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씨동굴을 품고 있는 영월 태화산

 

 


 

 

 


  영월과 태화산

 

  강원도 영월군은 충청북도 제천시와 단양군, 경상북도 영주시와 봉화군이 이웃해있는 강원내륙에 위치한 산악지형으로 이루어진 고을입니다. '70년대 개발경제시대에 영월은 석탄산업이 번성하였고, 근래에는 왕족간 벌어진 피비린내 나는 권력투쟁으로 희생된 단종의 유배지인 청령포(淸怜浦)와 장릉(莊陵)을 중심으로 한 역사유적 문화관광지와 함께 영월군의 중심부를 가로질러 흘러가는 천혜의 비경을 간직한 동강(東江)과 영월의 명산을 바탕으로 자연경관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는 고을입니다. 태화산은 영월에 소재한 명산의 하나입니다(자료 : 소구리하우스 홈페이지).


  태화산(1,027m)은 영월군 및 단양군과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남한강이 산자락을 휘감아 흐르고 4억 년의 신비를 간직한 고씨동굴(천연기념물 제 76호)을 품에 안은 채 사계절 변화무쌍한 부드러운 능선길은 아름다운 비경을 보여주고 있어 가족단위 산행지로 최적의 코스입니다(자료 : 한국관광공사).

 


  산행들머리인 흥교

 

  2007년 2월 24일 토요일 아침, 30명 이상의 등산객을 태우고 고속국도 같은 38번 일반국도를 따라 동쪽의 태백방면으로 달리던 등산버스가 영월을 빠져나와 꼬불꼬불한 지방도로를 타고 고개를 올라가 고갯마루에 정차합니다(10:50). 차도는 계속 이어져 있지만 대형버스를 돌릴 만한 여유공간이 있는지 몰라 그냥 그곳에서 차를 세운 후 도로를 따라 걸어갑니다. 비록 포장도로가 이어져 있기는 하지만 오지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행정구역상으로 강원도 영월군 흥월리입니다.  

 


  희미한 등산로

 

  한적한 마을이 조성되어 있는 흥교에서 왼쪽으로 접어듭니다. 무슨 건물을 지으려는지 인부들이 철골조의 뼈대가 올라간 구조물에 올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가로변에는 영월군수가 고씨동굴방향의 하산 길은 위험하여 현재 정비 중에 있으므로 하산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습니다.

 

   <길 없는 길>


   
  오늘 우리가 오르는 태화산 등산로는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길이 아닙니다. 산행을 주선한 미투리산악회 최효범 등반대장은 "월간 산"의 취재기자단과 함께 개척산행을 인도하는 프로산악인입니다. 그는 지난 2005년 10월 "월간 산"과 함께 개척한 코스로 오늘 회원들을 안내합니다. 그래서인지 올라가는 등산로는 사람이 다닌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고, 개척산행 시 함께 한 "영월악우회"의 리본만 간간이 사람이 지나간 길임을 알려줍니다. 낙엽이 수북히 쌓여있는 길이 한동안 오르막으로 이어지다가 드디어 능선에 도착하자 뚜렷한 등산로와 합쳐집니다.

 

  계절은 아직 2월임에도 불구하고 겉옷을 벗어 제쳐도 등줄기와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주체하지 못할 지경입니다. 금년은 틀림없이 봄이 매우 짧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옷가게에서도 벌써부터 봄옷대신 여름옷을 진열해 놓고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고 합니다.    

 

 

   <주능선에서 만난 이정표>

 

   <주능선의 이정표>

 

 

  태화산 정상

 

  두 차례의 이정표를 지나 둥그스름한 꼭대기에 올라서니 태화산 정상(1,027m)입니다(12:13).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23분이 소요되었습니다. 정상에는 단양군과 영월군에서 별도로 세운 정상표석이 서 있는데 행정당국에서 각기 세운 표석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단양군이 먼저 세운 후 3년 뒤 영월군에서 따로 표석을 세웠습니다. 앞으로 행정구역의 경계지역에 위치한 산의 정상에 표석을 세울 경우 관련 행정기관이 사전에 협의하여 공동으로 표석을 설치하면 좋겠습니다. 
 

   <정상의 표석>


  정상에 서면 남쪽으로는 소백산 줄기가 보인다고 하였지만 잡목으로 인해 조망이 안됩니다. 그리고 서쪽으로는 패러글라이더 활공장으로 이용되는 봉래산(799m)이 희미하고, 동남쪽으로도 이름 모를 산의 마루금만이 아련히 보일 뿐입니다.


  모두들 정상 부근에 모여 앉아 간식을 먹습니다. 이 산악회 회원들은 그렇게 서둘지 않아 필자와 같은 사람이 산행을 하기는 제격입니다.         

 

   <정상의 서쪽 조망>

 

   <정상의 동남쪽 조망>

 


  남한강 전망대

 

  선두조가 먼저 길을 떠나자 필자도 자리를 털고 일어납니다. 이제부터는 등산로가 능선을 따라 이어집니다. 북동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오른쪽은 거의 절벽에 가까운 반면 왼쪽은 완만한 경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급경사 하산 길을 만납니다. 눈이 녹지 않아 매우 미끄럽습니다. 다행히도 적당한 굵기의 로프가 걸려 있고 로프에도 매듭이 촘촘히 매어져 있어 비교적 쉽게 경사를 내려옵니다.


  오른쪽 아래에는 간간이 짙은 옥색을 띤 남한강의 굽이치는 물줄기가 있지만 잡목으로 인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딱 한 차례 남한강 물길이 보이는 듯 하더니 이내 모습을 감추고 다음에는 앙상한 뼈대만 만은 고사목 한 그루가 반겨줍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남한강 물줄기와 동쪽 주변 산세가 시원하게 바라보이는 탁 트인 전망대에 도착합니다(13:07).

 

   <아름드리 노송>

 

  <처음으로 바라본 남한강 조망>

 

   <고사목>

 

   <전망대의 조망 1>

 

   <전망대의 조망 2>

 

   <전망대의 조망 3, 굽이치는 남한강 줄기>

 

   <전망대 조망 4>

 

   <전망대 조망 5>

 

   <전망대 조망 6>

 


  눈이 시리도록 파란 남한강 뒤로 첩첩이 늘어선 산그리메를 바라보니 가슴이 훤히 트일 정도로 감동이 밀려옵니다. 비록 박무로 인하여 산세가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시원하게 펼쳐진 산하를 바라보는 즐거움이 큽니다. 이 전망대에서 북으로는 계족산(890m), 북동으로는 응봉산(1,013m), 동남쪽으로는 마대산(1,052m)이 있지만 분간할 수 없습니다. 

 


  알바를 하다니

 

  이정표도 고씨동굴을 안내하는 것뿐입니다. 우리는 능선의 오른쪽 하단 도로변에 위치한 고씨동굴로 가는 대신 태화산성을 거쳐 왼쪽으로 하산해야하는데 넓은 헬기장을 지나 갈림길에서도 산성으로의 이정표는 보이지 아니합니다. 고씨동굴 이정표를 따라 계속 가노라니 이제는 고씨동굴 방향으로 하산하는 급경사갈림길에 도착합니다. 

 

   <헬기장에서 바라본 조망>

 


  필자를 포함한 일행(4명) 중 한 명이 최대장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우리가 너무 많이 앞으로 진행하였다는 것입니다. 하는 수 없이 몸을 돌려세웁니다. 산행을 하면서 길을 잘 못 들어 한 번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은 참으로 피곤한 일입니다. 문제는 산행개념도입니다. 태화산성이 고씨동굴로 이어지는 주능선 위에 위치한 것으로 표시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주능선에서 왼쪽으로 가지를 친 지능선의 끝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만났던 삼거리를 지나가자 오른쪽으로 발자국 흔적이 있는 보입니다. 당초 진행하는 방향에서 보면 거의 130도 이상을 꺾어야 하는 길입니다. 이런 곳에 선두조가 지나가면서 아무런 길 안내 표시를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합니다.


  응달이라 잔설이 남아 있는 길을 따라 가노라니 드디어 최대장 일행이 기다리고 있는 사거리 갈림길인 산성고개입니다(14:15).

 

   <산성고개 이정표>

 

   <미투리산악회 최효범 대장(우)과 함께 선 필자(좌)>

 


  태화산성과 영월전망대

 

  이정표를 보고 오른쪽 사면을 오르니 태화산성입니다. 무너진 석축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태화산성은 태화산 정상에서 동북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부분의 지능선인 해발 900여m의 봉우리에 자리하고 있으며, 동서남북의 길이와 너비가 약 400m, 둘레는 1,200m 쯤 되는 산성입니다(자료 : 영월관광 홈페이지).

   <태화산성 흔적 1>

 

  <태화산성 흔적 2> 


  태화산성에 어려있는 전설을 살펴봅니다.
  "참으로 모진 어미가 있었다. 아들과 딸에게 성 쌓기 내기를 시켜놓고서 이긴 자식만 키우기로 했단다. 그런데 흙으로 성을 쌓던 딸이 돌로 성을 쌓던 아들을 이기려하자 어미는 토성을 무너뜨려 딸을 깔려 죽게 만들었다고 한다."(자료 : 월간 마운틴 2006년 10월 호).


  그러나 산성의 흔적 자체보다도 끝 부분에서 바라보는 남한강과 영월읍, 그 뒤로 보이는 이름 모를 산세가 더욱 마음에 듭니다. 정상에 흰색의 골프 공처럼 보이는 시설물은 봉래산(799m)의 "별마로 천문대"이며 패러글라이더의 활공장으로도 이용되는 곳입니다. 지도를 보면 태화산의 서쪽에 국지산(626m)과 삼태산(876m) 등이 있는데 필자의 능력으로는 분간할 수가 없습니다.

 

   <산성전망대 조망 1>

 

    <남한강과 영월읍> 

 

   <패러글라이더 활공장인 서쪽의 봉래산>

 

   <남쪽 조망>  

 


  하산지점인 오그란이

 

  다시 사거리 갈림길로 되돌아옵니다. 최대장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는 오른쪽으로 하산합니다. 길이 상당히 미끄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장을 포함한 일행들은 잘도 내려갑니다. 그러나 필자는 지난해 하산 길에서 6개월 간격으로 두 번씩이나 발목을 삔 경험이 있어 매우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며 무리를 하지 않습니다. 산행을 하면서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일은 스스로에게 달렸습니다. 황새가 뱁새를 따라가려면 가랑이가 찢어지는 법이니까요.


  절터에 도착하였지만 절의 흔적은 없고 사람이 쌓은 두 개의 돌탑만 보일 뿐입니다. 이곳의 약수도 최근의 가뭄을 반영하듯 거의 말라 있습니다. 지금부터 하산로는 너럭바위 길로 이어집니다.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곳을 지나 도로를 따라가자 등산버스가 기다리는 오그란이마을입니다. 팔괴교 옆에는 등산안내지도가 보입니다(15:22). 오늘 산행에 4시간 42분이 소요되었습니다. 거의 선두로 가다가 알바를 하는 바람에 후미로 하산하였지만 산행시간이 5시간에도 못 미쳤습니다.  

 

   <절터의 돌탑>

 

   <하산길의 맞은 편 조망>

 

 <오그란이 등산 안내도>

 


 


  에필로그

 

  새로 개척한 코스인 향교에서 정상 주능선까지는 등산로가 분명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좋은 조망을 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므로 굳이 이 길을 택할 이유는 없을 듯 합니다. 그 대신 이름난 등산로를 이용하되 고씨동굴 방향의 등산로가 정비될 경우 산행도 하면서 고씨동굴을 답사하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오후 4시전에 현지를 출발한 버스는 도로가 막힘이 없이 달리는 바람에 7시경 서울로 입성합니다. 오랜만에 새로운 산 한곳을 답사하여 나름대로 뜻 깊게 보낸 하루였습니다. 끝.

 


펜펜의 나홀로 인생
산행.여행기, 산행후기.자서전 출판, 야생화, 유머, 세계의 열쇠고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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