘 견디지만 피음(그늘지움-산거북이 주)에

매우 약한 편으로 토양조건이 좋아 다른 수종과 경쟁을 할 경우에는 결국 다른 수종에게 자리를

내어주게 된다. 따라서 일부 능선부 지역과 같이 극히 척박하고 일사량이 많은 곳은 계속하여 소

나무림이 존속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토양조건이 개선되면 다른 수종의 침입으로 밀려나게 된다.

  


소나무·참나무 혼효림은 원래 대부분 소나무림이었던 임지에 점차 참나무류가 침입하여 소나무를

피압하고 있으나 형질이 불량한 2차림 형태로 천이되고 있는 상태가 대부분이다. 재생된 2 차림은

대부분 수종갱신 실패지, 산불피해지, 벌채적지, 병충해피해지, 사방조림지 등에서 유래한 임지가

대부분이다.

  

  

천연림의 올바른 이해와 가꾸기[1]-소나무와 참나무류를 통해 본 천연림의 변화

-김석권(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산기술연구소

 

  

  

  

소나무와 굴참나무의 합일(合一)

  

  

어?? 연리목(連理木)......? 두 나무의 가지가 맞닿아 결이 통한 것으로 화목한 부부를 비유하는

상서로운 것이 연리목인데 내 눈에 띈 것은 이종결합이다. 엄밀히 이런 것은 연리목이라고 하지

않는다고 한다. 연리목은 동일한 수종끼리의  진정한 세포학적 결합이라고한다.

  

  

맞닿아 성장하면서 강한 압박을 주고 받으며 부름켜와 유세포가 섞여, 결국 서로 양분을 주고 받

으며 한 몸이 되는것이 연리목이다.  굴참나무와 소나무가 불이(不二)를 이룬 신기롭고 상서롭기

까지한 이 광경도, 기실 자연의 치열한 경쟁의 단면을 보여주는 숨막히는 모습인 것이다.

  

  

  

  

 신갈나무까지 능선에서 내려와 소나무와 경쟁하는 굴참나무를 응원하고 있다.

  

  

  

소나무는 솔잎을 부지런히 자기 둘레에 떨어뜨려서 다른 나무의 열매나 씨앗이 싹트는 것

을 막고 설령 어렵사리 싹을 틔웠다하더라도 솔잎의 화학 물질로 싹을 제거한다.  하지만

의외로 소나무는 경쟁에서 약하다. 넓은 잎나무와 경쟁하면 햇볕 의존이 높은 소나무가 당

해내지 못한다고 한다. 

  

  

 참나무류는 일단 소나무의 영역에서 공격적이다. 어릴 때는 그늘에 가려 오직 키를 키우는

데만 힘을 쏟게되고 점차 소나무 만큼 키가 자라면 그때부터 가지를 별려 넓은 잎으로 햇빛

을 독차지할려고 하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소나무와 참나무류가 혼재된 수림에서는 유난히

훤칠하고 쭉쭉 뻗은 경향을 볼 수 있다. 서로가 치열하게 경쟁을 해서 그런 것이이라.......

이곳 자굴산 중턱과 달분재 아래가 유난히 그렇다는 아내의 느낌이었다.

  

  

결국 소나무는 참나무에게 점차 밀리게되고, 인공적인 제어가 없다면 참나무는 소나무에

해 늘 경쟁에서 유리하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소나무 주종이 된 연유는 무엇보다 인위적 간섭에 의한 힘이 크다. 즉 소나무

를 보호하는 정책이 역사적으로 유지되었고 다른 종을 없애거나, 산림에서의 낙엽 긁기,

주기적인 산불또는 산사태등 극심한 수탈의 덕택에 토양이 나출되어 참나무류보다 소나

무가 우점하고 있는 지역이 많은 것이다.(위 김석권 글 중)

  

  

참나무의 종류는 많다.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갈참나무,졸참나무등이

 있는데, 나는 이제 겨우 구분에 눈을 떠가는 형편이이다. 느린 걸음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

인지 오늘은 나무들이 눈에 쏙쏙 들어온다.

  

  

  

 절터 샘

  

정상이 이마 위에 보이는 것 같아도 900 m 의 산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 써래봉에서 내려

온 능선을 바로 타지 않고, 등로는 우측으로 트래버스된다. 멀다고 느낄 정도로 우측으로

돌아서 진행이 되더니 잠시 오름길을 밟게되고 훤한 평지가 드러나게 되니 절터 샘이 있

는 곳이다. 여기서 잠시 호흡을 돌리고 왼쪽 표지방향으로 돌아가야 바람덤에 닿을 수 있

다.갑자기 가파라지는 등로...... 바람덤 바로 아래 바위전망대가 있다.

  

  

  

  

바람덤 아래 전망바위에서 (1)

  

  

  

 바람덤 아래 전망바위에서 (2)

  

  

  

  

바람덤 바위 끝에서

-지리산 천왕봉과 우측의 황매산-

  

  

  

 맞은편 한우산(寒雨山-찰비산 : 차가운 비의 산, 이름이 한구절의 詩다)

뒤로 가야산이 살짝만 보인다. 자굴산 조망의 유일한 아쉬움이다.

  

  

바람덤에서 지리산 천왕봉과 합천의 황매산, 그리고 광양의 백운산, 하동의 금오산을 조

망하느라 시려진 몸을 스프로 데우고 정상으로 향했다. 정상까지 0.9 km. 좁다란 능선길

은  진달래와 철쭉나무가 늘어선 터널길이다. 고도를 높히는 순간 다시 조망터.(아래사진)

  

  

  

  

꽃나무터널 능선길에서 확보된 조망

  

바위에 오밀조밀 앉은 등산객. 아마 절터샘에서 우측으로 직등하는 등로상에 있나보다.

뒤로 멀리 여항산, 서북산, 광려산이 비친다. 기막힌 경치다.

  

  

  

자굴산 정상

  

  

  

거대한 정상석과 안내석 사이로 비슬산이 보인다. 

  

  

  

  

자굴산 정상, 천왕봉 쪽

  

  

  

널찍하고 시원한 자굴산 정상

  

  

  

하산방향으로 헬기장이 보인다. 저곳도 따뜻한 점심자리다.

능선을 따라 중봉이 이어지고 한구비 아래에 달목재가 있고 또 한구비 아래에 질매재.

멀리 법수면, 대산면의 남강변 저지대가 보인다. 조금만 더 화면 바깥 왼쪽으로 가면

남강과 낙동강의 합수점인 병아들.....

  

  

  

  

헬기장 조망

  

  

  

헬기장에서 중봉가는 길.

이곳에서 지난 봄에 신갈나무의 봄철 포본(사진)을 다양하게 확보했었다.

  

  

  

  

반대편 갑을리도 마찬가지지만 자굴산에서 내조리를 내려다 보는 풍경은 평화롭기 그지

없다. 내조리는 평화로워보여 참 부유한 동네같아요. 산에서 만난 마을 할머니들에게 아

내가 뜬금없는 추측을 하니 할머니들이 즉각 대답하시길...... 암.....! ...... 부자동네 맞다.

 우리들만 빼고.....

  

  

  

다리에 쥐가 나는 순간. 산행 중 처음으로 남편의 도움을 청한다.

일단 사진 한장 찍어두고.....

  

  

  

  

베틀바위에서 좌측 끝의 정상을 바라보고......

  

  

  

  

가까이 붙어서 보아도 좋고, 뒤로 돌아가 보아도 좋은 나무님......

  

  

  

  

 산상골 소류지. 적지않은 크기인데 바닥을 드러냈다. 가을부터 시작된 가뭄이 봄까지

이어질텐데 염려스럽다. 이미 산길의 팍팍한 먼지가 걸음걸음마다 풀풀 날리기 시작한

다.

  

  

  

내조리 마을 돌담풍경

  

  

  

주차장은 앞으로 자굴산이 관광자원이 될 것이라는 기대만큼 넓다.

 

 

우측에 큼지막한 이층 정자가 있다. 산에서 만난 마을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옮긴다.

'나는 작년에 폐암 수술하고 이제 8개월인데 운동하러 왔는기라. 우리 자굴산 조오치.

앞으로 관광을 많이 끌어 모을라꼬 이러저리 발전을 마이 시키고 있느데...... 주차장

에 정자도 만들어가꼬 거기서 산에 온 사람들 밥도 먹꼬 놀다가라고 해놨다 아이가.

그런데...... 거기를 신발을 벗고 올라가라 해 놓았으이 누가 거기 등산화 벗겠노. 그거

는 정말 잘못핸기라...... 사람들을 편하게 대접을 해야지.'

 

 

  

  

 주차장에서 바라본 자굴산

  

  

  

 자굴산 관광순환도로의 꼭지점, 쇠목재에서

  

자굴산 관광순환도로의 관광가치는 쉽사리 공감되지 않았다. 한우산의 남사면을

지그재그로 더듬어 올라 갑을리로 내려가는 길에 관광의 가치가 앞으로 얼마나 개

발될지 궁금한 대목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쇠목재에서 바라보는 지리산 노을이 괜

찮아 보였다. 해떨어지는 시간이 한시간 넘어 남았기에 그대로 내려서면서 역광의

풍경 한장만을 남겼다.

  

  

  

  

사실 이런 조망도 진달래, 철쭉 개화 시기에는 보기 드물것이다.  천지간에 가득한

생명의 습기로 인해 봄에는 근거리 조망도 어려웠다. 눈(雪)도 없는 메마른 겨울산

행에 나무들이 사는 모습과 뜻밖의 경치를 보여준 자굴산. 언제나 산은 다가오는

자에게 은밀한 말을 건넨다. 다양한 방식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