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5. 2. 화. / 2명

 

12시 15분쯤 전 농다치 고개 도착.

건너 가게는 문이 열렸는데 내가 더러 들리는 가게는 닫혀 있다.

 

한 동안 바깥 산 못 갔다고 아내가 나가고 싶다 해서 아침에 갑자기 여기저기를 고르다가 다시 이 곳.

 

어떨 때는 계곡 길 걷는 것이 좋을 때도 있지만

이렇게 바람이 좋고 햇살이 적당할 때는

주변 좌우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산 등줄기를 내쳐 걷는 것이 아주 좋다.

 

약간 도는 감은 있지만 소구니산을 오기 위해 남한산성 루트를 통과하는 것도 지금은 참 좋은 때.

바람과 햇살과 길가와 산의 색깔들이 참 좋다.

 

차에 기름이 없다고 계속 켜지는 경고등 불빛에 초조해 하면서도.

 

날씨가 참 좋다.

어제는 황사더니.

 

소구니산을 오르는 길에 진달래가 드문드문 피어 있다.

그 주변 아래로 샛노랗고 작은 야생화가 유난히 선명하게 자리들 잡고 피어 있고.

 

오늘은 바람이 좋다.

차가운 듯, 차갑지 않고

훈풍이라기엔 덥지 않고.

 

주변의 녹음도 좋지만

오늘은 바람이 유독 마음에 든다.

 

'-아!

바람이 분다.

나는 살고 싶다.'

라는 어느 시인도 생각나고.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레

해마다 봄바람이 남에서 오나'

라는 귀여운(?) 박재란도 절로 떠오른다.

 

소구니산(800m)에서 보이는

유명산 정상 부근은 아직 완전한 녹색이 아니다.

높이에 따라 꽃이 지기도 하고

지금 피기도 하고

나무가 아직 겨울 모습을 그대로 갖고 있기도 하다.

 

남한강과 양평, 중미산, 유명산 휴양림을 좌우로 보며 유명산 정상에 도착.

1시간 30분 정도 소요.

 

나무 그늘에 자리잡고

도시락을 먹다.

산에서 먹는 도시락은 언제나 별미.

커피까지 한 잔을 마시고.

 

두릅을 찾아 조금 헤매다가

소득 없이 되돌아 오던 길로.

길 가에 난 쑥도 조금 뜯고,

옛 사람의 유산(遊山)이란 말을 실감하다.

 

원점으로 돌아오니

산에서 머문 시간이 3시간 반 정도.

날씨와 계절이 산행에 절반 이상의 몫을 한다.

 

오랜만에 들러 온천을 하고 해장국을 먹고

길어진 해를 실감하면서 귀가하다.